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T ‘평택지제역’이
불가하다면
수도권전철 지제역을
‘평택지제역’으로
바꾸면 될 게 아닌가

 

   
▲ 이수연 전 부이사장
한국사진작가협회

그동안 삼성·LG, 고덕국제신도시 등과 함께 오랫동안 평택을 달구었던 SRT(Super rapid train) 수도권고속철도 개통이 두 달 남짓 남았다. 평택시민으로서 기뻐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정작 평택을 상징하는 또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야 할 역 이름에서 ‘평택’이 빠졌다. 시민 설문조사를 통해서 결정한 ‘평택지제역’이 아니라 그냥 ‘지제역’이다. 참여자 절반 이상이 찬성한 ‘신평택역’은 영구히 쓰기에 적당하지 않다는 이유 등으로 ‘평택지제역’을 선택했지만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환승역의 경우 역명이 서로 다르면 이용자가 혼동을 일으킬 수 있기에 통일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이다. 몇 번 씩이나 개통이 연기되지 않았다면 진작 발표했을 명칭인지라 상당히 오래 전에 결정 났을 터이다. 수도권 모든 전철역의 노선도도 이미 SRT 지제역으로 바꿨다. 그렇다면 평택시는 그동안 손을 놓고 있었다는 말이다. 시민의 의견은 왜 물었나. 명칭의 가치에 대해 안일하거나 단순하게 생각하고 있었다는 느낌이다.

KTX가 처음 등장할 당시 천안과 아산이 역명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다가 애초에 없던 ‘아산’을 같이 쓰기로 한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최근에 성남 여주 간 복선전철 ‘세종대왕역’명을 놓고 여주시와 국토교통부가 마찰을 빚은 끝에 시민들이 요구한 세종대왕역으로 결정했다.

현재 KTX의 노선에서 해당지자체 이름이 안 붙은 곳은 서울과 부산을 빼면 행신(고양)과 오송(청주)역 뿐이다. 그런데 SRT 노선에서는 수서, 동탄, 지제 등 3개 역 모두 도시 이름이 빠졌다. 수서역은 서울의 다른 역과 마찬가지로 생각할 수 있지만 동탄의 경우 화성동탄역이라고 이름 붙일 만 한데 의외라는 생각이다. 오송역은 이제 와서 오송 주민들이 동의한다면 청주역으로 개명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왜 한낱 역명에 불과한데 그토록 도시 이름을 삽입하려고 애쓰는 걸까. 브랜드 가치나 관광, 경제적 이윤 추구 나아가 도시를 긍정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것 등 얻을 수 있는 게 너무 많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일개 대학조차 전철역명에 대학 이름을 병기하려고 애쓴다.

브랜드가치(brand value)란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무형의 자산이다. 그 지명도知名度만으로 현재 또는 미래에 거둘 수 있는 이익을 금액으로 환산한 것을 말한다. 평택시의 ‘슈퍼오닝’은 브랜드 가치가 얼마나 될까. 이름을 알리려고 엄청난 예산을 투입했을 슈퍼오닝이 평택브랜드라는 걸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알고 있을까. 지금 같은 노력에 더해 고속철도 역명을 통해 ‘평택’이 알려진다면 슈퍼오닝에 대한 인식도는 어떨까. ‘평택지제역’은 전국 여러 곳에 있는 ‘삼성’이 평택에 입주한 것보다 더 ‘평택’을 쉽고 경제적으로 알리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미 결정한 역명을 어찌 할 것인가이다. 규정에 따라 결정했을 역명을 바꾸기 위해서 정치권이 나서면 된다는 논리도 있다. 나서줄 정치권이 있다는 것 자체가 우리의 홍복洪福이다. 하지만 바꿔 생각해보면 규정에 맞지 않아도 정상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뒤집어 달라는 말처럼 들린다. 선을 넘지 않으면서도 정치권과 함께 노력해야 효과가 더 클 것이다. 개통을 앞두고 간판이나 노선도 등 모든 작업을 완료했을 시점에 전국 모든 고속철도역의 지제역 이름을 고치라고 한다면 쉽게 응해줄까. 만일 역명 결정을 통보받은 직후 시민들과 함께 대처했다면 어땠을까. 소위 ‘골든타임’을 놓친 것 같아 안타깝다.

얼마 전에 ‘새로운 역명을 제정할 때 환승되는 기존역의 역명 변경에 대한 시설관리자의 동의 등 필요성이 인정될 경우 제한적으로 허용할 수 있다’고 지침을 개정한 바 있다. SRT ‘평택지제역’이 불가하다면 수도권전철 지제역을 ‘평택지제역’으로 바꾸면 될 게 아닌가. 역 이름을 지금이라도 바꿔야 한다. 그보다는 사안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시민들과 함께 문제를 풀어나가려 하는 우리시의 자세가 더 필요하다. 그게 바로 문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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