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9년 12월 1일


 

 

주인 없는 집 들어가 금품 강탈
용의자 세 명 검거 후 엄중 조사

“振威郡 丙南面 柳川里 安城橋 工中場 土木監督 韓聖九(三九)의 집에는 一日 午後 열시경에 나이 三十五六歲 가량 되어 보이는 男子 한 명이 目出帽를 쓰고 흰 두루마기를 입고 『지가다비』를 신고 대문을 들어와서 주인 聖九가 없음을 기회로 聖九의 妻 姜振年(三一)을 몽둥이로 때리며 威脅하고 現金 十一圓 十錢을 강탈한 후 다시 폭행을 하고 도망하였는데, 被害者는 뒷일이 무서워서 사건이 발생한 지 열 한 時間이나 지내인 二日 아침 아홉時에 所管 平澤署에 고발하였으므로 곧 비상선을 늘리고 大搜索을 하여 同日 午後 네 時경에 有力한 容疑者 세 名을 引致하고 嚴重 取調中이라더라”(매일신보, 1929년 12월 4일)

‘밤손님’이라는 말이 있다. ‘밤도둑’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일반적으로 손님은 해가 있는 낮에 오는 것이 정상이지만, 도둑은 밝은 낮보다는 잘 알아볼 수 없는 밤을 좋아한다. 그래서 밤에 몰래오기 때문에 밤손님이라고 한다. 한자로는 ‘야객(夜客)’이라고 한다.

1929년 12월 1일 깜깜한 밤 10시경 안성천 다리공사를 감독하는 한성구의 집에 밤손님이 찾아왔다. 밤손님은 35~36세 정도 되는 남자였는데, 목출 모자를 쓰고 흰 두루마기를 입고 있었다. 목출 모자는 목출모(目出帽)로, 눈만 내놓고 온 머리 부분을 감쌀 수 있게 털실로 만든 방한모이다. 목출방한모라고 한다. 아마도 날이 추웠던 모양이다. 그렇다하더라도 얼굴을 드러내면 안 되는 상황이라 목출모를 쓸 수도 있다. 밤손님은 ‘지가다비(じかたび)’를 신었다고 한다. 지가다비는 일본어인데, 일본버선 모양에 고무창을 대서 만든 신으로 노동자들이 신는 작업화를 말한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밤손님은 안성천 다리 공사장에서 일하는 면식범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밤손님은 주인 한성구가 집에 없자 한성구의 아내 강진년을 몽둥이로 때리고 협박을 한 후 현금 11원 10전을 빼앗았다. 밤손님은 다시 아내 강진년을 폭행한 후에 달아났다. 강진년은 두려움에 떨다가 곧바로 신고를 하지 못하고 다음날 12월 2일 오전 9시경에야 평택경찰서로 신고했다. 평택경찰서는 즉시 비상망을 가동해 평택 전역을 대대적으로 수색한 후 용의자 3명을 잡아들였다. 그러나 밤손님이 누구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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