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에는
이들이 함께 살아 갈수 있도록
도와 줄 곳이 필요하다.
이들을 이해하고, 이들의 특성을 알고,
도와줄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

 

▲ 이준호 시설장
정신장애인
사회복귀시설 ‘나무’

2016년 10월, 평택에 정신장애인 사회복귀시설 나무가 개소했다. 정신장애인들의 주간재활시설로 정신장애인에게 전문적인 재활서비스를 제공하는 첫 시설이라는 의의가 있다.

시설 ‘나무’는 당사자의 의사를 존중하며 함께 일하고, 밥도 지어 먹고,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공간이다. 미술치료나 정신건강강좌 등의 일괄적인 시간표로 이루어진 활동이 아닌 각자가 가지고 있는 강점을 발휘해 실질적인 ‘꿈’을 찾아가는 활동을 하고 있다. 문을 연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2명은 외부에서 일을 하고 있고, 안에서 함께 일하는 분들은 한 달에 20만 원 정도의 수입을 벌고 있다.

정신장애가 타 장애와 다른 점은 눈으로는 구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무엇이든 알면 지식이 되지만 모르면 두렵듯이 정신장애인을 두려워하고 무서워하는 것은 그들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정신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기에 가장 힘든 것은 사람들의 선입견이라는 편견이 만드는 유리벽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1999년 정신보건법이 제정되고 정신장애인들을 위한 사회복귀시설이 생기면서부터 지역사회 주민이나 공동체와도 지속적인 접촉이 많아졌다. 이제는 정신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도 많이 해소되는 것 같지만 아직도 차별은 사회 곳곳에 만연해 있다. 정신장애인에 대한 범죄는 전체의 0.33%로, 술을 마신상태에서 저지르는 범죄의 0.1%에 불과한데도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 등의 엽기적인 범죄와 정신질환을 연결 짓는 것은 그런 편견을 확인하게 하는 대표적인 사례일 듯하다.

아직도 많은 정신장애인들은 요양시설이나 정신의료기관에 장기간 방치된 경우가 많다. 정신질환의 발병 시기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인데, 치료가 쉽지 않으니 많은 분들이 장기간 방치되고, 장기간 입원치료를 마친 후에는 부모님이 돌아가시거나 무관심으로 인해 가족이 없는 경우도 있다.

정신장애인은 임대주택을 얻을 자격도 있고 의지도 있지만 장기간 입원생활을 겪는 과정에서 한 번도 혼자 살아본 경험이 없으므로 퇴원명령을 받아도 보호자들이 다시 입원할 수 있는 곳을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지역사회에는 이들이 함께 살아 갈수 있도록 도와 줄 곳이 필요하다. 군대 2년을 다녀와도 바뀐 사회생활에 적응하기란 낯설고 불편한 것이 사실이다. 버스노선, 요금납부, 제도 등이 변경되기 때문이다. 이런 어려움을 우리는 가족과 친구에게 도움을 받는다. 정신장애인도 마찬가지다. 공과금 납부하기, 밥 짓기, 친구들과 차 마시기 등 정신장애인에게도 친구가 필요하다. 이들을 이해하고, 이들의 특성을 알고, 도와줄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

2000년대 초반, 회원들의 평균 취업기간은 1개월을 유지하는 것이 힘들었다. 신체 장애인의 어려움은 보조 장치로 해소할 수 있지만, 정신질환은 눈에 보이지 않기에 더 힘들다. 그러나 정신장애인 역시 삶의 주체자로서 스스로 주도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이 있고 충분한 기회와 도움을 줄 수 있는 곳이 있다면 함께 살아갈 수 있다. 필자는 16년간 정신보건현장에서 근무하면서 회원들의 일터에서 함께 전선을 연결하고, 납땜하고, 달팽이를 함께 키웠다. 그곳의 작업환경과 일자리에 대한 이해를 함께 하면서 회원들과 연결하니 취업 유지기간이 점차 올라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들도 충분히 사회에서 어울려 살아갈 수 있다. 사회가 이들에게 충분한 기회를 제공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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