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 지음/현대문학

 

 

 
▲  평택시립 안중도서관
박수정 사서

“타인의 고민 따위에는 무관심하고 누군가를 위해 뭔가를 진지하게 생각해본 일이라고는 단 한 번도 없었던 그들이 과거에서 날아온 편지를 받았을 때 어떻게 행동할까”

저자 히가시노 게이고가 나미야 잡화점 상담가로 ‘결점’ 가득한 젊은이들을 등장시킨 이유이다. 살아가면서 누군가에게 존재하는 이유가 된 적이 있을까? 나미야 잡화점에서 상담을 받은 많은 사람들은 잡화점 할아버지로 알고 있는 세 명의 젊은이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당신을 통해 삶의 방향이 바뀌었고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었다’라고…

세 명의 젊은이는 생계를 위한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상태로 절도를 저지르다 우연히 쓰러져가는 건물에 숨게 된다. 텅 빈 채 오랜 시간 방치된 건물 ‘나미야 잡화점’. 아무도 없을 것이라 굳게 믿고 있던 그 순간! 편지 한 통이 현관 아래 툭 던져진다. 쿵쾅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세 젊은이는 편지를 뜯어본다. 읽고 다시 읽고 곱씹을수록 편지의 내용이 조금 이상하다.

지나치게 올드한 음악 취향부터 시작하여 누구나 알 법한 휴대전화, 인터넷에 대해 전혀 모른다. 그리고 귀신이 스쳐 지나간 것처럼 답장으로 작성한 편지는 우체통에서 순식간에 사라지고 곧이어 답장이 도착한다. 어안이 벙벙해진 세 젊은이.

그러면서도 이유모를 이끌림으로 상담을 지속해주던 세 젊은이는 낡고 허름해서 폐가와 같은 나미야 잡화점이 시간의 흐름으로부터 독립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리고 잡화점에 머무를 수 있는 시간동안 최선을 다해 진심어린 상담을 하게 된다.

사람들은 평범하게 일어날 법한 이야기들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말 못할 고민거리, 자신을 억누르는 고통의 사건들을 익명의 통신수단인 편지를 통해 나미야잡화점 할아버지에게 서슴없이 털어놓는다. 세 젊은이는 상담과정을 통해 쓴 소리를 하기도 하고 미래에 존재하는 젊은이들의 시간 속에서 알 수 있는 정보를 통해 의미 있는 조언을 건네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은 놓쳤던 방향키를 스스로 찾아내기도 하고 잡화점 상담가의 방향지시등을 따라가며 인생의 어두운 터널에서 벗어나기도 한다.

나미야 잡화점 소설의 주인공은 세 젊은이로만 국한되지 않는다. 상담편지를 보낸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모두 주인공이었다. 등장인물들이 주고받는 아날로그적 교류 속에서 모두가 서서히 변해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소설 속의 주인공이 세 젊은이로만 국한되지 않듯이 소설 밖의 주인공도 누구 한명으로 제한할 수 없을 것이다.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크고 작은 숱한 고민거리에 사로잡히기도 하고, 그 고민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깊은 좌절감과 절망감속에 자기가치를 절하하기도 한다. 그러나 나미야 잡화점이라는 소설을 읽고 있으면 과연 이 가운데 누가 별 볼일 없는 사람인가? 누가 중요치 않은가? 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삶의 과정이 만만치 않을지라도 주인공으로써 작은 불씨 하나를 가슴속에 꼭 지녔으면 한다.

저작권자 © 평택시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