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정은 지음/달

 

 

 
▲ 김정 사서
평택시립 안중도서관

저자 곽정은은 모 TV프로그램에서 남자 연예인들과 함께 출연해 거침없이 자기의 생각을, 여자의 말들을 표현하며 대중들에게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여성지에서 칼럼리스트이자 피처에디터로 활동한 그는, 연애와 사랑에 관한 칼럼 이외에도 <내 사람이다> <혼자의 발견> <우리는 어째서 이토록> 등의 에세이 몇 권을 발표하며 작가로서도 자리매김하고 있다.

TV프로그램에서 처음 얼굴을 익힌 저자에 관해, 사실 나는 편견이 있었다. 당당하게 자기주장을 쏟아내는 모습이 호감이면서도 그 주제가 ‘연애와 사랑’이라 깊이 있게 느껴지지 않아서이기도 했고, 더구나 그것에 관해 말하면서 이혼한 경력이 있다니 모순되게 느껴지기도 했음이다.

그러나 책 <편견도 두려움도 없이>는 그런 편견을 말끔히 없애게 했다. 심지어 동시대의 여자로서 살아가고 있는 여동생에게도, 친구들에게도 추천해주고 싶을 만큼 저자가 풀어내는 이야기들은 솔직하고 당당하며 공감이 간다.

페미니스트까진 아니더라도, 현대를 살아가는 당당한 신여성임을 늘 주장했던 나였지만, 여자로서의 삶에 대해 이리도 무심했던지 반성이 든다. 편견과 폭력으로 똘똘 뭉친 그 덩어리들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지난날들에 이제야 나는 의문을 제기한다.

사건이 작던, 크던 일상에서 전해 들었던 성적 희롱들을 왜 나는 여태껏 ‘그럴 수도 있지’ 혹은 ‘앞으로 내가 조심 해야겠다’라고만 생각했을까? 여자니까 남자보다 더 몸가짐을 조심해야하고, 무차별적으로 가해지는 폭력에 늘 먼저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여자가 나이를 먹고 늙는 건 추한 것이고, 자연미인이 아니라 더 예뻐지기 위해 성형을 한다는 건 남자들한테 숨겨야만 하는 치부라 여겨왔던 것일까. 너무도 당연하게 말이다.

<편견도 두려움도 없이>가 좋은 또 하나의 이유는 날선 주장들이 위트를 품고 있으면서도 매우 담백하게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옆집 언니가 이야기 해주는 듯 조곤조곤, 담담히 써내려간 여자의 이야기들은 소위 ‘쎄지 않아’ 더 매력적이다.

불편함을 불편하다고 자각하고, 그러지 않기를 선언하는 일부터 나 자신에 더 집중하고 온전히 여자로서의 나를 사랑하는 일, 그럼으로써 사회적 편견에지지 않기를 희망하는 모든 여자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하지만 이런 가치관으로부터 스스로를 자유롭게 하는 것은, 누가 뭐라던 한 인간으로서 자신을 긍정하는 마음가짐이다. 여자를 나이로 규정짓고 싶어 하는 사회의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지 않고, 지금까지 내가 겪은 경험과 내면의 변화들이 가능했던 힘은 바로 자신이 관통한 시간에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자신이 지나온 시간을 긍정하는 태도를 가지지 못하면, 나이를 둘러싼 프레임에 교묘하게 발목을 잡힌 채 살게 된다. 그나마 남은 시간도 조바심에 쫒기 듯 살게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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