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한 안경을 위해 항상 공부하죠”

눈은 노출된 뇌, 소중하게 다뤄야
안경사 가족, 서로 노하우 공유해


 

 

 

몸이 천 냥이면 눈은 구백 냥이라는 말이 있듯이 눈은 나이 들면서 소중함을 더 절실히 깨닫게 되는 신체 일부 중 하나다.

35년 안경과 함께 한 전문가
“안경사는 단순히 안경을 판매하는 사람이 아니라 개개인의 눈 상태를 정확히 진단하고 그에 맞는 안경을 권해주는 전문가예요. 고객들도 점점 안경은 전문적으로 검안하고 선택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는 것 같아요. 그런 전문적인 과정을 위해 저 역시도 항상 신규 논문을 읽으며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있죠”
변영옥(59) 평택 씨채널안경 원장은 20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35년 간 외길을 걷고 있다. 처음 안과 검안실 근무를 시작으로 한때는 서울 명동 한복판에서 안경·콘텍트렌즈 전문점을 직접 운영하며 안경과 함께 시간을 보낸 그는 돌이켜보니 긴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자신의 관심은 언제나 ‘눈’ 그리고 ‘안경’이었다고 말한다.
“십여 년 병원에서 근무하며 익힌 전문적인 지식들은 제가 평생 안경사로 살아갈 밑거름이 됐어요. 굴절광학에 대해서도 공부를 많이 했죠. 주로 전문가가 발표한 새로운 논문들을 많이 찾아 읽었어요”
변영옥 원장은 35년 안경사의 노하우를 담아 1998년 <눈이 밝아져야 세상이 환해진다>는 제목의 책을 펴냈다. 이 책은 그가 서울에서 안경점을 운영하던 당시 눈과 안경에 대한 궁금증을 에세이 식으로 풀어쓴 책으로 한때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그의 자부심을 한층 높이기도 했다. 때문에 40대 후반이 된 그가 어느 날 갑자기 가게를 접고 평택이라는 시골동네로 내려오리라고는 본인은 물론 그 누구도 생각지 못한 일이었다.

인생 굴곡, 가족을 느낀 계기
“콘텍트렌즈 전문점을 운영하던 당시 코스닥과 벤처에 투자를 했다가 전 재산을 다 잃었어요. 두 아들이 고3, 고1 때였는데 정말 막막했죠. 무엇을 다시 시작할 수도,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도 없는 때였으니까요. 그때 평소 안경에 대한 저의 철학과 딱 맞는 곳에서 함께 해달라는 요청이 왔었는데 그게 바로 지금의 씨채널이었어요”
안경사라는 직업의 특성상 평일에 늦게 끝나고 주말에도 제대로 쉬지 못해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지 않았지만 변영옥 원장의 가족들은 항상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했다. 힘든 과정을 잘 이겨낸 두 아들은 어느새 자신과 같은 안경사가 되었고 큰 아들은 7년차, 작은아들은 5년차 안경사로 서울에서 일하고 있다.
“예전에는 나도 가족을 위해 일했으니 아내가 가족을 배려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아내가 참 많이 참아줬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살아가면서 두고두고 갚아야죠.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제 직업을 보면서 자랐는데 안경사가 된 걸 후회하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저와 두 아들이 모두 안경사로 일하니 만나기만 하면 모두 안경얘기 하느라 바빠요”
변영옥 원장은 자신의 오랜 노하우를 아들들에게 가르쳐주는 대신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안경스타일이나 최신 기술 등은 아들들의 도움을 받는다고 말한다. 세 사람은 서로의 힘든 경험을 공유하기도 하고 일하다가도 궁금하거나 모르는 것이 있으면 가족이 함께 쓰는 SNS로 묻고 대답하곤 한다.

고객 신뢰, 노력으로 보답하고파
“안경은 그냥 도수만 넣고 빼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의 눈 근육에 습관에 따라서도 좌우될 수 있는 만큼 세심하게 살펴야 해요. 다초점렌즈를 쓸 수 없다는 판정을 받은 고객이 있었는데 제가 좌우 눈 근육 활용이 달라서 그랬다는 걸 확인하고 맞춤렌즈를 해드린 적이 있었죠. 그분의 성공사례는 2016년 사례발표 대회에서도 입상했을 만큼 제게는 노력의 결과이기도 해요. 안경도 개인에 따라 정확하게 검진하면 좀 더 편안한 시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죠”
변영옥 원장은 가장 힘든 고객이 누구냐는 말에 안경으로도 도움을 줄 수 없는 고객과 만나는 일이라고 말한다. 망막이 손상됐거나 수정체에 이상이 생겨 시력이 나오지 않는 경우, 안경을 써서 잘 보이게 해달라는 고객의 요청을 들어줄 수 없을 때는 안경사로서 마음이 아프고 한계를 느끼기도 한다고.
“검안하는 과정에서 시신경이 손상된 것을 발견해서 안과로 급히 가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어요. 조금만 늦었다면 시력을 완전히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이죠. 검안을 꼼꼼하게 하니까 고객들이 멀리서도 찾아오는 경우가 많아요. 그럴 때가 제일 고마운 때이지만 그만큼 책임감도 커지죠”
눈을 ‘노출된 뇌’라고 말하는 변영옥 원장, 원칙과 약속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변영옥 원장은 그동안의 노하우와 최신 기술을 담아 올해 안에 <감각시력 좋은 사람이 성공한다>라는 두 번째 책도 준비 중이다. 그가 심혈을 기울여 쓰고 있다는 이 책은 아마도 평생을 바쁘게 사느라 많은 시간을 함께 하지 못했던 그가 사랑하는 두 아들들에게 아버지로서, 선배로서 전하는 또 다른 가르침의 메시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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