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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 평택의 쟁점 12 - SOFA 한미주둔군지위협정 무엇이 문제인가?평택에 집중되는 주한미군, ‘SOFA 개정 선행돼야’
강성용 기자  |  seakang454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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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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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갑사건-불평등 규정이 원인, 오프리미트는 무소불위”
“지나친 저자세도 잘못, 소통위한 미군 전문가 양성 시급”

   
▲ 미군 헌병의 성상납·금품수수 사건에 대한 시민단체의 기자회견(2005년)
   
▲ SOFA 개정의 불씨를 안고 있는 K-55 미군기지 앞 신장동쇼핑몰 전경
죄 없는 시민들이 체포되고 수갑을 차는 등 미군 헌병들의 한국인에 대한 인권유린 행위로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미군 수갑 사건’이 발생한 것은 지난 7월 5일, 사건 발생 한 달이 넘었지만 아직 이렇다 할 결말을 내놓고 있지 못해 또 하나의 상처만 남기고 흐지부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1967년 맺은 대표적 불평등 조약인 ‘SOFA 한미주둔군지위협정’은 그동안 수많은 개정 논란에도 불구하고 반세기 가까이 원형을 고수하며 한국인의 삶에 많은 영향을 끼쳐왔다.
1992년 최악의 미군범죄로 악명이 높았던 ‘미군 클럽 종업원 윤금이 살해사건’의 가해자로 15년 형을 선고 받았던 미군 병사 ‘케네스 마클’도 가석방으로 풀려나 본국으로 돌아갔으며,  1997년 이태원에서 일어난 홍대생 살인사건은 범인을 체포하고도 증거불충분 등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본국으로 돌아가는 바람에 영구미제사건으로 남아 이를 소재로 한 영화가 제작되는 등 국민적 분노를 산 바 있다.
또한, 2002년 길을 가던 어린 학생을 장갑차로 치어 숨지게 한 ‘효순이·미선이 사건’의 결말도 한국에서가 아닌 미국에서 우리 손이 아닌 미국인들에 의해 처리되고 결국 공무상이라는 이유로 무죄 처리되는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계속 이어지는데도 불구하고 그것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것은 SOFA에 기인한 것이며 이번 ‘미군 수갑 사건’도 그와 맥락을 같이 한다고 봐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 문제의 핵심, SOFA와 오프리미트
미군 상대 상인에게는 ‘영업정지’
‘기지 외 업소 규범 안내서’가 시초
‘영업시간 지정’ 등 주권포기 논란
물·얼음·음료 등 세세한 사항 규정
2005년 미 헌병 권한 악용 범죄 발생

이번 ‘미군 수갑 사건’에 세인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한국에 주둔하는 미군의 90% 이상이 평택으로 집중되고 이로 인해 예상되는 군·민 갈등, 치안유지 등 여러 가지 문제점과 경제적 상관관계 등 향후 평택에 대규모 미군 이주를 앞두고 불거질 여러 문제들의 해결 방향을 내다볼 수 있는 시금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부대 인근 주민들과 상인들이 주목하는 것은 오프리미트(off-limit, 출입금지구역)제도다. 이 제도는 협정이나 조약이 아닌 범죄가 발생했거나 범죄 발생 가능성이 큰 미군부대 인근 지역이나 상가에 미군의 출입을 금지하는 규정을 의미한다. 영업정지와는 달리 상인들의 직접적인 영업행위에는 아무런 강제력이 없지만 미군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부대 인근 상인들에게는 사실상의 영업정지와 다름이 없어 오프리미트는 공포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1992년 4월 태평양공군 제51전투지원대(K-55. 오산에어베이스) 사령관이 위생, 의료, 소방, 안전 등을 위반한 업소에 대해 미군의 출입금지를 통보할 수 있도록 옛 송탄시와 체결한 ‘기지 외 업소를 위한 규범 및 안내서’가 이 제도의 시작이다. 업소의 영업시간은 미군부대 사령관이 정하도록 돼있고 업소 여종업원 채용 시 증명사진, 신상카드를 부대에 제출토록 하는 등 검열과 규제 지침이 인권침해 소지와 함께 미군의 우월적 지위를 인정하는 문서로 알려진 이 안내서는 그 후 주권포기 논란에도 불구하고 안보논리와 인권침해의 상반된 입장 속에서 지속돼오고 있다.
미군들이 자체 규정을 이유로 업소를 제한하는 것은 상상을 초월한다. ‘업소에서 사용하는 물과 얼음조차 미군이 정한 규정의 장소에서 나오는 것을 써야 하며 음료나 주류 잔을 세척하고 말릴 때 반드시 뒤집어 말려야 한다. 화장실은 몇 개를 완비해야한다. 소방시설은 이렇게 설치해야 한다’는 등 세세한 사항까지 규정하고 있고 있어 인근 상인들은 국내법에 저촉되지 않게 영업을 했더라도 미군 규정이 맞지 않으면 제재를 당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었다.
급기야 지난 2005년 3월 미 공군기지 소속 헌병들이 오프리미트 권한을 악용해 기지주변 유흥업소를 상대로 금품수수와 성상납 등의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시민단체들에 의해 한국 검찰에 고발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중앙시장 미군 전용 클럽에서 수년째 일을 하고 있다는 K 씨는 “업소 안에는 외부에서 술을 가지고 들어오지 못하게 돼있으나 미군들은 가방에 숨겨 들여오는 경우가 많다. 일일이 소지품 검사도 할 수 없고 결국 단속 나온 헌병에게 가게에서 판매하지 않는 술을 마시는 모습이 발견되면 꼼짝없이 오프리미트 처벌을 감수해야한다”며 “시비가 붙어도 그냥 당하고 있어야 한다. 혹여 같이 대응을 하거나 따지고 들었다가는 역시 오프리미트 대상이 되기 때문에 업주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손해와 굴욕감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미군에 기대는 상행위 ‘이제 그만’
저자세 대응하는 행정력이 문제 키워
미 헌병, 부대 외 무기휴대는 위법행위
위법행위에 스스로 굴복이 더 문제
미군 상대 영업에 상인들 매력 못 느껴
SOFA 규정 아는 경찰력 배치 시급해

   
▲ K-6 미군부대와 팽성읍 안정리 상인들이 맺은 1979년 영업지침
미군 영내가 치외법권 지역임은 마땅한 처사다. 그러나 부대 인근은 영외지역임에도 불구하고 미군이 자주 찾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마치 자신들이 모든 권리를 가진 것처럼 SOFA를 확대해석하고 적용하는 것과 미군들의 주권침해 행위에 지나치게 저자세로 대응하고 있는 행정력이 문제를 키워왔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사건의 직접 당사자인 신장동 쇼핑몰의 악기상 대표 Y 씨는 물리적 피해보다 이로 인한 정신적 충격과 함께 자국민 보호에 소홀한 정부의 태도에 대해 더 큰 상처를 입었다.
“나는 단지 피해를 입은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경찰서에 출두해 12시간 이상 조사를 받는 등 죄인 취급을 받았다. 영업에 지장을 줄 정도로 여러 차례 불려갔다. 이젠 이곳을 뜨고 싶다는 생각만 간절히 든다. 심지어는 경찰 책임자가 불구속 수사감이라고 말하는 등 미군을 감싸고 사건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 같아 속상하다”고 아쉬움을 토로하며 “돈이 문제가 아니라 제가 떳떳하고 미군이 잘못했다는 점을 밝히기 위해서라도 단순한 사과 보다는 최소한의 보상이라도 받기 위해 끝까지 한 번 해보겠다”라며 격양되게 목소리를 높였다.
SOFA 전문가인 김용한 성공회대학교 외래교수는 “부대 외부에서 헌병이 정복을 입고 무기를 휴대한 채 권리를 행사하는 것 자체가 위법한 행위”라며 “SOFA 자체가 불평등한데다가 더 심각한 것은 그 안에서도 나름대로 우리 주권을 찾고 권리를 내세울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떳떳이 말하고 주장하지 못해 스스로 굴복하는 등 운용상의 잘못이 더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과거 국력 차이가 현저했던 시절에 맺어진 협정이 세월이 흘러 국민의식과 경제규모 등에서 비교할 수 없이 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큰 변화가 없는 것도 갈등의 원인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군의 구매력이 달러가치 하락과 한국인의 소득향상에 힘입어 과거와 같이 위력을 보이지 않고 있어 더 이상 미군만을 바라보는 영업으로는 수익을 얻기 힘들고 매력적이지 않다는 인식이 젊은 상인들 사이에서 널리 퍼지고 있다.
실제로 K-55 신장동 쇼핑몰 주변 상가들의 경영 상황은 악화 일로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근에서 아이스크림 전문점을 하고 있는 A 씨는 “수익성이 떨어져 더 이상 사업을 유지하는 것이 힘들다”며 전업계획을 밝혔고 커피전문점을 하고 있는 B 씨는 “젊은 사람들은 이곳에 개업을 하려하지 않고 그나마 있는 몇몇 업소들도 빠져나갈 때만을 기다리고 있다”며 “매출의 많은 부분이 미군에 의해서가 아닌 한국인들에 의해 일어나고 있는데 굳이 눈치봐가며 미군을 상대로 영업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것이 대다수 젊은 사장들의 의견”이라고 말했다.
지역경제가 황폐화되기는 팽성읍 K-6 캠프험프리스 수비대 정문 앞 안정리 쇼핑몰의 경우가 더욱 심각하다. 평일은 물론 주말 저녁 미군 병사의 영외 출입이 현격히 줄어들어 미군만으로는 밥 먹고 살기가 팍팍하다는 것이 이 지역 상인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또 다른 목소리도 존재한다. 미군 이전이 제자리를 찾고 중앙시장의 특성화사업 지정이 효과를 발휘하면 예전의 위용을 되찾을 것이며 이번 사건이 확대돼 미군과의 사이가 벌어지는 것이 경제적으로나 안보상으로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도 적지 않다.
송탄 신장동지역을 지역구로 하는 최호 경기도의회 의원은 “어느 주장이 옳고 그르다고 말하기 보다는 문제의 근본 원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번 사건은 국제화도시를 천명하면서도 아직 그 준비는 되어 있지 않은 평택의 현재 위치를 그대로 드러낸 사건”이라고 말했다.
또한 최호 의원은 “제도 문제 이전에 언어, 문화 등의 차이를 넘어서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는 소통의 문제로서 이번 사건도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하고 SOFA 규정을 제대로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는 경찰력이 배치되어 있었다면 조기에 수습됐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아직 끝나지 않은 과제 ‘SOFA 개정’
주한미군사령관 사과, ‘겉으론 일단락’
SOFA, 미군은 선택적 권리 취할 수 있어
SOFA, 한국은 의무 부담의 불평등조약
‘수갑 사건’의 올바른 해결이 평택의 과제
상호 평등의 원칙과 신뢰 성립이 열쇄

이번 ‘미군 수갑 사건’은 주한미군사령관과 7공군사령관이 공식적인 사과를 하면서 겉으로는 사건이 일단락된 것으로 보이지만 피해자에 대한 보상과 가해자에 대한 법적 조치, SOFA 개정 등 사실상 이뤄진 것은 전무한 상태다.
특히 실생활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시설·구역의 보안조처에 대한 개정 없이는 언제고 이번 사건과 같은 유형의 인권침해 사고는 재발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SOFA 시설·구역 조항은 미군기지 주변의 보안조처에 대해 미군은 선택적으로 권리를 취할 수 있는 반면에 우리는 필요한 조처를 취해야 하는 의무를 부담하는 불평등한 조항이다.
그런데 우리처럼 미군이 주둔하는 일본, 독일, 필리핀의 SOFA 시설·구역 규정은 시설·구역 안에서 벌어지는 일조차 주둔국에 알리고 협의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또 일본과 필리핀의 SOFA는 시설·구역에 인접한, 또는 그 주변의 토지·영해·영공에 대해서는 광범한 미군의 보안조처권을 우리처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번 사건도 시설·구역 안팎의 관리에서 미군의 보안조처권을 과도하게 인정해줌에 따라 미군 헌병들이 부대 인근에서 단순한 주정차 문제로 우리민간인을 체포·감금하고도 큰소리를 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준 셈이다.
정치권에서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공무집행’ 등의 불명확한 규정의 명문화와 타국에 비해서도 불리하게 되어 있는 SOFA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원유철 국회의원은 성명을 통해 “이 사건은 SOFA를 위반한 과잉 불법행위임은 물론 명백히 대한민국 주권을 침해한 사건”이라며 “발전 일로에 있는 한·미 동맹의 균열을 초래하고 주한미군 평택기지 통합이전 사업에도 차질을 야기할 수 있었던 중차대한 일”로 규정했다.
또한 1심보다 형을 적게 받을 권리, 미군 피의자 한국 시설 구금 금지, 12대 중대범죄에 한해서만 구속 가능, 재판권 포기 요청 등 불평등 사례를 지적하며 “포괄적이고 모호한 규정이 이번 사건의 빌미를 제공했으므로 보다 구체적이고 양국 간 평등한 내용으로 협정을 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군은 9.11테러 이후 미군부대 주변에 대한 보안 강화를 부쩍 강화했다. 쇼핑몰 상인들은 주차문제로 인한 갈등 때문에 미군 측에 항의를 하면 “테러 방지를 위한 보안 때문”이라는 말을 듣는다고 한다.
성공회대학교 김용한 교수는 “상호 평등이라는 원칙과 신뢰가 성립되기 전에는 이러한 문제가 계속 한·미 동맹을 흔드는 위험요소로 잠복해 있을 것은 자명한 사실이며 이는 불평등한 SOFA 규정의 개선이라는 실질적인 행동으로 나타나는 것이 유일한 해결점”이라고 역설했다.
주한미군 이전이 과연 평택에 어떤 모습으로 다가설지, 국민들의 바람대로 SOFA 개정이 이뤄져 보다 발전적인 방향으로 한·미 관계가 진전될지, 아니면 불평등이라는 지뢰를 안고 갈등이 계속될지, 동양 최대의 주한미군 기지이전을 앞두고 43만 평택시민의 관심이 미군의 조치에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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