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모와 함께 하는 시간 보람있었죠”

작은 사회적 관심이 상처 치유
사회적 편견과 홀로 맞선 시간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는 곳에 머무는 사람들이 있다. 말을 하고 싶어도 차마 하지 못하거나 설령 한다 해도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는 그늘진 곳에 있는 사람들의 입이 되어주고 그들의 미래를 위해 애쓰는 사람의 삶은 비록 편하지는 않을지라도 그 자체로 충분히 숭고하다.

송탄에서 17년 미혼모시설 운영
“지금은 고덕국제신도시 개발로 인해 폐업했지만 17년 정도 송탄에서 미혼모들이 머무는 ‘로뎀의 집’을 운영했어요. 적게는 열두 살부터 많게는 마흔 살까지 미혼모들과 함께 했죠. 그들 중에는 가정을 이뤄 화목하게 사는 사람도 있고 사회복지사나 한의사가 된 사람도 있어요”
평택안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김미래(64) 이사는 2013년부터 천안에 있는 목천요양원에서 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40대 초반에 처음 미혼모 시설을 시작할 당시 시의 지원을 받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고 설치신고를 했기 때문에 계속 자비로 운영을 해야 했고 때문에 고덕국제신도시로 토지가 흡수된 뒤에는 이사비용만 받고 철거할 수밖에 없었다.
“다시 그 일을 하고 싶었지만 직원 월급까지 책임지기에는 한계가 있었어요. 요양원장으로 가면서도 어떤 식으로든 다시 미혼모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미혼모들의 경우 누군가가 조금만 관심을 가져준다면 얼마든지 당당한 사회구성원으로 살 수 있다는 걸 확인했으니까요”
김미래 이사는 미혼모와 관련된 일을 하기 전에는 교도소 사역을 했다. 전국에 있는 교도소를 돌아다니며 100명 중 한명에게라도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랐던 그 마음은 미혼모와 관련된 일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한사람이라도 도울 수 있다면
“평택에 있었던 미혼모시설 ‘에스더의 집’에 꽃꽂이 자원봉사를 나갔는데 그때 한 아이가 세 번이나 시설에 들어온 걸 봤어요. 다시 온 것이 이상해 묻고 대답하는 과정에서 그럴 수밖에 없는 환경 때문이었다는 것도 알게 된 거예요. 그 얘기를 듣고 3명의 미혼모를 우리 집에 데리고 와서 함께 지내기 시작했는데 그게 미혼모를 위해 일하게 된 계기였죠”
김미래 이사는 미혼모들과 함께 생활했던 당시의 일들을 들려준다. 한국방송통신대학에 진학시켰던 일, 결혼을 시키며 혼주역할을 했던 일, 퇴소한 아이들에게 편지를 받았던 일, 얼굴 화상을 입었던 아이에게 천안에서 성형외과 원장의 도움을 받아 수술을 해줬던 일등은 지금도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한때 몇몇 방송국에서 미혼모시설을 지어주겠다며 방송을 요청한 적이 있어요. 처음에는 미혼모들에게 좋은 시설을 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방송을 허락할까 하는 생각도 있었는데 제 큰 아이가 그러더군요. 엄마가 정말 미혼모들을 위한다면 좋은 환경보다는 엄마의 사랑과 관심이 더 필요한 것이 아니겠냐며 무엇을 얻으려고 이 일을 한 것이 아니라면 방송은 하지 말라고 말예요”
김미래 이사는 그동안 250여명의 미혼모들을 돌보며 이들을 바라보는 사회적 편견과 싸운 일도 많다고 털어놓는다. 미혼모 대부분이 애정결핍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지만 정작 사회도 이들에게 냉정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평소에는 소심하고 조용하던 김미래 이사도 아이들과 관련된 일이라고 하면 물불 안 가리고 뛰어드는 경우가 많았다고.

피해자들에게도 사회적 관심 필요
“시설을 운영하면서 가장 강조했던 것은 배움이었어요. 미혼모들에게 항상 전문적인 것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고 그래서 학교에 보내기도 했죠. 그들을 위해서 한 말이긴 하지만 돌이켜보니 잔소리를 많이 했던 것 같아 미안하기도 해요”
김미래 이사는 시설에서 가르쳐야 하는 것이 있으면 항상 직접 배워서 가르치며 비용을 줄였고 일본에서 공부를 마친 꽃꽂이 전문가인 만큼 다양한 화훼장식 강의로 수입을 충당하곤 했다. 함께 공부한 사람들 중에는 대학에서 교수가 된 사람들도 있지만 정작 자신은 이 일을 택한 걸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평택안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와도 오랫동안 인연을 맺고 있어요. 잘못을 하지 않았음에도 범죄로부터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오히려 세상 속으로 당당히 나가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그분들에게도 따뜻한 시선과 마음이 필요하다고 느꼈거든요. 그런 면에서 볼 때 범죄피해자지원센터가 가까운 곳에 있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재정지원부터 심리지원, 마음치유까지 다양한 방면에서 피해자들을 돕고 있으니까요”
우리 사회가 아무리 혼탁하고 무질서하다고 해도 아직은 선하고 착한 사람들이 많아 살맛나는 세상이라는 김미래 이사, 꽃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사람만큼 아름다운 게 있겠느냐고 되묻는 김미래 이사는 스스로 행복해지기 위해 한 일인 만큼 앞으로도 지금처럼 이웃과 함께 하는 삶을 살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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