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치가
이론적인 개념이 아닌
앞으로 업무를 하며
당연히 추구하고 나아가야할
방향이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 강수연 주무관
평택시 기획예산과

얼마나 오래전부터 거버넌스라는 단어가 쓰였는지는 확실하게 알 수 없지만 내게 ‘거버넌스’란 아예 낯선 단어는 아니다. 공무원 임용시험을 준비하며 배운 행정학에서 거버넌스는 막스 베버의 관료제와 함께 자주 출제되는 주요 기출문제 중 하나였다.

명확한 업무 분장, 규칙 내 권위가 중요시되는 계층제인 ‘관료제’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대중이 참여하는 의사결정, 협상적 네트워크 등을 의미하는 거버넌스는 현대 사회에서 빼놓을 수 없는 협력체계라 할 수 있다.

현재 정부청사로 그대로 사용되고 있는 이탈리아의 팔라초 궁전에는 14세기 로렌제티라는 화가가 그린 벽화가 그대로 남아있다고 한다. 놀랍게도 그 벽화에 좋은 정부(Good Governance)와 나쁜 정부(Bad Governance)가 그려져 있다.

‘좋은 정부’는 여인들이 춤을 추고, 농민들이 즐겁게 타작을 하고, 상인들이 자유롭게 거래를 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는 반면 ‘나쁜 정부’는 화가 난 왕이 죄인을 고문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그 당시 거버넌스의 의미는 왕, 지도자가 주도하여 그 사회를 이끌어가고, 시민들은 그들의 정책에 수동적으로 적응하며 자신의 삶에 문제가 없다면 좋은 정책 또는 좋은 정부로 생각했던 것이다.

현대 사회로 넘어오면서 사회문제는 점점 복잡해졌고, 단순한 계층제와 공식 조직만으로는 대응하기가 어려워졌다. 불과 5~10년 전만 하더라도 거버넌스는 정책결정자의 역할이었지만 지금은 단순한 거버넌스를 넘어선 ‘협력적 거버넌스’가 대두되고 있다.

거버넌스 포럼에서 강연을 맡은 오수길 교수는 협치 활성화 방안으로 ▲정보공유와 참여 ▲지역자원의 발굴과 참여 ▲교육과 참여 ▲목표체계의 전환과 참여로 네 가지 방안을 꼽아 각각의 다양한 사례를 설명했다. 이 설명을 들으며 협치가 이론적으로만 얘기하는 개념이 아닌 앞으로 업무를 하며 당연히 추구하고 나아가야할 방향이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UN에서 채택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는 빈곤 퇴치, 기아 종식, 건강과 웰빙, 양질의 교육, 성 평등, 깨끗한 물과 위생 등 모두 17개로, 169개의 세부 목표를 담고 있다. 이 많은 목표들 중 우리 시정에 맞는 목표와 지표를 시민과 함께 작성하고 참여할 수 있다면, 서로 이해하고 인정하는 부분이 많아질 것이고 나아가 두터운 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진정한 협치가 이뤄지지 않을까.

거버넌스는 중국어로 치리(治理)라고 일컬어지는데, 이는 한자 그대로 다스리는 이치라는 의미를 갖는다. 다스린다는 말이 지금은 맞지 않을 수 있지만, 공무원으로서 하는 행정을 행하는 이치라는 의미로 통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어느 때보다 협치의 의미가 중요해져가는 지금 어렵게만 생각했던 이 말이 공무원은 물론 시민 모두에게도 좀 더 가까워질 수 있도록 우리 모두 책임감과 신뢰를 가져야한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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