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요를 매개로
아이들이 자유롭고
유연하게 상상하고
행동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주는 것
그것이 우리에게 남겨진 숙제다

 

▲ 이수정
문화예술 활동가

가을비가 대지를 적시던 지난 일요일, 평택시남부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는 ‘노을동요제’에 대한 기대감으로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한 움직임들이 시작되었다. 이 행사는 오후 세시부터 진행됐지만 곧 진행될 무대를 위해 참가자들은 대공연장 곳곳에 모여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다듬고 대열을 정비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또한 참가자들의 아름다운 하모니를 방송으로 내보내기 위해 관계자들은 저마다의 신호를 주고받으며 무대를 완성하기위해 굵은 땀방울을 연신 흘려댔다.

평택시가 주최하고 평택문화원과 노을문화재단준비위원회, 평택시사신문 그리고 t-broad가 공동주관한 노을동요제는 황금빛의 들녘 그리고 태양이 수놓는 아름다운 하늘을 가진 평택에서 매년 치러진다. 동요 ‘노을’은 해질녘 평택 대추리 방향의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으로 만들어졌으며, 1984년 제2회 MBC 창작동요제 대상의 영예를 안은 바 있다.

올해로 3회를 맞이한 노을동요제는 예선을 거쳐 선발된 단 16팀의 본선진출자에게만 고운 목소리를 뽐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때문에 예선이라는 치열한 선의의 경쟁이 앞설 수밖에 없다. 보이지 않는 각축장을 벌이고 나서 무대에 서는 아이들이기에 관객의 입장에서는 대견함이 앞서지만 그와 동시에 큰 기대감을 갖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이른 아침부터 이미 공연장은 참가자와 관객들로 북적였지만 공연 시간에 다다르자 객석은 어느새 만석이었다. 필자 역시 아이들의 목소리를 듣기위해 얼마 남지 않은 한자리를 차지했다. 사회자의 환영인사와 함께 시작된 노을동요제는 기대만큼이나 맑고 청아한 소리들로 가득했다. 아이들의 조그마한 체구에서 나오는 노래 소리는 필자의 짧은 글 재주로는 ‘은쟁반에 옥구슬’로 밖에 표현할 길이 없었다는 것이 아쉬움인 듯하다.

공연은 직접 무대를 보며 관람하고 느껴야 만족도가 큰 법이라고 했던가, 공기를 타고 무대와 객석을 채우는 아름다운 화음들은 깊어가는 가을날 필자가 아이들에게 받은 선물과도 다름없었다. 동요를 부르는 아이들의 무대는 하나하나가 너무나 천진난만했고, 그만큼 깨끗해 듣는 이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모두가 열심히 노력한 덕분에 아름다운 노래 소리를 들려줄 수 있었지만 대상의 영광은 국악창작동요로 참여한 솔빛아이들중창단에게 돌아갔다. ‘입술말 복주머니’라는 곡명을 가진 노래를 부른 솔빛아이들중창단은 평택에서 노을동요제에 꾸준히 참여해왔지만 대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은 동요를 듣고 자라야합니다”라는 솔빛아이들중창단 문미애 지도자의 소감에 필자도 동의한다. 좋은 생각이 좋은 말로 나오고 좋은 일들로 연결된다는 ‘입술말 복주머니’의 가사처럼 동요 속에는 아이들이 배우고 표현할 수 있는 어여쁜 모습들이 잘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회, 2회와 마찬가지로 이번 제3회 노을동요제를 통해 우리는 아이들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하고 있다. 동요를 매개로 아이들이 누구보다도 자유롭고 유연하게 상상하고, 행동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주는 것, 그것이 앞으로 노을동요제와 우리에게 남겨진 숙제라고 가늠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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