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학의 초석 만들고 싶어요”

주택 3층 개조해 청암문학관 개관
척박한 지역문학 토양 일구고 싶어

 

 

 

문학은 혼자만의 외로운 싸움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문학의 역사를 되짚어볼 때 지금까지 그런 문학을 키워낸 것은 문학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퇴임 후 문학 활동 몰입
“한경대학교에서 교직원으로 근무하다 2013년 정년퇴임한 후부터 본격적으로 문학의 길로 들어섰어요. 전국에 이름 있는 시인들을 찾아가 그분에게 강의를 들으며 배우기도 했죠. 2010년 12명으로 청암문학회 동인을 결성해 2010년 처음으로 <들꽃-향기가 있는 풍경>이라는 동인지를 출간했고 2011년부터는 지금까지 매년 <청암문학>을 발행하고 있어요”방효필(63) 청암문학작가협회 이사장은 문학을 공부하는 동안 평택에 문학의 토양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정년퇴임한 이후 조금은 편안하게 세상을 살겠다는 대부분의 사람들과는 정반대의 길을 선택한 셈이다.
“그동안 아이들 키우느라 엄두를 내지 못했던 하고 싶은 일을 이제야 시작하는 거죠. 잡지를 출판하려면 사비도 들어가야 하고, 편집도 직접 해야 하니 몸은 고되지만 그래도 우리고장 평택에서 태생한 문학이 언젠가는 세계로 나갈 것이라는 꿈을 꾸며 하고 있어요”
방효필 이사장은 자신의 호를 딴 ‘청암’으로 일궈내는 문학적 토양이 언젠가는 반드시 큰 문학회로 발전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한다. 많은 문학인들과 교류할 수 있는 장이라면 빠짐없이 참석하는 것도 현재 방효필 이사장이 하고 있는 일 중 하나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일은 자신의 주택 3층을 손수 리모델링해서 ‘청암문학관’으로 개관한 일이다.

살던 집 개조해 청암문학관 개관
“이 집이 1994년에 지었으니 햇수로 22년이 되었어요. 오래되다보니 점점 보수가 필요한 곳이 많아지더라구요. 청암문학관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리모델링 공사를 직접 했죠. 서툴지만 하나하나 정성이 들어간 곳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목수 일까지 직접 하다 보니 이곳을 꾸미는데도 5개월이나 걸렸어요”
그는 얼마 전 그곳에서 제9호로 출간된 <청암문학>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그리고 본격적인 종합문예지를 표방하며 처음으로 시와 동시부문 신인상을 발굴해 시상하기도 했다. 해마다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는 시낭송회도 갖는다. 어려서부터 문학을 사랑하는 어린이들이 있는 평택을 만들겠다는 일념에서다.
“무엇이든 일을 겁내지 않는 편이에요. 요즘도 밭농사 2천여 평을 혼자 짓는데 남들은 제가 일을 쉽게 해낸다고 하더라구요. 청암문학관을 시작한 것도 겁 없이 도전하는 제 성격이 많이 작용했을 거예요. 늦게 공주대에서 식품공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지만 농업, 축산, 식품, 국문학까지 대학만 27년을 다닌 것도 그런 이유겠죠”
온양 방 씨 집성촌인 팽성읍 원정리에서 태어나고 자란 방효필 이사장은 시골에서 태어난 농부의 아들인 만큼 저변에 깔린 정서가 누구보다 서정적이다. 2009년에는 <한맥문학>에서 시로 등단하고 2012년에는 <현대수필>에 수필로 등단했으나 무엇보다 애착이 가는 건 2013년에 등단한 ‘동시’ 장르다.

청암 문학의 원대한 꿈
“지역에 살다보니 자연스럽게 대추리 사태나 천안함 사건, 쌍용자동차 사태를 목격하게 됐어요. 궁금함에 직접 찾아가 보게 되고 그 모습들이 가슴 아파 글을 쓰기 시작했죠. 그게 정말 글을 쓰기 시작한 계기였어요. 인생으로 따지면 지역에 문학적 토양을 만들려고 애쓰는 지금이 가장 힘든 시기인 것 같아요”
방효필 이사장은 1976년 안성에 있는 한경대학교의 전신인 안성농업전문대학에 재학 할 당시 학교 규칙이라는 말 때문에 들게 된 문예반이 문학을 시작한 계기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후 문학에 재능이 있는 딸이 문학과 함께 하는 성장과정을 보면서 점차 우리나라 언어의 묘미와 문학의 깊이에 대해 공부하게 됐다고 털어놓는다.
“오늘 아침에 여든여덟 되신 어머님에게 처음으로 손 편지를 받았어요. 어머님의 인생이 담긴 편지였죠. 어머님이 직접 독해를 해주셔야 정확한 뜻을 알 수 있는 글이었지만 달력에 비뚤비뚤 쓴 글씨를 보는 것만으로도 어머님이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지 짐작할 수 있었어요. 늦게 문학을 시작했지만 어머님을 생각하면 그런 끼가 제게도 어느 정도는 이어지지 않았을까 생각하곤 하죠”
<청암문학>이 발행횟수를 거듭할수록 책임감도 무거워진다는 방효필 이사장, 비록 지역에서 토양을 일구고 있지만 언젠가는 세계의 문학으로 이끌고 싶다는 일념으로 현재 중국문인들과의 교류도 이어가고 있다는 그는 대한민국의 평택문학을 세계에 알리고 싶다는 포부를 거듭 전하며 스스로 각오를 다진다. 그가 뿌린 작은 한 알의 밀알이 해를 거듭할수록 큰 열매를 거둘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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