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강정마을에 들어서는 해군기지 반대를 위해 전국의 문인들이 26일 임진각을 출발해 강정마을까지 이어지는 ‘글발 글발 평화릴레이’를 시작했다. 평택에는 지난 12월 31일에 깃발을 이어받아 평택법원사거리에서부터 성환역까지 1번 국도를 따라 12킬로를 걸었다. 기자도 문인들과 함께 걸으며 평택에 30여년을 살았어도 한 번도 여유롭게 바라보지 못한 소사벌을 보았다. 그 너른 평야를 벗 삼아 나와 내 아이들이 살아왔구나 생각하니 눈 덮인 고요한 소사벌과 그 위를 비상하는 새들이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지켜내고자 하는 평화가 아닐까. 너무 사소해 자못 허탈하기까지 한 그것, 꽃과 새들과 사람이 아무 일 없이 하루하루 살아가게 해달라는 그것 말이다.
나는 문득 지금 이 시간에도 평택 쌍용자동차 앞에서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텐트를 치고 복직을 위해 투쟁하는 이들을 생각한다. 그들이 ‘와락’이라는 이름으로 진행했던 크리스마스 집회도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평화일 것이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다시 일하게 해달라는, 가정의 평범한 일상을 보장해 달라는 이들의 투쟁에 누가 돌을 던질 수 있을 것인가. 한 사회의 어른들이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것은 지역의 눈부신 발전보다 평화롭게 공존하는 지역 공동체의 모습이요 그런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어떤 경우에도 혼자가 아니라는 희망의 메시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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