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비롯해
광장 시민들 중 상당수에게
촛불 이후의 시간은
한국 사회를 바꿀
마지막 역사적 기회가
될 것이다

 

   
▲ 김기홍 부소장
평택비정규노동센터

한국 사회의 ‘잃어버린 10년’은 또한 새로운 사회운동의 ‘잃어버린 10년’이기도 했다. 그 시절에 굳어진 상징, 관습, 공식은 이제 모두 재검토 대상이다. 그동안 우리사회가 놓쳤던 것들, 가려졌던 것들, 꺼내지 못한 것들로부터 촛불 이후 우리사회가 할 일들을 찾아내고 구체화해야 한다. ?

2017년 2월 대한민국에서 정치를 논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판결이 아직 나지 않은 탓이다. 탄핵이 인용된다면 촛불 정국은 승리한 시민혁명으로 한 매듭을 지을 것이다. 만에 하나 기각된다면 어떤 예상도 불가능하다. 그래도 글을 쓰자니 몰상식보다는 상식이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제할 수밖에 없겠다.

그럼 탄핵 인용 판결 후 우리 삶은 무엇이 바뀔까? 아니, 무엇이 바뀌어야 할까? 무엇보다도 우리의 시간관념에 대변화가 있어야 한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아래서 잃어버린 시간이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단지 10년이 길어서만 그런 게 아니다. 그 시간 동안 바깥세상은 신자유주의의 한계를 절감하며 나름대로 생각을 가다듬고 사회 세력들을 재배열하며 전열을 정비했다. 스위스에서는 역사적인 기본소득 실시에 대한 국민투표가 있었고 스웨덴에서는 하루 6시간 노동제 실험을 진행했다. 이 중대한 전환의 시간 동안 우리는 애먼 강바닥을 파고 승마 선수 한 명을 키웠다.

그래서 촛불혁명 이후의 시간은 이전과 같을 수 없다. 촛불혁명 자체가 실은 타성에 젖은 시간관념에 맞선 도전이었다. 사회 전체가 잘못된 길에 빠져든 줄 빤히 알면서도 방향전환을 다음 선거 때로, 4년 혹은 5년 뒤로 미루던 관성을 더는 이어갈 수 없다는 각성이었다. 그래서 다들 광장에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 바로 지금이 아니라면 길을 되돌릴 기회는 다시 오지 않는다는 깨달음이 있었다.?

이 깨달음이 이제 일상의 규율이 돼야 한다. 우리의 시간은 더 이상 달력이나 일정표의 리듬을 따를 수 없다. 마치 잃어버린 시간을 만회하고 잘못된 길을 되돌릴 마지막 기회인 양 매 순간에 임하는 것이 새로운 시간관념이 되어야 한다. 단순히 비유만도 아니고, 채근하려는 과장도 아니다. 실제로 나를 비롯해 광장 시민들 중 상당수에게 촛불 이후의 시간은 한국 사회를 바꿀 마지막 역사적 기회가 될 것이다. 역사는 일상의 누적이 아니라 이런 흔치 않은 기회에 대한 집단적 응답의 드라마임을 우리는 이미 1987년의 경험들로 잘 알고 있다.

여러 사회 세력들 가운데 정치세력들이 변해야 한다. 오랜만에 변화가 일상이 되어야 하는 때가 도래했으니 늘 ‘변화’를 입에 달고 살던 세력부터 그런 일상의 앞선 사례가 되어야만 한다. 그러지 않고는 존재이유가 없다. 당리당략을 떠나 진정 다수의 삶을 풍족하게 할 정치 의제들을 현실화해야 한다. 최저임금 1만원 인상, 선거연령 인하, 비례대표 확대를 통한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혁, 기본소득 실시 등의 정치개혁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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