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청산과 개혁의 과제가
지역이라고 자유로울 수는 없다.
지역내부의 민주주의는
지체상태에 빠져 있고,
주민들의 공적인 참여 또한
부진한 게 현실이다

 

 
▲ 이은우 이사장
평택사회경제발전소

세월호가 인양되던 날 박근혜 전 대통령은 뇌물죄 등으로 구속됐다. 구치소로 향하는 호송차 안에서 포착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화장을 지운 얼굴은 창백했고, 한순간에 추락한 그의 풀어헤쳐진 머리칼은 국민을 참담하게 만들었던 퇴행의 시대가 끝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 파면에 이어 구속까지 이끌어 낸 ‘촛불시민혁명’은 아직은 미완성이다. 명예로운 시민혁명의 성과물을 온전하게 개혁으로 연결시켜야만 남은 과제가 풀릴 수 있다. 적폐를 청산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의 방향을 재정립하는 계기가 되어 이 과제들이 조기 대선과정에서 진지하게 공론화되도록 만들어 내는 일이 중요하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의 철저한 진상과 처벌, 세월호 진실과 한일위안부 문제, 사드배치와 국정교과서 문제, 노동개악과 언론장악 금지 등 이러한 적폐청산을 통해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 재벌개혁, 정치개혁, 양극화와 불평등 개혁, 검찰 등 공안기구 개혁, 외교·안보 개혁, 위험사회 구조개혁이라는 난제들을 풀어가야 한다.

그러나 각 당의 대선후보들도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겠다”고 선언을 하고 있지만 현실은 마냥 장밋빛이지만은 않다. 국회에서 개혁 과제들은 번번이 좌초되고 있으며, 개헌은 국민의 참여가 배제된 채 이해득실에 따른 정치권이 독점하고 있으면서 권력구조 개편에만 몰두하고 있다. 지난 1987년 체제를 극복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의 밑그림을 다시 그리기 위해서는 개헌은 필수적이지만 국민들의 기본권과 시민권 신장, 지방자치와 분권 강화의 내용이 빠진 정략적 개헌은 차라리 하지 않는 것이 낫다.

또한 63만여 명의 18세 청소년들에게 선거권을 부여하자는 국민적 요구와 선거제도 개편을 통한 정치 개혁요구는 국회에서 일부 정당들에 의해 거부되고 있는 것이 시민혁명을 성공시킨 우리의 씁쓸한 현실이다. 국민들이 대선후보와 정치권에게만 개혁의 과제를 맡기고 투표만 하는 국민이 될 경우 또다시 미완성의 혁명으로 전락할 수 있는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다. 지난 가을과 겨울 내내 촛불을 든 광장과 이들을 지지했던 주권자들이 새로운 직접민주주의의 주인공이 되어 실천할 수 있는 방식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우리는 또한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사회의 민주적인 변화를 위해 보수권위주의적인 지방권력과의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하는 과제가 놓여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패권주의 강화 기도에 따른 토건세력 득세와 패거리문화에 대응하면서 지속가능한 지역사회를 위한 전략 마련 등 다양한 대립전선에 대한 시민사회의 지혜와 참여가 필요해 지고 있는 것이다.

적폐청산과 개혁의 과제가 지역이라고 자유로울 수는 없다. 지역내부의 민주주의는 지체상태에 빠져 있고, 주민들의 공적인 참여 또한 부진한 게 현실이다. 여기에다 관료주의 리더십이나 예산낭비 사례는 끊이지 않고 단체장과 대의기관 모두 주민들로부터 총체적 불신을 받고 있다. 그러기에 암울해 보이는 지금 상황에서 희망을 만드는 일, 그것의 출발은 지역과 생활에 있다.

‘행복하려면 풀뿌리부터’는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현실의 일이다. 이제는 지방자치의 현실을 큰 틀에서 돌아보고 미래를 모색해야 한다. 지역 내부의 민주적 역량의 증진 등 혁신의 노력이 절실하다. 단순한 의제혁신만이 아니라 지역을 바꾸고 지역민의 의식을 변화시키고 우리나라 정치구조와 사회구조를 바꾸기 위한 변화의 혁신이 시대정신이 돼야함을 절감한다. 새로운 대한민국과 지역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의 삶에서 직면하고 있는 여러 분야의 사회적인 문제를 우리 스스로 개선하고자 하는 의식과 용기와 실천이 요구된다는 것을 늘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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