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에게…

시간이 참 빠르게 느껴지는걸 보니 나도 이제 제법 나이가 들었나봐.
벌써 한해가 가고 임진년 새해, 흑룡의 해라고 난리법석인데 어떻게 좋은 꿈 꾸셨나?
물살 거센 용문(龍門)의 삼단폭포를 거슬러 올라 용이 되어 승천하는 ‘잉어의 꿈’같은 거 말이지. 아니면 그 옛날 우리 조상님들 갈라진 논바닥에 비 좀 내려 달라고 빌던 소원이나, 장사 신나게 잘되고, 기업 운영 노사분규 없이 봉급 팍팍 주고받는 흑자경영하고, 직장에 정년까지 무탈하게 오래 붙어(?) 있고, 울 애들 좋은 학교 기회마다 찰떡 같이 척척 붙어주고, 왕따 안당하고, 취직 좀 잘 되고, 시집 장가 잘 가는, 뭐 그런 제발 빚 없는 세상에 살고 싶은 개천의 꿈들 말이야. 그런데 요즘은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은 현실과 거리가 먼 것 같아. 기름진 4대강이라면 모를까….
근면 정직 성실한 희귀어종들이 손쉽게 매운탕거리가 되는 가슴 아픈 탁류 속에서 도도한 비늘과 힘찬 지느러미를 밑천삼아 유연한 영법으로 내가 나에게 편지를 쓰네. 절망이 가져다 준 희망과 기쁨을 위한 슬픈 연가들을 행복의 힌트 삼아 이 풍진 세상 잘 살아 가고 싶어서 말이지.
“늘 흐린 것 만은 아니야. 구름도 흘러가면 오는 거고 해도 뜨고 지는 거잖아. 달도 마찬가지지. 오늘 바람은 좀 살랑거리는 것 같지? 너도 몸을 좀 살짝 흔들어 봐. 너의 그늘은 우울이 아니야. 패배는 더욱 아니지. 밝음 뒤에 잠시 앉아 있는 생각이야. 어둠이 오면 그늘은 일어나지. 그 땐 내가 빛이야. 화려함의 뒷골목을 청소하는 빗자루야. 너도 같이 해볼래? 냉탕과 온탕을 드나드는 나의 역사는 감정의 덫에 걸리지 않으려는 요령. 변덕은 아니야. 연단이고 경험의 부록이야. 너는 지금 나의 부록을 보는 거야. 어떻게 하루가 가고 오는지 무엇을 하는지 잘 모를 때면 그냥 가만히 앉아 있어봐. 희망이 보이니? 사랑이 보여? 내가 보이니?
지금은 겪어가는 시간, 울고 웃는 시간, 모든 것을 온몸으로 느끼는 시간. 감사한 거야…살아 있다는 것이… 그래서 모든 것을 느끼잖아. 기쁨도 슬픔도 끌어안는 거야. 그렇게 살아가는 거지. 내일? 분명히 밝을 거야. 그렇게 믿는 거야. 눈을 들어 하늘을 봐. 구름 사이로 힘차게 날아오르는 미르! 그게 너야! 바로 나란 말이지!”
*미르:용(龍)을 뜻하는 우리말


 

 

최치선
민세안재홍선생기념사업회 부회장
평택시립도서관 운영위원장
평택시청소년재단 이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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