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정부에서는
세계 노동자의 날을
‘근로자의 날’로 부르고
최장 시간 노동하는
국가라는 오명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 김기홍 부소장
평택비정규노동센터

2017년 5월 1일은 ‘127주년 세계 노동자의 날’이다. 1886년 미국 노동자들은 하루 12시간에서 16시간에 이르는 장시간의 노동을 하면서 일주일에 7에서 8달러의 임금을 받고 월 10달러 내지 15달러 하는 허름한 판잣집에 살면서 그마저도 방세 내기조차도 어려운 노예와 같은 생활을 하고 있었다.

마침내 5월 1일 미국 노동자들은 8시간 노동을 위해 총파업에 돌입했다. 그러나 경찰은 파업 농성중인 어린 소녀를 포함한 6명의 노동자를 총격을 가해 살해했다. 그 다음날 경찰의 만행을 규탄하는 30만의 노동자, 시민이 참가한 헤이마켓광장 평화집회에서 갑자기 누군가에 의해 폭탄이 터지고 경찰들이 미친 듯이 몽둥이를 휘둘렀다. 이후 폭동죄로 노동운동 지도자들이 체포되었고 억울하게 폭동죄를 뒤집어 쓴 노동운동의 지도자들은 장기형 또는 사형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이 바로 세계 노동운동사에 뚜렷이 자취를 남긴 ‘헤이마켓 사건’이다.

1889년 7월, 세계 여러 나라 노동운동의 지도자들이 모인 제2인터내셔널 창립대회에서 8시간 노동쟁취를 위해 싸웠던 미국 노동자의 투쟁을 전 세계로 확산시키기 위해 5월 1일을 세계 노동자의 날로 결정하였다. 그리고 1890년 5월 1일을 기해 모든 나라, 모든 도시에서 8시간 노동의 확립을 요구하는 국제적 시위를 조직하기로 결의했다. 그 이후 지금까지 세계 여러 나라에서 노동자의 연대와 단결을 과시하는 국제적 기념일로 정하여 이날을 기념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승만 정권하에서 어용노조인 ‘대한노총’(한국노총의 옛 이름) 창립일인 3월 10일을 노동절로 정해 기념하게 하다가 그마저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정권하에서는 ‘근로자의 날’로 불리게 된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끊임없는 투쟁에 의해 1994년 5월 1일을 세계 노동자의 날로 기념하게 되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정부에서는 세계 노동자의 날을 ‘근로자의 날’로 부르고 있다. ‘근로요’가 아니라 ‘노동요’이듯이, ‘근로부’가 아니라 ‘고용노동부’이듯이, 노동계에서 ‘노동자의 날’로 불리기를 원하면 그렇게 하면 된다. 정부에서 노동하는 ‘노동자’를 애써 ‘근로자’라고 부를 이유는 없다.

127년 전 노동자들이 우리의 노동현실을 본다면 어떠한 심정일까? 그들이 살아 있다면 과연 무엇을 위해 투쟁할까? 정리해고? 비정규직 차별? 특수 고용 노동자들의 노동자성 인정? 법으로 정해져 있는 1일 8시간 노동, 주 40시간 노동의 현실이 지켜지지 않는 현실을 그들은 과연 어떻게 볼까? ‘노동귀족’이라 불리는 현대차 정규직 노조가 상시적인 연장근로에 휴일근로까지 합의한다는 뉴스를 듣는다면 그들의 반응이 어떠할까?

OECD 경제협력개발기구 소속 국가 가운데 우리나라가 최장시간 노동시간과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률 1위임에도, 주당 연장근로 시간이 줄어들까 봐 정부와 재계가 노심초사다. 노동시간만 놓고 보면 경제협력개발기구에 속한 국가 가운데 2위지만, 노동 생산성은 23위에 불과하다. 노동시간이 길다고 해서 생산성이 높아지거나 하는 것도 아닌데 최장 시간 노동 국가의 오명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정치권마저 노동현실에 대해 무관심하기는 마찬가지다. 버스 노동자들이 하루 16시간 일을 해도, 중소기업에서 맞교대 근무로 인해 하루 24시간 일을 해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한다. 법을 바꾸려고 노력하지도 않는다. 더욱이 버스 노동자들의 노동은 시민의 안전과도 매우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데도 그렇다. 법정 최저임금도 못 받고 있는 노동자가 무려 200만 명이 넘는 현실마저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최저임금법’ 위반으로 처벌받은 사업자가 신고 대비 2%밖에 되지 않는 현실이 우리 노동의 슬픈 자화상인 셈이다.

세상이 바뀌었다. 기업이 잘 되어야 일자리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가 8시간만 일 해도 먹고 살 수 있어야 기업도 잘 되고 건강한 사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 출발점이 최저임금 시급을 1만원으로 지금 당장 올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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