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잃은 아이들과 함께 할거예요”


알코올중독 가정 아이들 상담·후원
질병으로서의 중독, 이해 폭 넓어져

 

 

 

 

세계적인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는 받아들이지 못했던 상처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재해석하는 작업이 바로 트라우마를 치료하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그 상처를 어떻게 잘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트라우마는 점점 희미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모여라 꿈동산’이 꾸는 미래
“‘모여라 꿈동산’은 알코올중독가정의 아이들을 돌보는 모임이에요. 상담도 하고 기부를 받아 아이들에게 필요한 물품이나 기금을 전달하기도 하죠. 올해 2월부터 현재까지 서른 세 명이 기부에 참여하고 있는데 가장 힘든 건 대상자인 알코올중독가정 아이들을 찾는 거예요. 힘들어하는 아이를 소개받고 싶어 찾아다녀도 모두 개인정보라면서 알려주지 않거든요”
가족 중심의 ‘온세상향기나’라는 비영리법인을 구성하고 스스로 대표를 맡아 알코올중독가정의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일을 하겠다며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오복용(58) 대표는 법인명의 뜻을 묻는 질문에 ‘온 세상에 하나님의 향기가 난다’는 뜻이라고 말한다. ‘온세상’은 남편의 예명, ‘향기나’는 자신의 예명이라고.
“알코올중독에는 반드시 언어폭력과 물리적 폭력이 병행되는데 그 속에서 어린아이들은 심한 고통을 겪게 되죠.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사람을 믿지 못하면서 점점 꿈을 잃어가게 되는 거예요. 어른들로 인해 잃어버린 아이들의 꿈을 되찾아주고 싶었죠”
오복용 대표는 그런 가정과 아이들을 치유하기 위해 미용사, 요양보호사 등 다양한 자격요건을 갖추었다. 평택대학교 특수상담대학원에서 상담과정 석사학위를 받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정작 나이 마흔을 훌쩍 넘겼음에도 다시 공부를 하게 된 이유는 평생 자신을 괴롭혀왔던 화두를 풀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서였다고.

알코올중독, 풀리지 않는 화두
“아버지가 알코올중독이었어요. 덕분에 가족들이 고생을 많이 했죠. 초등학교 때는 매일 일기에 이 세상에서 술이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내용을 쓰곤 했는데 술을 마시고 폭행을 일삼는 아버지는 오랫동안 제 트라우마로 남아 있었어요”
칠남매 중 막내로 자란 오복용 대표는 60대를 앞둔 나이에도 아직 그때 일이 생생한 듯 눈시울을 붉힌다. 비록 가난 때문에 낮에는 공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공부를 하며 힘들게 살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공부를 멈출 수가 없었다고 말한다. 그것은 어린 시절 그녀를 그토록 힘들게 했던 알코올중독이 대체 무엇인지 알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어렵게 중·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정작 대학은 결혼해서 아이들을 다 키운 뒤인 40대 초반에 갔어요. 그때까지 알코올중독에 대한 궁금증을 버리지 못했거든요. 백석대학교와 침례신학교에서 신학을 전공했지만 거기에서는 답을 찾지 못했고 평택대학교 상담대학원 석사과정을 하면서 해답을 찾았죠”
오복용 대표는 석사과정을 졸업할 즈음인 50세가 넘어서야 그토록 용서할 수 없었던 아버지를 용서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깊이 있는 공부를 통해 알게 된 알코올중독이라는 증상은 스스로 제어하기 어려운, 그래서 반드시 의료적인 치료가 필요한 병이라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됐기 때문이다.

상담·기부, 치유 공간 짓고파
“대학 다닐 때 늦게 공부하러 가는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남편이 가방이라도 들어준다면서 함께 대학공부를 시작했는데 석사까지 함께 마치게 됐어요. 어쩌면 내 트라우마의 가장 큰 피해자일 수도 있는데 언제나 변함없이 내편이 되어주고 날 이해하려고 노력해준 남편이 참 고맙죠”
오복용 대표는 현재 남편과 같은 가구판매업에 종사하고 있다. 남편은 용인에서 에몬스가구를, 아내는 통복시장에서 온돌침대 공장직영점을 운영 중이다. 그러나 아내가 운영하는 매장은 단순한 가구매장이 아니라 다문화가정에서 알코올중독으로 고통 받는 가족들의 상담 장소로 쓰이기도 하고 시장을 오가는 다리 아픈 어르신들의 편안한 사랑방으로도 활용된다.
“알코올중독 가정에서 고통을 받았던 아이들이 있다면 상담을 통해 그건 너희들의 잘못이 아니라고, 비록 부모가 너희들을 힘들게 했더라도 이제부터는 너희들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지켜줄 거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그리고 혼자 힘들어하지 말라는 말과 너희들 곁에는 항상 신이 함께 있다는 말도 전할 거예요”
자신처럼 어린 시절 상처를 가진 아이들을 위해 평생을 바치고 싶다는 오복용 대표, 엄마가 하고 싶은 일은 무조건 돕겠다며 법인이사로 기꺼이 거금을 투자한 자녀들과 남편이 가장 든든한 빽이라는 그녀에게는 마지막으로 꼭 이루고 싶은 한 가지 소원이 있다. 그것은 언젠가 자신이 만들 숲속 힐링센터에 상처 입은 알코올중독가정의 가족들이 언제든 편하게 와서 쉴 수 있었으면 하는 소원,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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