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do it’ ‘We can do it’ ‘나는 할 수 있다’ ‘우리는 할 수 있다’ 한 때 영업직이나 신입직원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할 때 나오는 구호다.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이 세상에서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하는 실리적 방법이다.
무엇이든지 긍정적인 사고를 갖는 것은 좋다. 그러나 모든 것에 대해 맘만 먹으면 할 수 있다는 논리는 잘못되었고 그 때문에 사회문제가 발생되는 것이다.
우선 그 할 수 있는 것이 타인과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는가를 먼저 생각해 보자. 그래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도 있지만 할 수 없는 일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I can do it’ 하다 보니 자격미달, 능력미달로 해서는 안 되는 일에 억지를 부리게 되고 무리수를 두다 보니 타인과 사회에 악영향을 끼치며 자신까지도 파멸하게 되는 것이다.
또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옛 속담도 잘못되었음을 지적한다. 이는 어떤 목적달성을 위해서는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할 수만 있다면 하라는 것이다. 이런 사고를 갖고 있다 보니 우리 사회는 개인주의도 모자라 이기주의 기회주의자들로 넘쳐나면서 인간의 근본인 인성마저 사라져 가고 있는 실정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비틀어진 교육으로 인해 사회가 더욱 살벌해지고 있다는 말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너나 할 것 없이 믿는 것과 믿고 싶어 하는 것은 분명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의지대로 실현되는 것을 믿고 싶어 한다는 데 있다는 것이다. 들려주는 말을 귀담아 듣기보다는 자기가 들려주고 싶어 하는 말만 하려고 한다. 그래서 소통이 안 되고 불통의 사회가 되는 것이다.
올해는 다산 정약용 선생이 태어난 지 250년이 되는 해이다. 250 이라는 숫자보다 더 의미가 각별하게 느껴지는 것은 두 차례의 중요한 선거가 겹친 해이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국회의원과 대통령을 뽑는 일이 목민관의 중요성을 그 누구보다 강조했던 다산의 이미지와 오버랩 되어서다.
다산 시대의 현실과 오늘의 현실은 분명 달라졌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목민의 길은 다름 아닌 마음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가난한 이웃에 베풀고 나누는 마음, 부끄러워할 줄 아는 마음 등. 요즘 대선 후보 과정에 정파간, 계층간 공방전을 보면서 갖게 된 생각이다.
모두가 마음은 사라진 채 일회성 구호만 난무하는 것 같다. 목민관은커녕 일반 유권자의 상식에도 현저히 못 미치는 행태들이 정파와 진영의 장벽 뒤에 숨어 붉은 혀를 날름거리고 있다. 다산이 심(心)자를 적을 때와 같은 그런 마음이 사라지는 현상이 가장 우려된다.
다산은 학자와 사상가로서의 독실한 정신으로 75세로 한 많은 생애를 마쳤다. 다산은 질투하는 반대파, 정적들로 인해 몇 차례 등용의 기회를 놓친 적이 있다. 비록 고관대작을 지내지는 못했지만 오히려 그의 학문적 수준과 사상의 위대함 때문에 훨씬 더 세상에서 추앙받는 현자(賢者)의 위상을 확보할 수 있었다.
타의에 의한 벼슬길의 막힘, 그래서 다산은 더욱 유명한 인물이 되었지만 무엇보다도 다산이 벼슬할 마음을 단절하고 오직 학문에만 정진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던 것이다.
얼마 전 인류 최초(1969년)로 달에 착륙한 미국 비행사 닐 암스트롱이 세상을 떠났다는 보도를 본 적이 있다. 살아생전에도 과묵하고 차분한 성격의 닐은 ‘가장 위대한 미국의 영웅’이라는 명성 때문에 정치계에서 끌어들이려는 유혹을 받기도 했지만 이를 거부하고 우주항공 전공분야에 생애 절반을 바친 우주 항공인이다. 그래서 사후에 더욱 더 전 세계인의 흠앙을 받는 유명인이 되었다.
조금만 유명세를 타도 금방 정계에 뛰어들어 권력과 명예를 누리려는 세속적인 인간들과 다른 그의 정신이 정말로 고귀하고 아름다운 것 같다. 목민심서의 저자인 다산, 우주비행사인 닐의 생애를 보면서 요즘 대권 후보로 나온 사람들을 비교해 본다. 자신만이 아는 자신의 마음속의 것을 꺼내보자. 그리고 자신의 진정 누구인가를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우리들의 본래 마음은 별빛보다 밝고 봄 햇살보다도 더 따뜻함과 포근함과 넉넉함이 있다. 분별하는 마음을 내어 수많은 것들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무한 경쟁의 시대를 우리는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다. 어느 선사의 글을 보니 마음으로 말하면 마음에는 아무것도 잘못된 것이 없다고 한다. 마음이란 본디 깨끗하고 이미 고요한 것이다. 마음이 고요하지 않고 출렁인다면 그것은 마음이 감정을 따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본래 마음의 빛을 찾고자 한다면 잠시 멈춰 자신을 되돌아보아야 한다. 마음의 빛을 보기 위해서는 이 방, 저 방 켜 놓은 불을 꺼야 한다. 거리의 방범등을 꺼야 밤하늘의 별빛이 보이듯 말이다. 천천히 바라보다 보면 바르게 보이는 마음의 빛을 볼 수 있다.
유명 인사였지만 미국의 국회의원이나 주지사를 마다하고 전문직 업무에 생애를 바친 닐, 18년의 길고 긴 유배생활에서도 벼슬길을 단절하고 학문에 생애를 걸었던 다산 정약용. 그런 고관대작보다는 전문 우주항공사로, 학자로서 후대에까지 그 이름이 더 빛난다는 점을 생각하면 외도에 맛이 들어 ‘네가 할 수 있으면 나도 할 수 있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그릇된 사고를 갖고 있는 오늘의 정치인, 지식인들이 한 번쯤 생각해 볼 말로 여겨진다.
너도나도 자신이 대통령감이라고 설치며 떠들어대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대나무는 비록 곧으나 기둥으로는 쓸 수 없고, 흘러가는 물로는 방아를 돌릴 수 없다. 모든 일들이 다 그렇다. 나름대로 달란트가 있을 뿐이다.

 

 

 


深頌 안 호 원
한국심성교육개발원장
심리상담사, 시인, 칼럼니스트

저작권자 © 평택시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