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을 듣고 싶다면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발표하고
토론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참여한 사람들의
발걸음이 헛되지 않게
구체적인 계획과 방향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 문윤정
평택시 지산동 주민

6살과 4살 아이를 둔 엄마라서인지 아이들 건강에 관심이 많다. 잦은 기관지염과 폐렴으로 고생하는 아이들인지라 미세먼지에 대한 관심은 특히 더 많다. 더구나 불안하게도 평택은 경기도에서 거의 최고 수준이 아닌가. 그러던 중 ‘안평맘’이라는 안성·평택 엄마 까페에서 미세먼지에 대한 토론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어떤 것일까, 어떤 대안이 나올지 궁금해 아이들을 데리고 힘들게 토론회장으로 향했다.

토론회장에는 많은 분들이 자리를 가득 채우고 계셨다. ‘미세먼지와 악취’에 대해 걱정하는 분들이 참으로 많다는 것을 느꼈다. 이렇게 많은 분들은 어디서 오셨을까, 어떤 기대로 이 자리에 오셨나 궁금했다. 그리고 내 바람이 어떤 식으로 해결될까 기대하며 경청했다. 발표한 시민, 전문가, 평택시 공무원들의 말을 듣고 평택의 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하고, 이 지역에서 계속 살 수 있을까, 아니면 이사를 가야하나 생각될 정도로 고민이 깊어졌다.

발표자들의 말이 사실일 텐데 그동안 평택시는 무엇을 했는지, 그리도 오랜 기간 평택시민으로 살았던 내가 내 고장에 대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에도 자책감이 들었다. 게다가 앞으로의 대책도 구체적인 방향이나 계획이 아닌 노력하겠다는 답변이라니…. 마지막 시장님의 말씀에 ‘어린이집 공기청정기 설치가 우선이 아니라 원인을 파악하고 예방하는 것이 먼저…’ 라는 말도 역시나 실망스러웠다. 원인을 막는 것이 중요하지만 원인을 막기에는 역부족이고 오랜 시간이 걸릴 텐데 그동안 우리 아이들은 어찌하라는 말씀이신지 속이 상했다.

엄마의 마음은 어린 아이들이 가장 걱정인데, 자식들에게 맘껏 숨 쉴 수도 없는 세상을 주다니 몹시 괴롭다. 왜 평택시에서는 미세먼지 관리에 적극적이지 못한지, 그 많은 아파트를 지으며 받는 세금은 어디로 사용되는지, 왜 자본이나 경제가, 돈과 개발이 시민의 건강보다 앞서야 되는지 그것이 누구의 뜻인지 정치인의 뜻인지, 시민의 뜻인지, 공무원의 뜻인지 묻고 싶다.

왜 미세먼지가 100마이크로미터 이상인 날 송탄지역의 여러 초등학교가 운동회를 시행했는지,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되고 시야가 뿌연데도, 초등학교 아이들이 운동장을 뛰면서 희희호호 거리고 가쁜 숨을 쉬는데도, 왜 어느 학교도 관리를 하지 않는 것인지, 왜 미세먼지가 심한 날인데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창문은 늘 활짝 열려있고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뛰고 있는지, 누가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가슴이 답답하다. 토론회를 통해 이런 걱정들이 해결되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개선의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었는데, 걱정은 걱정으로 끝나버렸다. 토론의 형식 또한 발표-질의응답 식으로 끝나 아쉬웠다. 토론이라는 말에 자유롭게 질의응답하고 시장님과 담당 공무원들과 어떤 문제가 있는지 공감하며 시민들이 원하는 방향은 무엇인지 말하고 싶었으나, 질문조차 시간제한이 있어 묻지 못한 점이 무척 아쉽다. 더구나 이러한 시도들이 단순히 보여주기 식 행사로 끝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시민의 의견을 듣고 싶어 이런 자리를 마련했다면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발표하고 공감하고 토론할 수 있는 형식이 되어야 할 것이며, 또한 참여한 사람들의 발걸음이 헛되지 않게 구체적인 계획과 방향이 제시되어야 한다. 여러 가지 아쉬움이 많지만 이러한 점을 잘 보완하며 시민들의 목소리가 향하는 방향으로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토론회가 된다면 좀 더 많은 시민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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