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도 인간에 대한 이해가 우선 이죠”

인간과 보편적인 사회적 현상 관심 많아
나와 다른 눈으로 세상 보는 사람 반가워

 
인간보다 위에 법, 교육, 행정, 정치가 군림하고 있다고 느끼는 건 비단 개인의 일만은 아닐 것이다. 근본을 알고 바로 세우는 일은 뿌리를 바로 세우는 일이며 그런 일들이 선행될 때 비로소 더 큰 나무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우리는 자주 허상에 속아 근본을 망각하게 된다. 근본을 잃은 허상들은 세상을 황폐하게 만드는 지름길이다. 때문에 근본에 관한 것들을 다시금 되새기게 하는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은 사막에서 물을 만난 듯 새삼 반갑다.

학문으로서의 정치 ‘인간’이 우선
“많은 분들이 제가 정치학을 공부했다고 하면 의외라며 놀라곤 합니다. 그렇게 되묻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정치는 우리가 흔히 보게 되는 인간 위에 군림하는 정치, 권력과 권모술수로 대변되는 정치겠죠. 그러나 정치의 근본은 인간이고 인간이 배제된 정치란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저는 인간에 대한 관심과 보편적인 사회적 현상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정치학을 공부했던 것이지 특별히 정치에 뜻이 있었던 건 아닙니다”
한국폴리텍대학 안성여자캠퍼스 김상회(55) 학장은 정치학 박사라는 자신의 이력에 대해 새삼 의문을 갖는 사람에게는 정치의 근본을 먼저 이야기한다고 말한다.
“요즘 흔히 듣게 되는 정치구호 중에 ‘사람이 먼저입니다’ 하는 말이 있는데 저는 이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슬퍼집니다. 이 사회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내재돼 있어야 하는 근본을 다시금 들춰내야 하고 사람들이 그 말에 감동을 받아야 할 만큼 변질되었구나 하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거든요. 이 사회가 갈수록 사람은 없어지고 이념만 남아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김상회 학장은 정치뿐만이 아니라 모든 것들이 갈수록 근본을 잃어간다고 말한다. 그것은 대학은 물론이고 모든 교육현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가르침 이전에는 사람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하고 그 이해가 바탕이 될 때 진정한 교육이 이뤄질 수 있는 것이라고.

가르침 이전에 ‘이해’가 선행돼야
“이해라는 말처럼 어려운 말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해는 영어로 ‘understand’라고 하잖아요. 그 말은 내가 남들보다 아래에 있다는 말이고 그런 기준을 가지고 있어야 제대로 된 이해를 할 수 있다는 말이죠. 나보다 남들이 위에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들을 존중할 때라야 비로소 할 수 있는 것이 이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조직이나 단체를 이해하고 이끌어가야 하는 리더가 된다는 건 낮은 자세로 조직원들을 존경하는 마음을 가지고 인정할 때 비로소 참된 리더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나라도 마찬가지구요. 정치학에서 지도자를 양성한다는 건 그런 사람을 키우는 것이고 그건 교육에서도 마찬가지죠”
김상회 학장은 올 3월에 있었던 한국폴리텍대학 안성여자캠퍼스 학장 취임사를 통해서도 교직원과 학생이 서로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대학을 만들겠다는 신념을 밝힌 바 있다. 향후 3년간 학교를 이끌어가는 위치에서 학생들에게 무언가를 가르치기 이전에 그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바로 인간에 대한 이해와 소통인 셈이다.
“학교가 높은 취업률을 보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이 사라지고 취업률만 남게 된다면 그건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직업인으로서의 토양을 충분히 만들어주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실적만을 내세운다는 건 교육이 지향해야 하는 바는 아니니까요”
김상회 학장은 다른 학교에서라면 충분히 자랑거리가 될 만한 80%가 넘는 취업률에 대한 이야기를 건네자 단호한 어조로 실적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취업의 질이나 학생들이 사회구성원으로서 성숙한 면모를 갖추도록 하는 것을 더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섣부른 판단과 비교는 경계의 대상
“저와 조금은 다른 프레임으로 세상을 보는 사람과 만나 이야기할 때가 무척 즐겁습니다. 그런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내게 부족한 면들이 하나 둘씩 퍼즐처럼 맞춰지는 느낌이 들거든요. 어떤 목적지를 가는 데 있어서 내가 생각했던 것과 조금 다른 방향으로 생각하는 사람을 만나 새로운 길을 발견하게 되면 그 길에서 만나게 되는 또 다른 삶의 기쁨이 분명이 있게 마련이니까요”
김상회 학장은 인간은 그 자체가 불완전하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부족함을 인정하고 수용할 수 있을 때, 그리고 서로의 다름을 극복하고 갈등을 생산적으로 승화시킬 수 있을 때 비로소 사회는 발전을 경험할 수 있다는 말도 빠뜨리지 않는다.
“제 아이들에게 늘 하는 말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남들과 비교하지 말라는 것이죠. 비교하면 경쟁해야 하고 경쟁하면 자기 본연의 모습을 잃게 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남들과 다른 게 있어야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자기답게 살아갈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서죠. 또 하나는 사람을 섣불리 판단하지 마라 하는 겁니다. 완벽하다고 여겨지는 신도 인간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는데 하물며 부족한 인간이 어떻게 섣불리 인간을 평가할 수 있겠어요.”
지난 3월 한국폴리텍대학 안성여자캠퍼스 학장으로 취임한 이후 첫 특강을 하려다 취소했다는 그는 모두가 의아하게 생각했던 특강 취소 이유에 대해 아직 자신이 학생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고 서로 간에 소통이 선행되지 않았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특강을 늘어놓는 것은 상대에 대한 폭력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조용히 웃는다.
학생들을 이해하고 그들과 교감하며 무엇보다 사람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김상회 학장, 지금 같은 노력이 이어진다면 그가 이 대학에서 임기를 마치는 3년 뒤에는 취업률 80%라는 보여 지는 숫자보다도 사회에 나가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며 성실하게 살아갈 인재를 길러내는 제대로 된 대학교육의 요람으로 우뚝 서있지 않을까.
 

저작권자 © 평택시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