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을 능력이 부족한 사람
일방적인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라는 식의 생각이
장애인을 사회의동등한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것을 저해하는
강력한 요소가 된다

 

▲ 한덕진 목사
평안밀알복지재단

장애인들에 대한 복지와 삶의 질은 20년 전에 비해 획기적으로 발전하였다. 그런데 필자가 볼 때 장애인들은 여전히 주류 사회의 흐름에 편승하지 못하고 주변인이 되어 단순한 복지 수혜자 이상의 삶을 누리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장애인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과 낙인은 서로 순환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는데 이것은 오랜 시간을 통해 사람들의 인식 속에 고착된다. 그리고 한 번 고착된 장애인에 대한 이미지는 쉽게 바꿀 수 없다.

장애인에 대한 대표적인 편견의 유형은 장애인의 신체적 한계는 극복이 불가능하다는 것, 그들은 경제적인 구제의 대상이라는 것, 그들은 지적인 능력도 떨어지고, 삶을 살아가는 능력에 한계를 분명하게 가지고 있다는 것 등의 생각들이다. 나는 장애인들과 함께하는 작은 모임을 오랫동안 인도했던 경험이 있다.

그러던 중 모임을 함께하던 한 친구가 대학에서 공부를 하면서 일반 취업부서로 실습을 나가기 원하는데 실습지를 찾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때 나는 나이 어린 젊은 친구가 장애를 가지고 비장애인들이 일하는 사회의 영역에 나가면 이 친구가 상처를 많이 받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 학생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런 길 보다 더 좋은 길을 찾아보는 것이 어떨까하고 권고한 적이 있다.

몇 년의 시간이 흘러 이 학생으로부터 함께 식사를 나누자는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우리는 기쁜 맘으로 함께 만나서 식사를 나누고 차 한 잔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서로 헤어질 시간이 되었을 때 이 학생이 과거의 지나간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그때 목사님에게 ‘잘 할 수 있을 거야’라는 격려를 듣고 싶었다고 말이다. 아마 그랬으면 자기는 보다 힘을 내어서 더 열심히 무엇인가를 할 수 있었을 텐데 ‘목사님도 다른 사람들처럼 저를 걱정만 해 주셨어요’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잠시의 침묵과 생각을 하는 시간이 나를 낯 뜨겁게 했고 참 길게 느껴졌다. 왜냐하면 나는 내 스스로 이 학생이 가진 능력에 대해서 한계를 그었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입장에서 꿈을 지지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녀의 장애를 더 크게 봄으로써 그녀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내가 결정해버리는 잘못을 해 버린 것이었다.

나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동안 장애인들과 함께하는 삶을 살아왔다. 그런데 이런 시간 속에서 내가 배우게 된 가장 중요한 교훈은 장애인을 위해 마련해주는 어떤 행동과 정책보다 장애인들이 가지고 있는 그들의 가능성에 대해서 나와 동등한 위치에서 인정해주는 마음이라는 것이다. 장애인들을 인간의 존엄성과 능력을 가진 나와 동등한 인격체라고 인정한다면 장애에 대한 편견과 낙인들은 사라지기 시작할 것이다.

장애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하는 세상을 위한 꿈은 행동을 바꾸는 것에서부터 비롯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생각을 바꾸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다. 그들의 능력과 삶에 대한 한계를 봉사자나 세상의 사람들이 긋는 것이 아니라 그들 스스로 그을 수 있도록 그들의 능력을 존중해주고 지원해줄 수 있는 사회가 된다면 10년이 지난 어느 날 우리의 사회는 장애인들이 살기 좋은 천국과 같은 세상으로 변해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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