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페미니스트가 돼야 한다.
혐오와 차별, 가부장적 문화는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에게도
상처와 고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존재하는 그대로 존엄하며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

 

 
▲ 이은우 이사장
평택사회경제발전소

지난 3월 1일 평택에서도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이 성황리에 열렸다. 평택시민들이 한 마음으로 평화의 소녀상 건립에 동참한 이유는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간 여성들의 아픔이 치유되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의 아이들도, 또 다른 전시 성폭력 피해자들에게도 해방, 희망이 되는 그런 세상을 염원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염원하는 세상은 아직 요원하다. 전시 성폭력뿐만 아니라 일상의 차별과 폭력, 불평등에 많은 여성들이 노출되어 있으며, 가부장적 지배구조가 아직도 공고한 한국사회이다.  WEF 세계경제포럼이 지난해 발표한 성 격차 지수에서 144개국 중 최하위권을 기록한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이처럼 성차별이 고착화된 나라에서 우리들은 살고 있다.

오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다. 이번 행사의 주제는 ‘성 평등이 민주주의의 완성’이라고 한다. 성차별이 만연한 한국사회에서 기회의 평등이 성 평등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슬픈 현실을 잘 드러내고 있다. 국민 절반이 여성인 상황에서 성 평등은 민주주의와 진보의 완성을 의미한다. 성별·성적·출신지·장애 등에 관계없이 누구나 동등하게 인간으로서 존엄을 누리는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성 평등 관점의 민주주의’가 실현돼야 함은 당연할 것이다.

현재 페미니즘(여성주의)은 거대한 목소리가 되고 있다. 이런 추세에 힘입어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선언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나 역시 내가 페미니스트임을 선언한다. 나는 내가 페미니스트라는 것이 자랑스럽다. 하지만 가부장적 지배구조가 공고한 한국사회에서 남자인 나는 페미니스트임을 선언하기에는 아직 부족함이 많다. 여성에게 친절하거나 존경의 표시만 해도 페미니스트라는 소리를 듣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깊은 성찰과 공부가 더욱 필요하다.

그렇지만 더 많은 남자들이 자신을 페미니스트로 ‘커밍아웃’하기를 기대해본다. 페미니즘이라는 단어에 대해 편견을 가질 필요는 없다. 차별 없는 평등한 관계, 세상을 소망하는 것에 거리낌을 가질 필요가 없다.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바란다면, 사람이 먼저인 세상을 바란다면, 깨어있는 시민이라면, 페미니스트여야 한다. 페미니즘 없는 민주주의라는 건 동그란 세모 같은 것이다. 다양한 정체성을 가지게 될수록 더욱 튼튼한 나를 만날 수 있다.

우리사회는 아직 혐오와 차별이 많은 사회이다. 여성의 지위와 목소리가 너무 높아져 불편하다고 하소연하는 남성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인격적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임금에서 차별 받고, 못된 것에 대한 온갖 혐의를 덮어씌우는 일이 수시로 생기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페미니스트가 돼야 한다. 혐오와 차별, 가부장적 문화는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에게도 상처와 고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존재하는 그대로 존엄하며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 당신과 내가 같다는 것, 상식적으로 생각하고, 모든 몸이 똑같이 존중받자는 것이다.

우리가 평화의 소녀상을 세운 바탕에는 불의의 연속성을 끊어내겠다는 희망이 담겨 있었을 것이다. 과거에 당연시 했던 차별과 야만을 이제는 ‘금지’하고, 지금 이 순간 새롭게 시작하겠다는 것이 우리 모두의 선언이길 바란다. 민주주의와 진보는 어머니 세대보다 내 딸의 삶이 더 나아질 수 있게 만들었지만, 아직 우리사회의 변화와 우리가 책임지고 할 일은 많이 남아 있다.

“반딧불이처럼 어둠 속에서 한 점의 빛을 발할 수 있다면 꼭 횃불을 기다릴 필요는 없다”는 루쉰의 말처럼, 작은 시작이지만 나 역시 이야기하려 한다. “나는 페미니스트”라고. 당신도 페미니스트이길 바란다.

저작권자 © 평택시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