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헌정유린과
국정농단의 사태를 계기로
“우리국민 무섭다”고 한다.
이는 국민적 성숙이라는
시대변화를 잘 대변하는 것이다.
우리는 새로운 시대로 접어드는
고비를 맞고 있다

 

▲ 한도숙 고문
전국농민회총연맹

이제 박근혜는 피의자가 됐다. 국정을 파탄내고 꼭두각시 대통령 놀음을 해온 박근혜는 국민과의 약속을 파기한 죄가 크다. 박근혜는 처음 대통령이 되면서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바라보며 정치를 하겠노라” 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눈에는 최순실만 보이고 국민은 보이지 않았다. 국민들은 지난 4년간 어떤 비극과 슬픔으로 날을 새우고 밤을 지새웠는지 기억하기조차 어렵다.

아이들이 엄마를 부르며 세월호에 갇혀 물속에 잠기는 동안 컨트롤타워는 정지했고, 그것을 밝혀달라고 눈물로 하소연하는 가족과 국민들에게 입에 올리기도 더러운 “시체장사” “이제 그만하자”며 특조위를 해체해 버렸다. 침몰하는 세월호의 어린학생들은 국민이 아니었다.

개 사료 값만도 못한 쌀을 살려내라고 외치다 물대포를 맞아 죽은 백남기 농민도 그에겐 국민이 아니었다. 스크린도어에 끼어 절규하던 비정규직 청년노동자도 국민이 아니었다. 미국의 패권주의에 의한 탄저균 실험과 확산을 반대하는 평택 사람들, 사드배치에 반대하는 성주, 김천의 농민들이 국민이었던가. ‘파업’을 ‘불법파업’으로만 낙인찍었던 노동자들이 언제 국민인적이 있었던가. 정권 초기 국민들을 위해 오로지 국민들만 바라보며 일하겠다던 박근혜 대통령의 국민은 어디에 있단 말인가.

피의자 박근혜의 두 번째 죄상은 ‘수첩공주’라는 것이다. 이번 ‘국정농단’사태가 터지면서, 대통령이 수석들과 장관들로부터 대면보고를 제대로 받지 않았음이 드러났다. 서면보고와는 달리 대면보고는 즉석에서 듣고 질문하고 토론하여 내용을 숙지해야 하고 때로는 그 실행을 명령해야 하는 식견과 경륜이 필요하다. 그러나 박근혜는 대면보고를 기피했다. 그것이 몇 번이고 ‘순실이’에게 물어봐야만 판단할 수 있는 것이기에 그랬을 것이라는 게 국민들의 판단이다. 애초 대통령으로서 재목이 되지 않았다는 말이다.

피의자 박근혜의 세 번째 죄는 아직도 자신은 피해자라고 생각하는데 있다. 주변사람들을 잘 관리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뜻하지 않게 국정이 농단되고 헌정질서가 파괴돼 국민들에게 미안하단다. 그래서 하야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체가 이탈된 상태다. 한 날 한시도 대통령이라고 하고 싶지 않으니 당장 하야하라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대통령의 비극은 이제 시작 되고 있는 듯하다. 그를 만들고 함께 해온 세력들에 의해서 대통령 자신이 만든 자신의 지지세력 즉 새누리당과 국정원, 검찰, 종편들이 주인을 물어뜯기 시작 한 것이다. 지금 종편은 거의 하루 종일 대통령을 발로 차고 비웃는다. 새누리당은 친박과 비박이 서로 돌아서 비박은 이미 탈당, 탄핵까지 거론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을 땅에 내동댕이칠 태세다. 주인의 힘이 빠진 순간 검찰은 주인을 물어뜯는 개처럼 될 것이다.

대통령을 헌신처럼 내던질 집단은 또 있다. 순식간에 800억이나 되는 돈을 출연해 기꺼이 ‘최순실의 밥’이 되어 주었던 재벌들이다. 그들은 이미 정권 초기에 박근혜 대통령을 압박해서 김종인의 경제민주화 공약을 철회시켰고 법인세를 낮추었다. 그래서 그들은 수천억 원에서 수조 원의 이익을 각각 챙겼을 것이다. 대통령이 여러 번 강조한 소위 ‘노동개혁법’, ‘서비스발전 기본법’ 통과 요청은 모두 그들의 오랜 ‘민원’이었지 않는가. 대면보고도 받지 않는 대통령이 재벌들과는 독대를 하고 은밀한 거래를 즐겼다. 그런데 이제 그들은 자신들이 모셨던 주인을 내던지고 곧 다음 주인을 찾고 있을 것이다.

이제 우리는 이 비극적 시대의 분노를 소모하지 말아야 한다. 대통령의 헌정유린 국정농단의 사태를 계기로 우리는 소위 “우리국민 무섭다”라는 말을 많이 듣게 된다. 이는 국민적 성숙이라는 시대변화를 잘 대변하고 있는 말이다. 이번 사태로 우리는 새로운 시대로 접어드는 고비를 맞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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