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분리대 곳곳에
작게라도 붙여서 알려주는
친절을 베풀거나
속도불합치 되는 시점 전에
충분히 인식할 수 있는
대형 표지판이라도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 이수연 전 부이사장
한국사진작가협회

평택경찰서가 2월부터 3개월간 유예한 끝에 이달부터 관내 국도 1호선 도심 구간에서 차량 제한속도를 낮춰서 단속한다고 발표했다. 송탄지역 초입인 송탄소방서 입구 사거리에서 평택시청 앞 비전지하차도까지 약 15킬로미터 구간인데 교통안전과 관련해서 붙은 ‘평택의 불명예’와는 별개로 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하고자하는 정책이니만큼 백번 잘하는 일이다.

하지만 이 단속보도를 접하고 느낀 심정은 별로 편하지 않다. 단속을 유예했다는 지난 3개월간 어떤 예고나 계몽장치를 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단순히 외국의 예를 들어 교통사고가 줄었다는 말과 함께 도심 구간의 제한 속도를 낮추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고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시행 중인 도시가 여럿 있으며 국토교통부도 이를 확대하겠다는 것이 전부다. 

궁금증도 많다. 평택이 안고 있는 교통안전의 문제가 운전자의 과속 때문인가. 이 구간에서만 사고가 높은가. 무단 횡단이나 갓길, 인도나 자전거 통행로, 횡단보도 관련 등 교통 편의시설에 따른 문제는 없는가. 또 이 조치가 생각보다 높은 효과를 거두지 못했을 경우 환원 조치할 것인가. 더욱이 우리와 교통 환경이나 국민들의 인식체계가 다른 외국의 예를 곧바로 우리에게 적용할 수 있을까 등등.    

부끄러운 일이지만 나는 요 몇 년 사이에 팽성읍 안정리에서 당진시로 가는 국도 34호선의 특정한 구간에서 속도위반 딱지를 세 번이나 받았다. 그것도 상행선에서만. 촬영여행 차 자주 다니는 익숙한 길이기에 내비게이터를 꺼두고 다녔는데 알고 보니 그 구간만 시속 70킬로였다. 나중에 다시 지나면서 확인하니 분명 속도표지판이 있었다. 그동안 못 본 것이다. 운전자의 실수를 탓하기에 앞서서, 앞뒤로 80킬로인데 허공에 70킬로 표지판 하나 붙여 놓고는 갑자기 제한속도를 늦춰 단속하고 있으니 관성대로 지나다가는 위반자가 될 수밖에 없다. 아마도 나 같은 운전자들이 또 있을 게다. 만일 그 부근에 운전자가 잘 인식할 수 있도록 안내판을 붙였다면 똑같은 실수를 세 번이나 반복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일요일 오전. 단속을 한다는 관내 구간을 비교적 한산한 시간에 달려봤다. 비전지하차도가 어디인지 몰라서 켜놓은 내비게이터에서는 60킬로를 초과할 때마다 경고음이 나왔다. 구간의 절반 정도에서는 새 제한속도에 미치지 못할 정도로 속도가 느렸지만 그 구역을 벗어나서 조금 속도를 높이려면 여지없이 경고음이 났다. 속도표지판은 모두 60킬로로 바뀌어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전까지 이 구간의 제한 속도가 70킬로였는지 80킬로였는지 기억이 안 난다. 많은 운전자들이 그럴 것 같다. 그런데 비전 지하차도에서 막 벗어난 천안은 제한속도가 정상이다. 오좌사거리를 벗어나 오산 쪽으로 가도 마찬가지다. 이 두 도시가 속도제한을 조정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하향 단속이 꼭 정답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문제는 평택으로 들어오는 멀쩡한 6차선 도로의 제한속도가 시속 80킬로에서 60킬로로 떨어지는데도 변변한 안내나 계몽장치 하나 없어서 차량속도 불합치로 딱지 떼기 딱 알맞은 상황이 되고 만다는 것이다. 마음이 편하지 않다는 이유다. 길게 늘어선 중앙분리대 곳곳에 작게라도 붙여서 알려주는 친절을 베풀거나 속도불합치 되는 시점 전에 충분히 인식할 수 있는 대형 표지판이라도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운전자야 그러거나 말거나 성과만 내면 된다는 식이라면 ‘교통사고 불명예 평택’과 함께 ‘금고에 범칙금만 쌓이는 평택’이 될 것 같다.

시민의 실천과 협조도 당연하다. 그러나 곧고 넓은 길에서, 뛰다가 넘어지면 다치니까 걸어서만 다니라고 하기 전에 편한 길을 어떻게 이용할지에 대한 인식을 만들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물론 그 방법론은 이상적이지만 오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며 비현실적일 수 있다. 그래도 해야 하고 그에 앞서서 시민들이 수긍할 최소한의 조치를 우선 만들어야 한다. 규제를 통한 효과유발은 아주 빠르고 강할지 모르지만 그것은 아주 낮은 수준의 예방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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