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지역 사업에 왜
경기도가 지원해야 하는지
그 파급효과가 평택을 넘어
어떻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등
공모에 대해 보다 자세하게
이해시켜야 한다

 

   
▲ 이수연 전 부이사장
한국사진작가협회

평택시청 홈페이지에 ‘2017 NEXT경기 창조오디션 아이디어 공모계획’이 큼지막하게 떴다.

‘창조오디션’이란 경기도가 매년 각 시·군에 일률적으로 지원하던 시책 추진보전금 중 400억 원을 따로 떼 내어 2014년부터 공개경쟁 방식으로 집중 지원하는 사업이다. 각 시·군이 두 가지 사업까지 응모할 수 있는 이 오디션은 모두 7개의 아이디어를 뽑는데 최고 100억 원 한도에서 신청금액을 등위等位에 따른 비율로 적용하여 지원한다.

경기도의 변방인 가평군은 첫해에 구舊 가평역 일원을 ‘가평 뮤직빌리지’로 꾸미는 사업으로 대상인 굿모닝상을 받아 100억 원을, 시즌 2에서는 ‘방문자 경제를 창조하는 연극도시 가평’으로 혁신상을 받아 10억 원을 그리고 올해에는 ‘7080추억과 낭만 그리고 젊음이 있는 청평 고을 만들기’를 내세워 다시 3위인 넥스트 상으로 79억 원을 받는 등 3년 연속 수상기록을 세우면서 모두 189억 원 수혜라는 대박을 터뜨렸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 사업에 3년 연속 탈락한 평택시가 이번에는 시민 대상 아이디어를 공모한다고 나선 것이다. 늦었지만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시민공모’가 아니다. 평택시는 이미 이런 제안제도를 조례로 만들어서 시행하고 있었기에 이 제도가 그동안 어떻게 운영되었는지 이참에 한 번 살펴봐야 할 것이다. 이번 공모에서 그 단초를 찾을 수 있다. 공모내용이 너무 행정적이다. 단지 ‘일자리 창출 및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사업,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문화관광 인프라 구축 및 개선사업, 시정 전반에 대한 모든 사업’이라고 두루뭉수리 해놓았는데 이래서는 자칫 평택이 필요로 하는 자체사업으로 이해 할 수 있다. 평택 사업에 왜 경기도가 지원해야 하는지, 그 파급효과가 평택을 넘어 어떻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등 구체적 사례 또는 왜 이런 공모를 하는지에 대해 보다 자세하게 이해시켜야 한다.

다음으로는 지원 아이디어에 대한 대우다. 내게는 이 시민 제안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 몇 년 전에 나름대로 제안을 하면서 심의 부서와 직접 연결해주기를 희망했다. 서류로는 미처 표현하기 어려운 아이디어의 뉘앙스와 서류 만드는 능력이 미흡한 민간 제안자의 한계 같은 것 때문에 대면對面 설명할 기회를 달라고 했지만 ‘공무원의 경직된 사고’로 일방적 평가를 받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다행히? 탈락은 아니고 최하위등급인 ‘노력상’을 받았는데 이정도면 거의 활용성이 없다는 판단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골목 벽화를 매개로 하는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인 그 제안이 어느 날 극히 일부만 발췌되어서 제안서에 제시했던 지역의 대형 건물에 그대로 재현됐다. 왜 어떻게 어디에 벽화를 그려야 다른 요소들과 결합되어 어떤 성과로 나타나는가가 핵심인데 ‘벽화는 전국이 다 하는 한물 간 사업’이라며 형식적 평가를 한 그 아이디어가 제안자의 의도는 송두리째 사라지고 그림만 그려놓으면 사람들이 몰리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모양새가 되었던 것이다.

만일 이번에 누군가가 창조오디션 사업 아이디어를 제출하고, 그게 공모 범위에 든다고 판단될 경우 해당 부서에서 평가를 하지 말고 전문가에게 먼저 아이디어의 사업 가치를 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심의기구를 민간전문가까지로 확대해야 한다.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된 조앤 롤링의 해리포터 시리즈가 바로 그런 예이다. 신인 발굴 에이전트 두 곳을 통해서 12곳의 출판사에 원고를 보냈으나 모든 출판사가 폐기했다. 그런데 한 출판사가 폐기하려고 집으로 가져 온 원고를 발행인의 8살 난 딸이 읽어보고 다음 편은 없냐는 성화와 열광적 반응에 출판을 결심을 했다는 비화다. 바로 눈높이이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행정차원으로 봐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본심을 맡고 있는 각계 전문가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 지난 3년간 수상한 타 시·군의 사업 특징과 우리 시의 탈락 원인을 살펴보면 분명해진다. 많은 수상작들이 문화와 예술 그리고 감성을 내러티브narrative로 삼았다는 것을 명심하자. 그건 예술가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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