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스타로 제2의 인생 시작할 거예요”

세상을 향한 도전 보람 있어
공인중개사는 미래를 위한 꿈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것이 삶의 고비다. 그 과정을 겪는 동안 그대로 주저앉는 사람도 있고 예전보다 나은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주위의 따뜻한 시선이 있을 때 그 사람이 조금 더 수월하게 다시 설 수 있다는 사실이다.

50세에 취득한 바리스타 자격증
“바리스타 자격증은 2016년에 땄어요. 2급은 2월에, 1급은 공부하는 기간이 있어 그로부터 3~4개월 지난 후에 땄죠. 1급 자격증을 가진 사람이 우리나라에 약 2만 명 정도가 있다는데 저도 그중 한 사람이에요. 손님들이 커피 맛이 좋다고 얘기하실 때는 기분이 정말 좋죠”
최동연(50) 씨는 바리스타로 활동을 시작한 지 이제 1년여가 됐다. 평택고용복지센터에서 취업지원금을 받아 무료교육을 받았다는 그는 송탄에 있는 작은 커피숍에서 얼마 전까지 근무하기도 했다. 현재는 커피숍 사정으로 잠시 쉬고 있으나 매장과의 인연으로 인해 지금도 한번 씩 찾아가 커피 기계 등을 손보고 청소도 해준다고.
“예전부터 커피를 좋아했어요. 고등학교 때 동네에 음악다방이 많았는데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을 늘 부러워하곤 했거든요. 어쩌면 고등학교 때부터 꾸었던 꿈을 이제야 이룬 건지도 모르겠어요. 지금은 바리스타로 제2의 인생을 사는 기분이에요”
최동연 씨는 바리스타가 되기 전, 아파트 기관실 설비기사로 일했다. 언뜻 설비기사와 바리스타라는 직업을 연결하기가 쉽지 않지만 두 직업을 연결하기 까지는 사실상 누구에게도 쉽게 털어놓지 못하는 아픈 상처가 있다. 2014년에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범죄피해를 당했고 그로 인해 한동안 병원에서 큰 수술을 두 번이나 감당했기 때문이다.

힘든 고비, 다시 사회로 진출
“혼자 있었으면 더 많이 힘들었을 텐데, 그때 저에게 손을 내밀어준 평택안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가 있어서 다행히 일찍 극복할 수 있었어요. 그분들은 제가 병원에 있을 때도 찾아와 위로해주고, 어려운 제 형편을 알고는 병원비 지원도 해주고, 퇴원 후 지금까지 일 년에 몇 번씩 찾아와 생필품을 전해주시곤 하죠. 그분들이 베풀어준 마음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어요”
최동연 씨는 사고 직후 어머님이 돌아가시는 불운을 겪었다. 그리고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자신에게 평택안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관계자들에게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일렀다며 또 다시 눈물을 글썽인다. 그리고 자신이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게 된 것은 센터의 전폭적인 응원 덕분이라고 들려준다.
“범죄로 피해를 당하게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심신이 피폐해져요. 육체는 물론이고 정신적으로도 사람을 믿지 못하고 불안해하는 등 극심한 트라우마를 겪게 되죠. 혼자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 다시 사회로 복귀하기란 사실상 큰 용기가 필요해요. 금전적인 지원도 좋지만 무엇보다 피해자를 따뜻하게 감싸주는 주변 사람들의 마음이 더 필요하죠”
최동연 씨는 자신이 힘든 일을 겪어본 만큼 지금도 어디에선가 피해를 입고 웅크린 사람들이 있다면 부디 잘 극복하고 다시 세상 속으로 나와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용기를 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의 잘못이 아닌 만큼 숨지 말고 당당하게 사회에 나와 활동하고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도 덧붙인다.

아픔을 함께 나누는 사회
“평택안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 계신 분들이 지금은 꼭 가족 같이 느껴져요. 제가 처음 바리스타를 배워 커피를 내렸을 때도 제일 먼저 생각난 것이 센터에 계신 분들이었죠. 바리스타로 취업해서 일하고 있을 때는 그분들이 직접 찾아와서 응원도 해주셨고요. 그분들의 따뜻한 마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어요”
최동연 씨는 평택안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일컬어 ‘일상의 작고 소소한 일도 함께 나누고 싶은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그는 현재 또 다른 취업의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현재는 바리스타 외에도 다시 도전하고 싶은 꿈이 생겼다. 바로 공인중개사 자격을 취득하는 일이다.
“나중에 공인중개사로 일하면서 한쪽에 내 커피숍을 내는 게 꿈이에요. 꿈을 이루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현재까지는 그 꿈만으로도 행복하죠. 내가 어려울 때 주변사람들의 도움을 받은 만큼 저역시도 할 수만 있다면 피해를 입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도우며 살고 싶어요”
6월 말경 봉사단체와 함께 베트남에 간다는 최동연 씨, 커피 수출 세계 2위인 베트남에서 견문도 넓히고 봉사도 하고 돌아오겠다는 그는 인터뷰 말미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느냐는 질문에 또 한 번 했던 이야기를 반복한다. 그것은 바로 평택안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가 베풀어준 따뜻한 마음이 자신을 제2의 인생을 살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그 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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