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불행하지 않을 거라고
보장할 수 없는 불안한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진정한 친구 하나
곁에 두고 살면 얼마나
든든할 것인가

 

 

 
▲ 맹광주 이사/
평택시사회복지협의회

친구라는 말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없다. 우정보다 소중한 것도 없다. 나는 당신에게 아름다운 친구, 소중한 우정이기를 바라며 살고 싶다. 가끔 사랑이라는 말이 오고가도 아무 부담 없는 친구, 혼자 울고 있을 때 아무 말 없이 다가와 ‘힘내’ 라고 말해줄 수 있는 당신이 바로 내 친구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 당신의 어떤 마음도 행복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친구가 되고 싶다. 함께 있지 않아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서로를 걱정하고 칭찬하는 친구가 되고 싶다. 주위에 아무도 없어도 당신과 내가 있으면 서로 만족하고 행복해지는 그런 친구가 되고 싶다.

당신에게 행복이 없다면 행복을 찾아주고, 당신에게 불행이 있다면 그 불행을 물리칠 수 있는 친구가 되고 싶다. 사랑보다는 우정, 우정보다는 진실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친구이고 싶다. 고맙다는 말보다 아무 말 없이 미소로 답할 수 있고, 둘 보다는 하나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리며, 미안하다는 말을 먼저 할 수 있는 그런 친구가 되고 싶다.

아무 말 없어도 같은 것을 느끼고, 나를 속인다 해도 전혀 미움이 없으며, 나쁜 점을 덮어줄 수 있는 그런 친구, 잠시의 행복이나 웃음보다는 가슴 깊이 남는 행복이 더 소중한 친구가 되고 싶다. 늘 함께 할 수 있는, 나지막한 목소리에도 용기를 줄 수 있는, 믿음의 소중함을 중요시하는, 먼 곳에서도 서로를 믿고 생각하는 친구가 되고 싶다.

나이든 나에게도 사업에 실패하고 홀로 외롭게 살아가는 한 친구가 있다. 며칠 전 그 친구가 사는 단칸방을 찾아가 친구와 작은 정을 나누고 있을 때 빈병이나 헌 신문지 박스가 있으면 달라고 어떤 할머니가 문을 두드렸다. 그 소리에 그 친구는 “잠깐만 기다리세요” 하더니 몇 개 남은 라면을 몽땅 비닐봉지에 싸고 둘이 마시던 소주병들을 들어 빈 컵에 다 따르더니 봉지에 넣어 “이거 빈병이에요” 하면서 할머니께 드리는 것이었다.

힘에 지친 할머니의 얼굴에서 글썽이는 눈물을 보았다. 고맙다는 인사를 몇 번이나 하고 손수레를 끌고 가는 허리 굽은 그 할머니의 뒷모습…. 당장 자기 먹을 것도 없으면서 자기보다 더 불행한 이를 돕는 친구의 마음. 몇 끼를 굶어도 배부를 것 같은 광경이었다.

“이 사람아, 다 주어버리면 친구는 어쩌려고” “별것도 아닌데 뭘. 난 할머니보다 젊으니까 몇 끼 굶어도 돼. 그리고 나는 자네 같은 친구가 내 옆에 있지 않나. 안 먹어도 든든해”

한때 넉넉했던 시절, 그렇게 아끼지 않고 베풀던 친구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나도 넉넉지 못해 이 고운 친구에게 큰 도움을 주지 못하지만 친구의 낮은 삶을 보며 부끄러운 마음뿐이었다.

세상에는 감추려는 아픔보다 어루만져야 할 부끄러움이 훨씬 많은 것 같다. 찾아가야 한다. 찾아가서 따뜻하게 어루만져주는 친구가 돼야 한다. 나의 작은 정성이 그에게 큰 희망이 되고 나의 작은 위로가 그의 불행을 반으로 줄일 수 있다. 남을 도울 때 기쁜 마음으로 다가가면 두 배로 안겨오는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나의 사랑하는 친구, 힘없이 쳐져 있는 친구, 그 친구를 자주 찾아보려고 한다.

그 친구 덕분에 나도 신문지, 헌책, 박스 등 생기는 대로 모아서 그 친구를 찾는다. 알고 보니 그 할머니는 그 친구와도 친구라 한다. 나는 불행하지 않을 거라고 보장할 수 없는 불안한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진정한 친구 하나 곁에 두고 살면 얼마나 든든할 것인가. 내가 어려울 때 비로소 진정한 친구를 갖는다면 그보다 더 값진 것이 있을까. 그 친구가 생각나는 것을 보니 어느새 따뜻함이 그리운 계절인 것 같다. 할머니가 건강하셨으면 좋겠다. 멋진 내 친구는 할머니에게 멋진 친구가 될 것이고 나 역시 친구 덕분에 할머니의 친구가 되었다. 새해에는 더 많은 친구들을 찾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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