전쟁을 미화하고
볼거리로 삼는 행위는
하지도 말고,
보지도 말아야 한다.
오직 평화만이 답이다

 

   
▲ 심우근 교사/
비전고등학교

평택시민단체들이 한 목소리로 외쳤다. “전투기 굉음 말고 평화의 꽃을!” 허나, 시민들이 강하게 반대했음에도 미 공군은 지난 9월 24~25일 이틀 동안 K-55라 그들이 이름붙인 송탄(오산 미 공군기지) 미 공군기지에서 이른바 ‘에어쇼’를 강행했다.

미군은 또 그렇다 치자. 시민들의 빗발치는 반대에도 아랑곳 않고 평택시는 얼씨구나 화답해 이를 기념한다며 이충초등학교에서 ‘에어쇼 기념 한미평화음악회’를 열었다. 이 음악회에 들어간 평택시의 공식 예산이 1억 원 가까이 된다. 이참에 한번 곰곰이 따져보자. 

첫째, 이른바 ‘전투기 에어쇼’가 진정 평화를 말하는가? 전투기는 목적이 분명한 대량 살상 무기이다. 전투기에 장착한 각종 미사일, 고폭탄, 기관포는 수백, 수천 명을 한순간에 죽일 수 있다. 이런 고성능 무기집합체로 공중에서 위험천만 스릴 넘치는 묘기를 부리며 보는 사람들을 현혹한다. 살상용 총이나 칼을 들고도 멋지게 춤을 추며 묘기를 부리면 일단 볼거리는 될 터이다. 참혹한 전쟁에 대한 일반인들의 의식을 무디게 하고 특히 전쟁의 참상을 잘 모르는 어린아이들을 유혹해 현실을 호도한다. ‘에어쇼’의 본질을 드러내 보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아마도 ‘대량살상 비행 무기 위험천만 공중 난동’ 쯤 되겠다. 전쟁과 살육을 묘기로 미화한다 해서 평화가 오지는 않는다.

둘째, ‘전투기 에어쇼’는 전투기를 팔기위해 선전하는 무기 거래상들을 위한 성능시범 행사이다. 이를 일반 시민을 위해 볼거리를 제공하는 듯 포장하는 행위는 비열하다. 또 비행연습과 행사 때 생기는 어마어마한 굉음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하고 정당한 항의를 봉쇄하려 한다. 비행장 주변 주민들은 평소에도 대형 수송기, 헬기, 전투기 폭음에 넌더리를 내며 각종 소음 관련 질병과 이로 인한 장애에 삶이 괴롭다. 이를 호도해 마치 며칠 쿵작대는 곡마단 소음쯤은 참아주는 게 당연하지 라는 식으로 만들어 항의와 정당한 요구를 묵살한다.

셋째, 시민들이 불안해하고 피해를 호소하는데도 미 공군이 강행한다면 평택시장은 시민의 요구를 받아 안아 관련 기관을 통해 주변 주민들의 안전대책을 세우고 이런 행사를 하지 않도록 함이 당연한 할 일이다. 그러나 평택시장은 한 술 더 떠 ‘에어쇼 기념 한미평화음악회’라는 일회성 행사를 기획하고 막대한 예산까지 흔쾌히 투척해 열어주셨으니 이 어찌 감복할 일 아닌가?

넷째, ‘평화음악회’라고? 대량살상 무기를 전시, 선전, 판매하는 일에 평화를 들먹이는 일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아니, 혹 모른다. 고도의 문학 수사를 적용해 반어로 그런 것인지도. 이 대목에선 헤아릴 길 없는 수준 높은 문학성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다섯째, ‘에어쇼’ 축하 음학회를 이충초등학교에서 연다는데, 이런 살상무기 관련 행사를 어찌하여 초등학교에서 연다는 말인가? 미 공군기지 안에서 열어도 시원찮을 판에 고사리 조막손 모두 쥐고 초롱초롱 눈망울 굴리며 푸른 가을 하늘을 바라 볼 초등학생이 다니는 학교에서? ‘전쟁과 유년’, ‘살상과 어린 삶’, ‘전투기 폭음과 감미로운 선율’ 이를 대비시키는 그 역발상에 또한 놀라지 않을 수 없으니 꽈배기 창의성으로는 세계 제일일 듯싶다. 길가다 보면 어린 아이들이 비록 장난감이지만 기관단총을 들고 서로 겨누고, 비비탄총이란 걸로 쏘기도 하는 걸 아직도 본다. 남북이 휴전 상태이기에, 전쟁이 아직도 진행 중이라서 그런가?

핵실험에 사드에 SLBM에 B-1B에 서로 으르렁대는 살얼음판 형국이다. 이런 판에 우리 삶터 한반도를 무기전시장, 성능시험장으로 만들 수는 없다. 한국전쟁 때 그러했듯 한반도 전쟁은 국제전으로 번진다. 또 지금의 남북한 군사력만으로도 한반도는 초토화돼 그나마 살아남은 사람도 석기시대로 가야할 판국이다. 전쟁을 미화하고 볼거리로 삼는 행위는 하지도 말고, 보지도 말아야 한다. 오직 평화만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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