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보도가
‘뉴스’로 유통되지 못하고
‘영화’로 만들어진 현실
‘자백’은 이런 현실에 바치는
끝나지 않는 우리시대의
슬픈 자화상이다

 

   
▲ 김기홍 부소장
평택비정규노동센터

국정원의 ‘강요된 자백’에 의해 간첩으로 내몰린 이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탐사보도 영화 ‘자백’.

이 영화는 국정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의 간첩단 조작사건부터 최근의 탈북자 간첩조작 사건까지 꽤 오랜 시간 지속되고 있는 ‘간첩 만들기 사건’을 다루고 있다. 물론, ‘유우성 공무원 간첩조작사건’이 영화의 중심소재다. 중국 국적을 가지고 있는 북한주민 유우성이 먼저 탈북해 우리나라에 넘어와 정착한다. 이후 유우성의 여동생은 오빠와 함께 하기 위해 탈북자가 되어 우리나라로 입국하다가 국정원에 붙잡혔고 무려 6개월이나 감금되어 간첩이라는 허위자백을 강요당하며 폭행당한 채 무서움, 두려움, 공포 속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허위자백을 하면 이 땅에서 오빠와 살 수 있게 해 주겠다는 국정원 직원과 검사의 사탕발림에 속아 본인이 간첩이라고 허위자백을 한 여동생. 결국 국정원과 검찰의 의도된 ‘간첩 만들기’ 계획으로 인해 오빠는 간첩이 되어 8개월 동안 창문도 없어 볕도 들지 않는 1.5평 감옥 안에서 어둠과 쓸쓸히 지내야 했고 여동생은 결국 중국으로 추방당했다.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아 자유의 몸이 되었지만 유우성은 3년 동안이나 국가폭력으로 고통을 받았다. 대법원 앞에서 탈북자에게는 인권도 없냐고 울부짖던 그의 모습이 선하다. 반면에 간첩을 만들어내야 존재할 수 있는 ‘간첩공장’ 국정원 직원들은 기소유예, 서류조작까지 일삼은 검사들은 1개월 정직이라는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다.

당시 국정원장이었던 원세훈이나 국정원 직원, 검사 모두 자신의 일에 충실했을 뿐이라고 오히려 당당해 한다. 1975년 대학가 간첩단 조작사건 당시 담당검사였던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박정희 독재정권 때부터 지금까지 권력의 핵심에서 호의호식하며 사는 현실에서, 무엇이 삶의 진실이고 정의인지 알 수 없는 요지경 세상은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국가 권력과 돈에 영혼이 팔린 국정원 직원, 공안검사, 대학교수, 변호사, 국회의원들이 결국은 지금의 ‘요지경’을 만든 장본인인 것이다.

‘자백’은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상과 NETPAC 아시아 영화진흥기구상까지 받아 2관왕이 된 작품이다. 극장 개봉을 위한 스토리 펀딩을 통해 1만 7261건의 후원에 모두 4억 3427만 6000원을 모금했으며, 1월 2일 현재 누적관객 수 14만 3658명이 관람해 15만 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고 앞으로 미국 등에서도 개봉된다. 또한 KT올레, LG U플러스, 디지털케이블TV 등 IP TV 서비스와 다음, 올레TV, SK모바일, 구글 등 온라인과 모바일 서비스로도 만나볼 수 있다고 한다.

탐사보도가 ‘뉴스’로 유통되지 못하고 ‘영화’로 만들어진 현실. 왜 JTBC 뉴스룸은 조선일보마저 박근혜와 전면전을 선포하기 위해 나서기 이전에 탐사보도를 하지 못 했을까?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왜 진작 박근혜와 최순실 게이트를 보도하지 못했을까? 영화 ‘자백’은 이러한 현실에 바치는 끝나지 않는 우리시대의 슬픈 자화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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