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의 이미지만
쌓아왔음에도
실패이유가 무언지에 대해
뚜렷하게 아는 이도 없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 것 같다

 

 
▲ 이수연 전 부이사장
한국사진작가협회

공모전 사진을 공부하는 이들에게는 낙선작을 먼저 보라고 권한다. 출품 목적으로만 볼 경우 낙선작은 일종의 실패이기에 수상작보다 월등히 많은 그 특성을 알게 된다면 촬영단계부터 가려 찍게 되고 수상실적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패에서 성공을 배우는 것이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타악 중심의 주민참여형 축제’를 평택 대표축제로 결정할 것 같다고 한다. 평택농악을 핵심콘텐츠로 한 퍼레이드 축제라고 했지만 언뜻 일본 아오모리의 네부타 마츠리나 후쿠오카 하카다의 기온 야마카사 마츠리가 떠오른다. 네부타 마츠리는 사월 초파일 연등행렬에 등장하는 우리네 야간 조형물보다 거대하고 화려한 것을 연상하면 되고 기온 야마카사는 건물 모양의 거대한 가마를 메고 번화가 한복판을 달리는 경주다. 두 축제 모두 수백 년을 이어오면서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조형물을 제작하고 전통복장을 한 채 참가하는 것을 당연시 하는 전통을 지녔다. 물론 일본 특유의 국민성이 있기에 가능한 것들이다.

평택에도 수백 년 전통의 축제가 있었다. 이충동 동령마을의 정월대보름 줄다리기다. 하지만 농촌마을인 탓에 새끼줄 꼴 사람 등 인력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다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마을공동체가 붕괴되어 그나마 명맥 끊긴 아픈 기억으로만 남아있다. 지금 이 줄다리기를 주민참여 축제로 복원한다면 과연 몇 사람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거대한 새끼줄을 꼬려고 할까.

이런 실정에, 새로 추진하는 평택 대표축제에는 예술가들이 참여한다고 하지만 급격하게 외부 이주민들로 세를 키워가는 평택에서 공동체의식의 구축도 없이 ‘주민참여형 오브제 제작’이 가능할까. 현실과 이론 사이의 괴리 같은 것은 없을까 걱정부터 앞선다. 

너무 부정적이라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지난 십 수 년 간 평택항축제, 농업축제, 관광특구축제, 실크로드축제 등등 많은 축제를 열었고 실패의 이미지만 쌓아왔음에도 실패이유가 무언지에 대해서는 뚜렷하게 아는 이도 없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 것 같다. 연구가 없어서 안 되는 게 아닐 텐데 또 연구용역까지 의뢰하여 새로운 축제를 만들려고 한다. 이 축제는 오래갈까?

실패를 분석하지 않는 건 비단 축제만이 아닐 터, 문화예술분야로 넓혀서 살펴보자. 평택호에 지어놓은 드라마 촬영용 실내세트장은 왜 무용지물이 되었는지, 국제중앙시장의 문화관광형 시장육성사업은 왜 사람을 불러 모으지 못했는지, 신장쇼핑몰 주변에 엄청난 벽화를 그렸는데도 미지근한 반응은 왜인지, 아파트 숲으로 둘러싸인 문예회관 전시실이 일 년 내내 텅텅 비는 까닭은 무언지, 재단설립까지 한 국제교류센터가 기대에 못 미치는 이유가 무언지, 넥스트 경기 창조오디션에서 평택이 내리 3년간 선정되지 못한 것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 까닭을 알지 못한다.

이런 사업 모두 잘 하지 않으려고 시작한 것은 아닐 게다. 그런데 잘 된 것도 없는 것 같다. 그 이유가 뭘까. 원인 분석 없이 시간 지나고 사람 바뀌니 유야무야 된 탓일러라. 

“전구를 발명하기 위해서 9999번의 실패를 했다. 그러나 실패를 한 게 아니라 안 되는 이치를 그만큼 발견했을 뿐”이라는 에디슨의 말처럼 새로운 성공을 꿈꾸려면 지난 실패를 분석하는 게 먼저일 것 같다. 그런데 이를 반영한 아이디어를 내도 이미 실패했던 사업이라며 새로운 시선으로 보지 않으려 한다.

실패의 또 다른 원인인 ‘타성惰性’이다. 어쩌면 원인분석을 해놓고도 발표를 안했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그런 자료를 이제라도 끄집어내어 모아보자. 이때 필요한 게 ‘백서白書’다. ‘평택의 실패사례 백서’ 말이다. 영국 정부가 발간하는 공식보고서의 표지 색에서 유래한 이 백서는 이제 각국의 정부차원 공식문서 명칭이 되었는데 지방자치단체가 발간한다고 누가 뭐라고 할 것인가. 범시민적으로 머리를 맞대고 실패사례와 원인을 모아 이 백서에 담아보자. 그리하여 새로운 사업을 추진할 때 이 백서를 기반으로 실패요인을 먼저 걸러보면 어떨까. 예를 들어 시장이 바뀌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사업 같은 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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