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의 아픔, 칠보테라피로 치유되길”

피해자들과 6년 동안 함께 해
사회적 편견 하루빨리 사라져야

 

 

 

 

안성시 공도읍에 위치한 무지개공방은 범죄로부터 피해를 당한 여성이나 가족들을 위해 칠보테라피를 가르치며 마음을 안정시키고 이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작품도 만들어내는 사회적기업이다. 이곳은 그동안 사회적으로 외면 받아 왔던 피해자들을 위한 공간이라는 뜻에서 사회적으로도 큰 의미를 갖다.

배려와 따뜻함이 가장 필요한 곳
“일반적인 취약계층과는 또 다르게 마음의 상처가 큰 경우가 많죠. 이곳은 피해자지원센터가 피해자들이 사회적응을 잘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만든 것인 만큼 가장 중요한 것은 이분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고 조심스럽게 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죠”
사회적기업 무지개공방에서 피해자들에게 칠보공예를 가르치고 있는 남성숙(64) 원장은 올해로 6년째 범죄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며 이들의 심신을 안정시키고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 중학교에서 가정을 가르치는 교사로도 활동했던 남성숙 원장은 엄마처럼 따뜻하게 이들의 마음을 헤아린다.
“칠보공예는 일반적으로 800도의 높은 온도에 5번 정도를 굽게 되는데 뜨거운 불을 거치면서 작품으로 변화되는 모습을 바로 눈으로 확인할 수 있고 섬세한 작업이기 때문에 집중력이 높아진다는 장점도 있어요. 실제로 이 과정을 거치면서 곁을 주지 않던 아이가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장면을 목격했던 일은 지금도 잊을 수 없죠”
칠보공예는 칠보테라피라고도 불린다. 금속의 산화물로 색을 낸 투명 또는 불투명한 유리질의 재료다. 이러한 테라피 효과 덕분인지 이곳을 거쳐 갔던 사람들은 지금도 이따금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거나 자신의 결혼소식을 알리기도 한다고.

변화되는 모습을 보는 일 큰 보람
“이곳을 거쳐 간 사람들이 지금까지 약 20여명이 돼요. 직업도 갖고 마음치유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많은 피해자들에게 이런 곳이 있다고 알려주고 싶은데 홍보가 어렵네요. 아마도 그것이 제게 주어진 숙제겠죠”
남성숙 원장은 피해자들의 마음치유에 가장 큰 우선순위를 둔다. 특히 칠보테라피의 밑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테두리나 돌담을 그리며 자신의 마음속에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막았던 한 피해자가 점점 벽을 허물고 결혼까지 이른 것은 지금도 그녀가 이곳에 머물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범죄피해자지원을 위한 곳이라고 말하면 ‘범죄’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감 때문에 범죄인이 모였다는 오해를 받는 일도 많아요. 그러나 이곳은 아픔을 겪은 사람들이 모여 있고 그들의 치료와 사회생활을 위한 곳인 만큼 그런 인식은 빨리 사라져야겠죠”
이곳에서 만든 칠보공예는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에게 선물도 했을 만큼 품질이 뛰어나다. 현재 무지개공방에서 만든 칠보공예는 온라인쇼핑을 비롯해 안성맞춤갤러리에서 고정적으로 판매하고 있고 일부는 법무부 등에서 판촉물로 구입하거나 안성포도축제, 안성바우덕이축제, 밀알재단바자회, 교회바자회, 남서울대학교 바자회 등 다양한 바자회와 축제현장에서도 판매하고 있다. 

범죄피해자, 사회적 인식 바뀌어야
“입장 바꿔 생각해 보면 아픈 상처를 내세우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예요. 제품이 좋지 않아도 그냥 도와주기 위해서 구입해 주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전 직원이 제품의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죠. 작품 하나하나가 최상을 추구하는 만큼 품질에 자부심도 있고요”
예전에는 범죄자에게 죄를 묻고 형을 구형하는 일로 끝났었다면 지금은 그들로부터 피해를 당한 사람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이 많아졌고 덕분에 범죄피해자지원센터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아직도 ‘범죄’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감은 이들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을 곱지 않게 만들 수 있어 남성숙 원장은 할 수만 있다면 그냥 피해자지원센터라고 부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하곤 한다.
“무지개공방과 함께 하게 된 것은 내 인생의 큰 변곡점이 됐어요. 내가 이들의 삶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많이 하죠. 피해자들이 힘든 일을 빨리 잊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삶을 살아야 나중에 결혼을 해서도 좋은 부모가 될 수 있는데 그 과정에 내가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거든요”
남성숙 원장은 살아오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입장 바꿔 생각’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것은 배려의 시작이자 소통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피해자들이 아픔을 잊고 사회에 복귀해 평범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일, 이들이 심신의 아픔을 치유하고 새로운 삶을 사는 것을 바라볼 때 가장 보람 있다는 남성숙 원장은 자신 역시 이들을 돕는 많은 사람들 중 한사람이지만 누구보다도 이들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만큼 그 책임감도 크다는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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