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성 경제적 지원이나
물품 후원이 아니라
피해자의 아픔을 함께하고
상처받은 한사람의 상처를
진심으로 보듬어주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 아닐까

 

▲ 윤선혜 주임
평택안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내가 주희(가명)를 처음 만난 건 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이다. 부모님의 이혼으로 지적장애가 있던 친부가 주희와 오빠들의 양육을 큰아버지에게 맡긴 후 부터 큰아버지는 7년 동안 주희에게 성추행·성폭행을 일삼았고, 주희의 임신과 출산을 계기로 학교에 알려져 이 끔찍한 사건이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내가 주희를 처음 만났을 때의 모습은 아직 출산의 흔적이 온몸에 남아있었고, 어느 것에도 대답하지 않으며 눈조차 마주치지 않았다. 주희가 당한 피해는 언론에 보도될 만큼 크고 충격적 이였기에 장기적인 지원이 필요했고, 나는 단순한 지원이 아닌 진정으로 주희의 마음을 열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 컸다.

실질적인 생계유지자인 큰아버지의 구속으로 가족들이 모두 흩어진 상황에서 주거(원룸)지원을 통해 주희가 편히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고 주희와 매일 점심식사를 함께 하고 수시로 원룸에 드나들며, 주희의 굳게 닫힌 마음을 열고자 필요한 부분을 채워주며 노력했다. 또한 센터 자원봉사자들의 기부금으로 함께 옷을 사러 다니는 등 많은 시간을 주희 곁에서 주희의 친언니처럼 지내며 가까워지도록 하였다.

언제나 진실은 통하는 것일까, 놀랍게도 시간이 지날수록 주희도 점차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웃기도 하며 변화되어 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에 센터에서는 주희를 좀 더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사회적기업인 무지개공방에 취직하게 하여 더욱 안정감 있는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왔다.

무지개공방은 본 센터에서 출자한 법무부 제2호 사회적기업으로 칠보공예를 배우면서 범죄피해로 상처를 입은 마음을 치료하고, 자격증 과정을 통한 전문적인 기술습득,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느끼는 성취감 등 주희가 자립하는데 있어서 가장 필요하고 중요한 지원이 되었다. 사건 발생 후 2년이 넘게 센터의 지원과 보호를 받으며 살아가던 주희는 평생의 반려자를 만나 현재는 가정을 꾸리며 한 남자의 아내로 사랑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 입사한지 4년여가 되어가고 있는 지금, 아직도 난 그때의 일을 떠올리며 피해자지원에 대한 마음을 다시 잡곤 한다. 범죄피해자 특히 강력범죄피해자를 돕는다는 것은 전문적이고 거창한 지식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피해자의 마음을 헤아리고 진심으로 공감하는 것이 가장 우선 시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보여주기 식의 일회성 경제적 지원, 물품 후원이 아니라 피해자의 아픔을 함께하고, 상처받은 한사람의 상처를 진심으로 보듬어주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화려한 말로 위로 하는 것보다 때로는 조용히 안아주는 것이 주희에게 다시 새로운 미래를 꿈꾸며 희망적인 삶을 꿈꿀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주었다고 생각한다.

지식의 나눔이 아니라 진심이 담긴 마음의 다가감이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다시 사람으로부터 치유할 수 있는 가장 큰 치료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 근무하면서 수많은 사건과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앞으로도 나는 나의 위치에서 각자의 사연과 피해로 아파하는 이들을 작지만 진심으로 보듬어주고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내가 될 수 있도록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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