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주한미군한국인노동조합, 평택 캠프험프리스 정문 앞 시위
방위비 분담금 증가에도 ‘급여 2년간 동결’, 해고로 고용 불안

 
국주한미군한국인노동조합은 8월 24일 평택시 팽성읍 K-6 캠프험프리스 미군부대 정문 앞 광장에서 주한미군의 한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임금 인상을 보장할 것과 일방적인 감원을 중지할 것을 요구하며 집회를 열었다.
 
김대식 한국노총 평택지역지부 의장을 비롯해 전국주한미군한국인노동조합 12개 지부장, 평택지역 노동조합 관계자, 전국주한미군한국인노동조합 평택지부 조합원 등 200여명이 참가한 이번 집회에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경찰병력이 출동하기도 했으나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전국주한미군한국인노동조합은 지난 7월 12일부터 매일 용산 미군기지 앞에서 집회를 개최하는 것을 비롯해 23일부터는 국회 앞 1인 시위를 전개하고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발생신고를 하는 등 향후 찬반 투표를 거쳐 전국 미군기지에서 총파업을 한다는 계획으로 집회를 이어오고 있다.
전국주한미군한국인노동조합이 이처럼 강경 투쟁을 선언하고 나선 것은 주한미군 주둔에 따른 우리 정부의 방위비 분담금은 매년 증가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의 임금은 2년 연속 동결되었을 뿐만 아니라 한 때 3만 명이 넘었던 종사원도 1만 명 내외로 축소되는 등 노동환경 악화와 고용불안에 대한 우려가 크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주한미군한국인노동조합 평택지부 김현권 지부장은 “한국인 노동자들의 임금이 포함된 방위비 분담금은 연평균 3.9% 인상됐으나 주한미군측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임금동결을 주장하면서 감원까지 단행하고 있다”며 “임금의 70%를 한국정부에서 지원하고 있는데 미국의 경제 침체와 자국 공무원 임금동결을 이유로 이러한 행위를 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외 주둔 미군부대에서 일하는 해당국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인상률이 같은 해 미 연방 공무원과 대한민국 공무원 임금인상률 중 높은 쪽의 임금인상률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는 페이캡 정책도 도마에 올랐다.
물가인상률은 무시한 채 급여 외 각종 혜택으로 임금을 보전해주는 성격이 강한 공무원 임금인상률을 민간 노동자들에게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전국주한미군한국인노동조합 강태욱 총무부장은 “그나마 예년에는 한국이나 미국 공무원 인상률 중 높은 쪽으로 맞춰주는 최소한의 성의는 보였으나 작년부터 최저 인상률인 미국 공무원에 맞춰 임금을 동결하는 바람에 노동자들의 경제상황이 악화일로에 있다”고 말했다.
높은 쪽에 맞춘다는 것이 아니라 높은 쪽을 초과하지 못한다고 명시돼 있는 조항이 노동자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강태욱 부장은 “미군 측에서는 노조의 임금교섭권을 인정하지 않아 그동안 교섭도 못해보고 일방적으로 제시하는 안에 따라갈 수밖에 없었으며, 쟁의조정기간도 국내 노조와는 달리 45일로 정해놔 사실상 제대로 된 노조활동이 어려웠다”며 “이번에는 45일간의 쟁의기간을 다 채워 합법적인 파업을 통해서라도 노동자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것이 조합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국인에 대한 차별 문제도 거론됐다. 전국주한미군한국인노동조합 평택지부 조합원 김 모(46)씨는 “기지 내에서는 미군과 한국여성이 다툼을 벌여도 큰 논란이 되지 않지만 한국인이 미국 여성과 다투다가 손이라도 닿을라치면 성희롱으로 고발 조치되는 등 차별이 심각하다. 이는 아직까지 미군의 눈에는 한국을 약소국으로 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한 집회 참가자는 “전력난 해소를 위해 찜통더위에도 한국 공무원들은 선풍기 하나로 버티고 있는 사이 미군 부대 안에서는 에어컨을 맘껏 켜고 가뭄이 한창일 때도 잔디에 물주고 수영장을 채우기 위해 하루 종일 수도를 틀어놓는다”며 “제대로 비용이나 받으면 덜 억울할 텐데 막상 연체를 해도 군부대라는 특성상 단전이나 단수를 할 수 없는 것이 현실 아니겠느냐”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미군부대에서 종사한지 20년째라는 한 조합원은 “외부에서는 미군부대 근무 여건이 좋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20년 근무한 내가 연봉 3300만 원일 정도로 열악하다”며 “대량 감원을 통해 한국인 일자리를 줄이고 그 자리는 미국인들로 채우거나 자연 감소된 자리는 비정규 노동자들을 고용하는 등 여건은 날로 악화되고 있지만 한국 정부는 방위비 분담금을 해마다 대폭 인상해 주면서도 그 사용처나 제대로 알고 있는지 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남아 최대 규모의 미군기지가 들어설 예정인 평택에는 그 규모에 맞게 한국인 종사자도 늘어날 것이 예상됨에 따라 고용과 임금을 둘러싼 미군과의 분쟁을 어떻게 풀어나가느냐가 한·미동맹 관계의 새로운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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