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처 학대라고 인지 못하는
정서학대가 사회에 더 많이
남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훈육으로 치부하는 정서학대는
아이에게 많은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 임나성 팀장
평택시
육아종합지원센터

“부모가 무의식적으로 했던 행동과 언어들이 학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계신가요? 무심코 하는 부모의 행동에 우리의 소중한 자녀들은 아플 수 있습니다”

자녀를 키우고 있는 부부가 심한 부부싸움을 한다면 그것도 자녀들에게 정서학대가 될 수 있다. 부부가 싸움을 하며 서로 욕설을 내뱉거나 문을 ‘쾅’ 닫는 등의 행동을 보일 때 그것을 지켜보는 자녀들의 마음은 어떨까?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아동이 가정폭력을 목격하도록 하는 행위’는 아동학대 중 정서학대로 분류된다고 한다. 가정폭력은 가정 구성원 사이의 신체적, 정신적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다. 부부가 지속적으로 욕설을 하며 자주 심하게 다투는 부부싸움도 가정폭력에 해당된다. 하지만 부모들은 무심코 하는 자신의 행동이 정서학대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고완석 굿네이버스 아동권리사업팀 과장은 “정서학대는 상처나 상형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 때문에 정서학대를 아동학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 사회 전반에는 이렇게 알아차리지 못하는 정서학대가 만연돼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올해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전국아동학대 현황보고서’를 살펴보면 지난해 아동학대사례 유형 전체 1만 1715건 중 신체와 정서, 방임과 정서 등 중복학대를 제외하면 정서학대는 7197건으로 40.7%, 신체학대는 6661건으로 37.7%, 방임은 3175건으로 18.0%, 성 학대는 629건으로 3.6%를 차지해 정서적인 학대가 월등히 높은 수치를 보입니다.

아동의 신체에 고통을 가하고 상해를 입히는 신체학대, 아동을 성적욕구 해소의 대상으로 삼는 성폭력 등 많은 사람들이 인지하고 있는 신체적·물리적 아동학대보다 미처 아동학대라고 인지조차 하지 못하는 정서학대가 사회에 더 많이 남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훈육으로 치부하는 정서학대는 아이에게 많은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가정 속에서 일어나는 정서학대의 예로는 “너는 왜 만날 이 모양이니?” “너 때문에 되는 일이 없어!”라고 탓을 하는 일이나 “도깨비가 잡아간다”고 겁을 주는 일, 과도한 숙제가 있을 때 다 마칠 때까지 잠을 못 자게 하는 경우 등이 있다. 이러한 행위들은 기존에 훈육으로 다뤄져오는 것들이 많아 ‘정서학대’라고 하면 많은 부모들이 혼란스러워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서학대는 훈육으로 치부하기에는 아이에게 너무 많은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

가정에서 무의식적으로 부모에게 억압이나 스트레스를 받은 아이는 안정감이 부족해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등에서 또래와의 관계 맺기가 어려워 질 수 있다. 또한 정서학대를 당한 아이는 신체적 발달이 늦는 한편, 특정물건을 계속 빨거나 물어뜯는 불안장애와 부모와의 접촉에 대한 두려움, 무력감, 히스테리 등 다양한 징후가 나타날 수 있다.

최명희 신구대 아동보육과 교수는 “가장 보호받고 안전해야 할 대상에게서 자신의 존재가 거부되고 모멸감을 느낀다면 자존감이 낮아 질 수밖에 없다. 자존감이 낮아지면 반사회적이나 파괴적 행동, 우울증, 신체적 질병 등 신체 학대만큼이나 무서운 징후가 파생된다”고 말했다.

보이지 않아 더 무서운 정서학대는 치명적인 징후를 낳을 수 있다.

부모의 무의식적인 행동에서 나타난 아동학대는 자녀의 올바른 성장에 큰 방해가 될 수 있다. 반대로, 가정에서 인정받고 인권을 존중받으며 자란 자녀는 외부에서도 존중받고 지켜질 수 있다. 때문에 가정에서부터 자녀에게 좋은 단어·말·행동·환경으로 아이를 대하는 연습이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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