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 사장님 “젊음이 큰 밑천이죠”

서툰 실패들이 모여 이룬 도전
지금보다 더 나은 내일을 꿈꿔


 

 

인생은 마라톤이다. 목적지까지 때론 걷다가 뛰기도 하고, 너무 뛰어 숨이 차면 다시 걸으면 된다. 그것은 오로지 개인의 선택에 달려 있다.

열아홉 살 햄버거 사장님
“햄버거가게 문을 연지 이제 석 달 됐어요. 프랜차이즈 햄버거가 아닌 수제 햄버거이기 때문에 신경 쓸 것도 많고 이윤을 남기는 면에서도 아직 미숙하죠. 그래도 얼마 전 따져보니 이것저것 빼고 한 달 평균 순수이익이 최소 400여 만 원 정도 벌이는 될 것 같아요. 가게가 안정되면 점점 더 나아지겠죠”
비전동 평택성동초등학교 옆에서 작은 수제햄버거 가게 ‘앙버거띠’를 운영하고 있는 유연종(19) 씨는 새해가 되면서 이제 갓 스무 살이 됐다. 또래 친구들은 모두 대입시험을 보고 놀기도 바쁜 그 시간에 연종 씨는 작은 가게에서 부지런히 햄버거를 만든다. 햄버거도 만들어야 하고, 월세도 꼬박꼬박 내야하고, 아르바이트비도 줘야 하고, 재료도 사러가야 하고, 신경 쓸 게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모두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보증금은 어쩔 수 없이 부모님의 도움을 받았지만 2000만 원 정도 되는 인테리어와 주방기구 비용은 그동안 모아둔 아르바이트비로 충당했어요. 작은 햄버거가게라 쉽게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막상 문을 열고 보니 챙겨야 할 것들이 너무 많은 거예요”
창업 이전에는 햄버거를 만드는 인터넷 동영상을 보며 그대로 따라만 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는 연종 씨가 창업 이후의 실수담을 털어놓으며 쑥스럽게 웃는다. 음식을 신경쓰다보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시간을 신경 쓰다 보면 음식 맛이 떨어지고, 바쁘게 움직이다 문에 손가락을 찧어 손톱이 빠질 지경이 되었지만 매일 시간에 쫓기느라 아픈 줄도 모른다고.

가출, 자퇴, 은둔형 외톨이까지
“중학교 1학년 때 참 많이 힘들었어요. 몇 번의 가출 끝에 결국 학교를 그만두게 됐고 그 이후부터는 집안에 틀어박혀 컴퓨터만 하고 지냈어요. 아무도 만나지 않고 오로지 컴퓨터 게임만 했죠. 그런데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하고 행복하더라구요”
연종 씨는 그렇게 일 년을 집 안에서만 보내다가 어머니의 권유로 가게 된 한 사설 캠프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지내는 동안 세상과 다시 화해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열일곱 살이 되던 무렵부터 뷔페에서 본격적으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대인기피증이 있어서 쉽게 어울리지도 못했고 그런 일을 해보지 않아 음식을 망치거나 접시를 깨는 실수들도 있었지만 학교에 간다는 생각으로 매일 출근했어요. 시간적으로 바쁘고 육체적으로 힘들었지만 이를 악물고 버텼죠. 그러다 2년이 지나니 내가 어느새 가장 일 잘하는 선배가 되어 있더라구요”
아르바이트를 하며 처음으로 잘한다는 칭찬을 들었다는 연종 씨는 그 칭찬에 힘입어 더 열심히 일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보다 나이 많은 아르바이트생을 가르치면서 자신감도 붙었다. 다른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는 어느새 ‘특급 에이스’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과 함께 책임감도 갖게 됐다.

‘잘 버티자’에서 ‘잘 하자’로
“아버지랑 산책하며 대화를 많이 해요. 우연히 창업에 대해 이야기 했는데 아버지가 흔쾌히 해보라며 응원해 주시더라구요. 아직 나이도 어린데 저를 믿어주셨다는 점이 제일 고맙죠. 창업 준비 하는 동안 제 스스로 어리고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절실히 깨달았어요. 그래도 젊으니까 부딪히다보면 점점 나아질 거라 생각해요”
연종 씨는 어느새 입버릇처럼 스스로에게 ‘잘하자’고 되뇌곤 한다. 예전에는 아르바이트생으로 ‘잘 버티자’라고 다짐했다면 지금은 창업을 통해 사장이 되면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셈이다. 가게 문을 열기 3일 전에야 메뉴가 개발됐을 만큼 급하게 창업을 시작하긴 했지만 지금은 자신이 먹어도 맛있을 만큼 특급 수제 햄버거를 만들 자신도 생겼다.
“내 인생은 어른들이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헤쳐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거죠. 아르바이트든 취미생활이든 무엇이든 하고 싶은 일을 하다보면 길도 점점 보일 거예요. 창업을 한다면 나이가 많다고 달라질 건 없으니 생각이나 경험이 부족하겠지만 한 살이라도 어릴 때 하는 것이 낫겠죠”
스물세 살 이전에 억대 돈을 버는 게 꿈이라는 유연종 씨, 성공은 학벌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다시 공부도 할 거라며 웃는 연종 씨는 손님이 오자 얼른 앞치마를 두르고 주방으로 들어가 정신없이 햄버거 만드는 일에 열중한다. 아마도 그의 마음속에는 지금 이 순간에도 ‘할 수 있다. 잘 하자’ 하는 다짐의 목소리가 쉼 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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