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처럼 성실하고 정직하게 살아야죠”


30대 초반에 몸으로 익힌 농사
농사지으며 가족 도움 많이 받아

 

 

 

 

농협중앙회가 전국을 대상으로 농업분야에 선도적 역할을 해온 사람에게 주는 ‘이달의 새농민상’ 4월의 수상 부부 16쌍을 선정해 시상한 가운데 평택시에서는 지제동 울성농장을 운영하는 이승진 씨가 선정돼 눈길을 끈다.

회사 퇴직 후 결심한 농부의 길
“기아자동차 품질관리부서에서 근무하다가 IMF 때 회사를 그만뒀어요. 그때가 스물아홉 살이었는데 이후 3년 동안 퇴직금으로 생활하면서 다시 직장을 잡기 위해 지게차나 자동차 정비사 같은 다양한 자격증을 땄죠. 퇴직금을 다 쓰고 통장에 100만원이 남아있을 때에야 농사가 눈에 들어오더군요. 아버지가 연로하셔서 농사일을 점점 힘들어하셨거든요”
농업발전에 기여한 모범 농민에게만 주는 ‘새농민상’을 수상한 이승진(48) 씨는 20대 초반부터 시작한 직장생활을 7년 만에 그만 두고 아버지의 뒤를 이어 30대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농사를 시작했다. 어려서부터 옆에서 농사일을 거들며 자랐지만 직업으로 하자니 모르는 것이 거의 전부라 처음부터 하나하나 다시 배워야 했다고.
“교육을 열심히 받으러 다녔어요. 농업기술센터 교육만 있으면 열일 제쳐두고 가서 공부했고 슈퍼오닝농업대학도 다녔죠. 그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영농일기를 쓰고 있는데 해마다 농사철이 되면 지난해 일기를 펼쳐보며 비교하고 공부해요. 농사에 관한 일들은 암기보다 몸으로 익혀야 하거든요”
이승진 씨는 예전 농부들은 적은 규모로 농사를 지어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규모화 되어 있어 생활도 안정적이 되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아이들이 자라면서 교육비 지출이 줄어들자 통장에 잔고가 남는 일도 생긴다며 웃는다. 세교동 12통장, 새마을지도자 부회장, 세교동자율방재단 단장 등 사회봉사에도 열심인 이승진 씨는 이번에 수상한 새농민상에 대해 소감을 묻자 자신보다 훌륭한 분들이 많다며 겸손하게 손사래 친다. 

논 4만 5000평, 밭 4000평 농사
“농사지으며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어요. 쌀값이 폭락하면서 농약이나 비료 값을 못 건지는 때도 많았죠. 요즘 같은 일철이면 새벽 5시에 일을 나가 늦게까지 논에 있는데 트랙터로 다른 집 논까지 일해 주는 것을 포함하면 10만 평은 족히 짓는 것 같아요. 이제는 제 몸이 스스로 농사를 아는지 여기저기 일할 것들이 눈에 보여 쉴 수가 없죠”
이승진 씨는 논농사 4만 5000평과 밭농사 4000평을 짓고 있다. 농업도 기계화 되어있어 예전처럼 사람 손이 많이 가진 않지만 그래도 여전히 사람이 해야 할 일들은 산재해 있다. 혼자 짓는 농사다 보니 무엇보다 잡다한 일을 도와줄 일손이 가장 시급하지만 그때마다 알아서 척척 거들어주시는 아버지와 부지런한 아내 덕분에 큰 힘을 얻곤 한다.
“예전에는 밭에서 배추와 콩 농사를 많이 지었어요. 겨울에는 농사지은 콩으로 메주를 만드는데 장을 담가서 어머니가 20여 년째 운영하고 있는 통복시장 반찬가게로도 보내고 식당에 대주기도 하죠. 겨울에도 해야 할 일이 많아요”
이승진 씨는 지금도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아이들을 데리고 밭에 나가 일을 시키곤 한다. 어릴 때부터 아이들과 고추도 심고 농사도 거들게 하는 것은 자신이 어렸을 때 했던 경험에서 비롯된 것으로 씨앗에서 싹이 트고 돌보고 거두는 삶을 경험하는 것은 자녀들에게 좋은 교육이 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이웃과 더불어 사는 삶 행복해
“농사일을 하는 동안 가족들과 다 같이 놀러간 적이 없어요. 어느새 아이들이 다 자라고 나니 지금은 그 일이 가장 후회되죠. 그래도 농사가 제 삶의 원동력인 만큼 농사를 택한 걸 후회하지는 않아요. 오히려 농사를 통해 좋은 사람들을 많이 알게 되니 더 행복하죠”
이승진 씨는 지난해 볍씨가 잘못 돼서 농사일을 망칠 뻔 했던 일을 들려준다. 모판 6000장 중 2000장이 누렇게 타버려 못자리를 할 수 없는 사태가 벌어졌을 때 주변에서 서로 내일처럼 나서 모판을 채워준 덕분에 무사히 농사를 시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일은 지금도 지인들에게 평생을 두고 갚아야 할 고마운 일로 가슴에 남아있다. 
“뭐든지 지금이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하면 좋은 결실이 있을 거라 생각해요. 항상 바쁘게 움직여야 하지만 농사를 지을 때가 제일 재미있죠. 옛 직장 동료들이 가끔 제게 직장 그만둔 걸 후회하지 않느냐고 묻는데 지금은 아마도 저를 더 부러워하지 않을까요”
평택이 급속하게 개발되면서 농토가 차츰 사라질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들기도 한다며 걱정하는 이승진 씨, 농사가 고되고 힘들지만 진심으로 좋아하는 일을 하는 동안 마음의 여유를 찾았다는 그는 정직하게 심으면 정직하게 돌려주는 농사처럼 자신도 그렇게 정직한 농부의 삶을 살고 싶다며 활짝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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