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80% 이상의
지지를 받는 문재인 정부가
대기업 재벌의 눈치를 보지 않고
노동자·서민만 보고 간다면
분명 성공한 정부로
역사에 남을 것이다

 

   
▲ 김기홍 부소장
평택비정규노동센터

지난 5월, 무슨 영화를 볼까 검색을 하다 문득 눈에 들어 온 영화가 ‘노무현입니다’였다. 상영 시간대도 여러 편 있는 것을 보니, 이 영화가 참 ‘타이밍’을 잘 맞춰 개봉한 영화려니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적자 중의 적자인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달에 개봉된 영화이니만큼 어느 정도 흥행은 예상되는 거 아니겠는가.

우리는 고 노무현 대통령 집권기간 동안, 미군기지 대추리 이전과 이라크전 국군 파병, 부안 방사능 폐기장 이전 등 지역공동체를 파괴하고 해당지역 주민들의 의사를 무시하는 국가주의적 사고에 맞서 싸워야 했다.

특히, 노동정책으로 들어가면 김대중 정권과 마찬가지로 신자유주의 정책을 대변했다. 2003년 9월 4일 발표한 ‘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방안’(노사관계로드맵)에는 파업 시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기존대로 유지하고, 노조 전임자 임금을 최소기준으로 지원하며, 초과지원 시 제재하고, 사업장 내 복수노조 교섭창구를 단일화하며, 공익사업장의 쟁의에 대체근로를 허용하는 것이 포함돼 있었다. 이중 일부는 노무현 정권에서 노동조합과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을 통해 입법·시행했고, 일부는 이명박 정권에서 그대로 이어받아 입법·시행했다.

단결권 등 노동기본권만이 아니다. 근로기준제도의 유연성을 높이겠다며 정리해고 등 해고요건을 완화하고, 임금피크제와 성과주의 임금 제도를 확대하는 노동관계 개혁을 추진했다. 그리고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기간제와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 등 노무현 정권에서 입법된 비정규직법은 이후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거쳐 오면서 비정규직의 나라를 만들고 말았다. 노동자 편에 선 인권변호사 출신 대통령이 아니라 역시 자본의 편이었다.

내가 본 영화 ‘노무현입니다’는 매우 편파적인 영화이다. 영화를 만든 이창재 감독은 전적으로 노무현의 편에 서서 그를 기억하는 주변 사람들의 증언을 채록하고, 노무현이 2002년 새천년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극적으로 승리하는 과정을 따라가고 있다. 또한 인간 노무현에 감화된 중앙정보부 요원과 개인 운전기사 등의 인터뷰 증언 등은 눈물샘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가장 많은 의석수를 가지고 있는 집권당이었으나 5년 동안 개혁다운 개혁을 이끌어 내지 못해 이후 10년간 극우 정당이 집권하는 원인을 제공한 과에 대한 내용은 전혀 없다. 그래서 매우 편파적인 영화인 셈이다.

고 노무현 대통령. 그는 분명 지역주의 타파, 권위주의 청산이라는 대중의 욕망과 시대변화를 대변한 인물일수도 있고 그러한 대중의 욕망표현이 흔히 말하는 ‘노빠’로 나타났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인물 중심의 ‘팬덤 현상’은 그 한계가 명백할 수밖에 없다. 이 땅의 99%인 노동자와 서민 대중이 세상 변화의 힘이 되어야지 특별한 인물에 대한 기대와 대리정치로는 우리의 삶이 절대로 나아질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오랫동안 고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해왔고 참여정부의 공과에 대해서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라는 거대한 권력기구를 동원해 국책사업이라는 이름 아래 지역공동체를 분열과 파괴로 몰아 놓았던 전철을 되풀이 하지는 말아야 한다. 공공부문에서부터 선도적으로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하는 일은 박근혜 정부에서도 대통령 공약으로 추진되었던 사업이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예외사유를 만들어 놓고 지방자치단체장의 ‘선의’와 ‘선심’에 기대어 진행되었다.

평택시의 방문간호사는 기간제 비정규직 노동자인데 인근 안성시의 방문간호사는 무기계약직 비정규직 노동자인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일자리를 늘리는 것에서만 그치지 말고 질 좋은 일자리를, 인간다움이 실현될 수 있는 노동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민 80% 이상의 지지를 받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대기업 재벌의 눈치를 보지 말고 오로지 노동자, 서민만 보고 간다면 분명 성공한 정부로 역사에 남을 것이다. 촛불을 들었던 모든 이들의 바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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