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의 역할을 외면하는
사회 불평등 문제의 해법은
그 자체가 허구다.
오히려 정부 차원에서
노동조합 설립 지원을 위한
제도적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 김기홍 부소장
평택비정규노동센터

성과연봉제는 성과를 많이 낸 직원에게는 임금을 많이, 적게 낸 직원에게는 적게 주는 임금체계다. 이를 두고 박근혜 대통령은 “비효율을 걷어내고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인식에는 두 전제가 깔려 있다. 하나는 공기업과 금융기관 등의 노동자가 일을 적게 하거나 생산성이 낮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성과연봉제가 근로의욕과 생산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첫 번째 전제인 노동자가 일을 적게 하고 생산성이 낮다는 논리를 살펴보자. 한국의 노동시간은 OECD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세 번째로 길고 노동생산성은 34개 회원국 중 22위에 그칠 정도로 낮았다. 그러니 노동자가 일을 적게 한다는 논리는 맞지 않다. 또한 생산성 하락은 전세계적 현상이다.

전문가들은 노동생산성의 향상을 위해서는 기술 발전과 투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낮은 노동생산성은 노동자보다는 경제정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정부와, 투자에 인색하고 사업 발굴 능력이 떨어지는 기업의 책임이 더 크다는 뜻이다.

투자하지 않고 기업이 쌓아두고 있는 기업의 사내 유보금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어, 우리나라 5개 기업의 사내유보금이 370조원이다. 이는 10년 전에 비해 3배 증가한 액수이다. 10대 재벌까지 그 범위를 확대하면 사내유보금이 550조에 이른다. 아이슬란드 GDP 국내총생산의 28배에 이른다. 생산성이 낮은 책임을 노동자에게 돌릴 것이 아니라 투자와 기획이 부족한 대기업에 물어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도 조중동을 비롯한 우리나라 대부분의 언론매체에서는 이번 파업으로 인해 어느 정도의 손해가 예상된다는 기업의 보도자료를 그대로 받아쓰는 관행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노사 협상이 이루어지지 않아 노동조합이 파업을 해도, 기업 입장에서는 남는 장사이기 때문에 노사 협상에 적극 나서지 않는 것이다.

두 번째 전제는 일터에서 경쟁이 촉진되면 직원들이 더 열심히 일하고 생산성도 따라서 오를 것이라는 논리에 기대고 있다. 그러나 그대로 믿기에는 반론과 반대 사례가 너무 많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월가의 지나친 성과주의에서 비롯됐다는 견해는 이미 상식에 속한다. 마이크로소프트나 GE 등 대기업들이 성과주의의 부작용을 실감하고 정책을 폐기한 것이나 미국이 1978년 이후 세 차례나 공공부문 성과제를 도입하려다 포기한 것 역시 알려진 사실이다. 정부의 공기업 경영평가 결과는 성과주의의 실체에 대한 회의를 불러일으킨다. 지난여름 유난한 더위 속에서 전기요금 체계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는데도 한전은 A등급을 받아 직원 1인당 2000만원 가까운 성과급을 받게 됐다. 이렇게 달성한 성과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렇듯 공공부문과 금융기관이 성과연봉제가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음에도 정부와 여당 그리고 조중동을 비롯한 이들의 자매 경제지들은 연일 성과연봉제에 반대하는 노조 때리기에 여념이 없다. 그렇다고 해서 정부와 여당 그리고 조중동과 자매 경제지들이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 상승과 차별 철폐를 위한 목소리를 내는 것도 아니다. 이들이 노리는 것은 그저 공공기관부터 성과연봉제를 도입하여 전 사회적으로 확산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노동자들에게 줄 돈을 삭감해서 임직원들에게 더 많은 성과급을 주겠다는 것이다. 더 많은 성과급을 얻기 위해 성과를 부풀리게 하고, 안 받아도 될 과잉 진료를 하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 다른 사람의 호주머니를 털어 더 많은 돈을 벌겠다는 것이 성과연봉제의 본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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