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리더십을
찬양하고 흉내 내기 하던
평택시 등 지방정부 단체장들도
불공정과 불통, 낙하산 인사,
측근정치의 폐단에 대해 반성하고
쇄신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 이은우 이사장
평택사회경제발전소

국민을 기망한 지도자, 국정을 농단한 비선세력, 이를 비호한 기득권의 민낯에 분노한 민심은 100만개의 촛불이 되어 2016년 11월 12일 서울 도심을 뒤덮었다. 군부독재를 종식시키고 국민이 직접 대통령을 뽑도록 한 1987년 6월 항쟁 이후 가장 많은 인원이 모인 이날 촛불집회는 무능과 오만의 정권을 탄핵한 것이다.

“이게 나라냐”는 분노를 넘어 “이게 민심이다”라는 사실을 확인시켜준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평택도 몇 차례 촛불집회에 수많은 시민·학생들이 참가해 국가의 기본을 무너뜨린 박근혜 정권에 대해 남녀·세대·지역·이념을 떠나 모든 시민이 분노했다.

이처럼 민심이 폭발한 배경으로는 세월호 사건, 백남기 농민 사망, 위안부 한일합의, 노동시장개혁, 쌀값 폭락, 청년실업, 빈부격차 심화, 서민들의 경제난, 기득권의 부정부패, 금수저·흙수저론 등으로 쌓이던 무력감에 헌정유린, 비선실세 사태가 더해지면서 분노로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드러난 박근혜 정권의 민낯은 도저히 정상적인 민주주의 국가라고는 할 수 없을 만큼 특정 개인에 의해 국정이 철저하게 농단된 모습 바로 그것이었다.

그간 박 대통령이 보였던 무능과 무책임, 불공정과 불평등, 불안전과 불통을 방치할 경우 나라가 정말 망하겠다는 절박감과 민주주의 국가의 기본을 다시 세워야한다는 절실함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 거리로 나오게 하고 있으며, 누구나 ‘박근혜 퇴진’이라는 한목소리를 내게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민심은 천심이라고 했는데 박 대통령이 이 준엄하고 도도한 민심을 직시할 수 있을 지 참으로 걱정스럽다. 국민은 최순실 사건으로 검찰조사와 특검을 받아야 하는 박 대통령에게 국정을 이끌거나 나라를 대표할 품격과 자격이 없다고 본다. 대통령이 무엇을 한들 믿지 못하고, 그가 무슨 말을 해도 그 문장은 누가 써주었는지 의심하는 게 시민 정서이다.

집권당이라는 새누리당도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 말로만 촛불 민심을 준엄하고 무겁게 받아들이겠다면서 자리보전에만 급급하니 불에 기름을 끼얹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여당뿐 아니라 청와대·정부·검찰 내 최순실 부역자들은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 박근혜 리더십을 찬양하고 흉내 내기 하던 평택시를 비롯한 지방정부 단체장들도 불공정과 불통·낙하산 인사·측근정치의 폐단에 대해 반성하고 쇄신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5%의 국민은 우려하고 있지만 박 대통령의 퇴진은 혼란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새로운 시작이 될 것이다. 분노할 때는 분노해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세상과 질서가 열릴 수 있다. 국민들의 도도한 흐름은 헌법과 국가, 정의와 역사, 미래를 바로 세우는 첫걸음이다. 촛불 민심은 대통령 퇴진을 넘어 우리 사회의 새로운 질서,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자는 열망을 담고 있다.

11월 19일도 평택을 포함한 전국 각지에서 슬픔과 분노, 미래 소망과 제안으로 가득한 촛불 광장이 열릴 예정이다. 4·19혁명부터 6월 항쟁까지 위기에 처한 민주주의를 되살려온 주인공들은 항상 시민이었다. 깨어있는 시민들이 있었기에 헌정을 유린한 어떤 독재 치하에서도 이 나라를 지탱해올 수 있었다. 민주공화국을 복원시키고 헌법 제1조에 따라 국민이 주인인 시민권력 시대를 열기 위해 행동하는 시민으로 나서야 한다. 새로운 체제, 새로운 나라, 새로운 시대로 가는 위대한 촛불은 이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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