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준비생들에게 있어서 한국전력은 ‘꿈의 직장’으로 불린다. 한국전력에서 5개월 동안 인턴 생활을 하면서 겪은 바로는 ‘NO’이다. 올 여름 한국전력 평택지사의 사무실 온도는 36도가 넘었다. 연일 계속되는 여름철 절전방송에도 불구하고 에어컨을 튼 채 영업을 하는 일부 업체들이 있다는 소리도 들렸지만, 이곳에서는 찜통더위를 감수하는 분위기였다. 어쩌면 전기를 파는 회사에서 전기를 제대로 쓰지 못하는 것이 아이러니컬하다고 느껴졌다.
8월 초부터 ‘전력수급 비상단계’가 발령되었다. 한전 직원들은 본연의 업무를 하는 가운데에서도 일일이 대형 사업체와 공장에 전화를 걸어 긴급 절전을 당부하느라 혼신의 노력을 다했다.
한전은 ‘꿈의 직장’이 아니라 ‘땀의 직장’이란 표현이 적당하다 싶었다. 전력수급 상황이 자칫 광역 정전 사태인 블랙아웃(Blackout)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한국전력에 대한 책임문제도 빠지지 않았다. 각종 언론매체에서 책임공방이 가열되지만 공기업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에 대해 격려하는 글귀는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오늘의 전력수급 불안은 충분히 예고된 것이라고 한다. 한국전력만이 책임져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국가적 에너지 정책의 방향을 총체적으로 재점검하고 국민의 에너지 절약의식을 고취하지 않는다면 매년 ‘불랙아웃 연례행사’가 되풀이될 수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최근 전기소비 증가율은 선진국이 2%대이고, 우리나라는 6%를 웃돌고 있다. 이에 반해서 우리나라의 전력공급능력은 연간 4% 성장에 그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지난 해 ‘9·15정전사태’가 되풀이 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스럽다. 현행 전기요금 구조는 팔면 팔수록 적자가 늘어난다고 한다. 연료가격이 올라가도 요금에 반영할 수 없기 때문에 그 적자폭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적자폭이 늘어나니 전력수급 안정을 기하기 위한 재투자도 역부족이어서 만성적인 전력수급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기를 판매하는 곳에서 전기를 적게 써달라고 오히려 판매 불매운동을 해야만 하는 현재의 상황은 분명 정상적인 기업운영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 경제력이 커지면서 전기사용량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지구온난화 등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서 여름철 온도가 1도씩 올라갈 때마다 전력수요는 50여만kW 씩 늘어난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는 2012년이다. 70, 80년대처럼 경제성장을 외치며, 오로지 경제화, 산업화를 위해 전기소비를 외쳤던 시대와는 다르다. 정부, 국민, 한국전력이 하나로 뭉쳐 산업용 전기요금제도를 비롯한 수요관리 제도를 개선하는데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할 때이다.
현재는 비상수요 관리 밖에 못하지만, 현재의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적은 비용을 가지고도 더 많은 전력감축을 할 날이 멀지 않을 것이다. 그러한 수고들이 효과적으로 모여지면 결국 전기요금도 자연스레 인하되게 될 것이다.

 

 

 

 

이동주 인턴사원
한국전력 평택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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