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헬기 조종사, 자부심 있는 직업이죠”


건설 노동자에서 무인헬기 조종사로
전망 있는 직업인만큼 자부심도 커

 

 

 

 

사람들은 때로 지금과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 여태 해보지 않은 일에 도전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새로운 일에 도전한다는 것은 두려움을 극복하는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연히 만난 ‘농업용 무인헬기’
“교관이 되기 이전에는 건설 현장을 따라다니며 섀시공사 일을 했어요. 평택에 있는 무성항공 건물을 지을 때도 이곳에서 일했죠. 그러다 우연히 무인헬기 교육장면을 보게 됐는데 호기심이 생겨서 사장님을 면담했고 전망이 있다고 판단해 직접 배우게 됐어요. 전혀 해보지 못한 일을 한다는 두려움도 있었지만 그래도 미래를 그려볼 수 있었으니까요”
유천동에 위치한 무성항공에서 수강생들에게 초경량비행장치 드론 실기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지종근(52) 교관은 2013년 2월 무인헬기 국가자격증을 취득한 후 본격적으로 이 일을 시작했다. 그해 7월부터 무인헬기로 농업방제를 시작했고 경력이 쌓인 2년 전부터는 방제 이외의 시간에 수강생들에게 드론 비행을 가르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드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지만 아직 교육환경은 열악한 것이 사실이에요. 그래도 앞으로 무궁무진한 활약이 기대되는 것이 바로 드론이기 때문에 교관으로서 큰 자부심을 느끼며 일하고 있어요”
지종근 교관은 ‘억겁의 미米 영농조합법인’ 소속으로 농사철을 맞아 본격적인 방제가 시작되기 전까지 드론 교관으로 활동하다가 방제가 시작되는 7월 중순경부터는 무인헬기 조종사로 방제에 나선다. 수요는 많은데 조종사는 많지 않아서 평택지역 방제를 소화하기도 벅차지만 틈틈이 충청도나 경상도로 지원을 나가기도 한다고.

첫 비행사고, 경각심 일깨워
“자격증을 따고 난 후 첫 메인 비행에서 헬기가 전깃줄에 걸려 추락하는 사고를 냈어요. 당시 일본 야마하에서 방제 동영상을 찍기 위해 관계자들이 현장에 나와 있었는데 제 사고 장면이 그대로 동영상에 찍혀버렸죠.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제 사고 장면은 지금도 야마하에서 교육 자료로 쓰인다고 하더라고요”
지종근 교관은 그때 이후로 비행을 할 때마다 자신에게 더욱 엄격한 안전수칙 잣대를 들이댄다고 말한다. 한번 확인할 것을 두 번 확인하게 되는 것, 매번 방제를 나갈 때마다 스스로 마음가짐을 다잡게 되는 것도 사고 이후 생긴 습관이다.
“방제를 할 때는 새벽 4시에 일어나야 해요. 5시 정도면 미팅을 해서 방제할 구역을 나누고 6시 정도면 방제를 시작해서 오후 6시나 7시 정도에 일을 끝내죠. 보통은 8월 말까지 방제를 마치고 11월이 되면 다시 헬기나 드론 교육을 진행해요. 중간에 비는 시간이나 토요일 쉬는 날이면 다시 건축 일을 해서 용돈을 벌죠”
안성시 일죽면이 고향인 지종근 교관은 안성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마친 후 안성농업전문대학을 다니다 중퇴했다. 기아자동차 안성대리점 영업사원으로 일하던 중 IMF 고비를 겪어야 했던 그는 아내와 함께 식당과 옷가게를 하기도 했으나 둘 다 몇 년 만에 접어야 했고 안성 웅진케미칼 용역회사에 다니다가 40대 후반에 명예퇴직을 해야 했다.

힘든 인생의 고비 잘 견뎌내
“장사를 하면서 빚을 많이 졌어요. 집을 팔아서 빚을 갚았지만 카드빚은 여전히 갚기가 어려웠죠. 신용회복위원회에 신청해서 채무조정을 받은 뒤 조금씩 일해서 빚을 갚아 나갔는데 지금은 거의 다 갚았어요. 살려고 노력하다 생긴 빚이니 다시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정말 열심히 살았죠. 저보다도 아내가 고생을 많이 했어요”
지종근 교관은 당시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잘 견뎌준 아내에게 늘 미안하다며 마음을 전한다. 아내와 결혼한 후 한 번도 싸움을 해본 적이 없다는 그는 지금까지 형편이 어려워 해주지 못했지만 올 겨울에는 고생한 아내에게 꼭 귀걸이와 목걸이를 사주고 싶다며 미소 짓는다.
“가정형편이 어려웠을 때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과 연락을 끊고 지냈어요. 너무 힘이 들어서 친구들에게 먼저 연락을 할 수가 없었거든요. 가끔 친구들이 보고 싶어 눈물이 날 때가 있지만 지금은 시간이 많이 흘러서인지 차마 먼저 전화를 하기가 두렵더라고요. 내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어쩌다보니 삶이 그렇게 흘러가 버렸네요”
살아온 시간들이 후회스러울 때마다 자녀들만은 목표를 갖고 조금 더 적극적으로 살았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된다는 지종근 교관, 무인헬기 조종을 너무 늦게 배운 것이 가장 아쉽다는 그는 비록 뒤늦게 선택했지만 시대를 앞서가는 무인헬기와 드론 조종사 교관으로 현재 자신의 일에 만족한다는 말을 전하며 활짝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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