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호예술관에
조금 더 진정성 있는
투자의욕을 갖고
그렇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볼 수는 없을까

 

 
▲ 이수연 전 부이사장
한국사진작가협회

2001년 12월 3일은 평택호예술관을 개관한 날이다. 평택예총 부회장이던 필자가 1996년 중반 경에 동아일보의 5단 기사를 오려 이계송 회장에게 제안했다. YS 문민정부 시절의 내무부가 국민을 상대로 아이디어를 공모한다는 것이었는데, 내용이나 소요예산에 제한이 없으며 선정되면 국비를 지원한다는 것이 골자였다. 이계송은 이 제안으로 평택호예술관의 출발인 평택아트캠프 프로젝트를 만들어냈다. 지방자치 시행 이후 평택에서 이루어낸 첫 민간협치 인 거버넌스로써 자연을 만끽하는 예술체험 공간 사업이었으며 예술가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아이디어였다. 초대 민선 김선기 시장이 이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여서 평택시의 사업으로 확정했고 내무부로부터 이듬해에 1억 원을 받는 성과와 함께 국·도비 포함 건축비만 15억 원을 투입하는 것으로 발전했다. 추진 과정에서 부지를 대폭 축소하는 일이 생겨 지금과 같은 외外 2층, 내內 3층의 기단基壇 피라미드 건물로 설계가 마무리 됐는데 2대 평택예총 회장이 된 필자가 중간에 이 사업을 이어받아 ‘평택호예술관’이라 이름 붙였고 다시 2년 뒤에 그 주변에 공원을 조성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예술관의 첫 출발은 화려했다. 평택 미술협회 황제성 지부장의 노력으로 유치한 개관기념 백남준 비디오아트특별전 등은 시내버스조차 없던 그 오지에 한 달 동안 3000명이 넘는 시민을 다녀가게 했다. 이후 예술관은 2010년 11월에 개통한 서해대교의 영향으로 급격하게 위축된 평택호관광지 일대의 방문객을 증가시켰으며 철따라 나들이 가족들이 방문하는 명소이자 평택 축제의 단골 장소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방문객들은 평택호와 어우러진 이곳 풍경에 곧잘 취하기도 하지만 실상 이 특별한 공간을 통해서 평택예술의 격과 우리시의 이미지를 높이자는 취지는 아직 미완성이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지역예술인들이 행사 때마다 텅 비는 시내 문예회관 전시실 대신 이곳을 선호하는 바람에 문예회관은 뒷전으로 밀리는 부작용을 빚기도 했다. 지역예술인들의 이런 기대와 바람 속에 평택의 대표 예술 공간이 되었다면 예술관은 그에 부응한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 전문성이 결여된 운영은 누차 말한바 있기에 생략하겠지만 개관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공간 재구성이나 리모델링을 말한다는 게 내내 가슴을 쓰리게 했다. 1층 전시장 앞을 한동안 차지했던 게임식 전자 사물놀이공간이 지금은 유리 칸막이 대기실로 어정쩡하게 바뀐 것만 해도 그렇다. 하루 2000명이 넘는 방문객을 직접 확인하던 성수기 행사 때 할머니들이 시원하다며 바닥에 주저앉던 모습이 생각나서 휴게시설로 다시 고치자고 했더니 시설작업 2년 내에 다시 손댄다면 징계 받는다며 담당자들은 손사래 쳤다. 2층의 소공연장 겸 다목적홀과 3층 명상의 장은 음향이나 냉난방이 불가능한 설계여서 그대로 방치하고 있고 그 바깥의 넓은 옥상 베란다 역시 15년 동안 감춰진 공간처럼 여겼다. 다목적 홀과 베란다를 연계하면 엄청난 새 공간이 생기고 나아가 아주 특별한 전망대를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이곳에 손대면 피라미드 형태가 깨지기 때문에 안 된다는 대답이다. 조금 더 진정성 있는 투자의욕을 갖고 그렇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볼 수는 없을까.

물론 요즘 평택처럼 엄청난 현안 사업을 동시다발로 떠안고 있는 실정에 그동안 큰 무리 없이 사용했다고 생각 드는 건물 하나쯤 그다지 중요치 않다고 여길지 모르고, 이웃 도시의 썩 잘된 예술 공간 활용 사례를 제시하면 ‘거기에서는 그게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대기업 유치니 대도시 지향이니 해서 우리시 경제가 활성화 된다는 장밋빛 청사진은 어쩐지 내게 매우 멀게만 느껴진다. 그것보다는 시민들이 언제든지 예술관을 찾아가 내 기분을 꼭 닮은 호수의 물빛을 보며 마음을 아우를 수 있는 곳이라고 여긴다면 더 풍요로운 평택을 피부로 느끼지 않을까. 논리의 비약이 아니다. 예술관은 그럴 정도의 가치가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꼭 15년의 평택호예술관, 이는 관심의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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