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별아 지음/해냄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심리치유센터 ‘와락’에 시민과 그 노동자가 함께하는 문학콘서트를 연다는 소식을 접하고, 처음 그곳을 방문한 나는 인적이 드문 좁은 골목에 그것도 2층에 위치한 ‘와락’을 보고는 조금 서글퍼졌다. 하지만 건물 안은 무언가 따뜻한 기운과 작지만 분명한 빛을 볼 수 있는 희망 같은 것을 전해 받았고, 그곳에서 신나게 뛰어노는 아이들의 기운찬 소리와 어우러지면서 문학콘서트는 이루어졌다. 그날 초대된 작가는 역사소설 ‘미실’로 이름이 알려진 김별아 작가였고, 부담 없이 편안한 대화를 함께 나누었다. 그리고 그녀의 신간도서도 선물 받고, 서로 마음을 위안하고 위안 받으며, ‘와락’의 의미를 더욱 깊이 느낄 수 있었던 하루였다.
그렇게 읽게 된 책. ‘괜찮다, 우리도 꽃 필 수 있다’ 의 표지에는 ‘김별아 공감과 치유의 산행에세이’ 라고 작은 글씨로 쓰여 있었다. 무언가 나도 함께하고 싶다는 느낌이 들었다. 요즘 힐링, 마음치유 등 여러가지 치유에세이가 많이 나오지만 이 책은 산행을 통한 치유에세이라는 점에서 다른 책과 달랐다. 그리고 여리고 곱게만 보이는 작가가, 그것도 자신을 평지형 인간이라 칭할 만큼 걷기만 했던 작가가 2년간 백두대간 완주를 했다고 하니, 평범한 우리들에게도 쉽게 공감이 간다. 그녀는 지리산에서 백두산까지 39차에 이르는 산행을 개근완주 했다. 세상 속에 섞여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고단 할 텐데, 산을 오르는 그녀의 의지가 체력보다 더욱 강했다. 금요일 밤, 흔들리는 버스에 몸을 싣고 새벽녘 목적지에 도착해 짧게는 6시간, 길게는 15시간을 꼬박 걸은 후 산행의 현장감을 놓칠세라 다녀오자마자 기억에 새기듯 완성해 둔 글이다. 그때 산행의 여정과 감상을 글로써 생생하게 전해주었다. 한 고개를 넘을 때마다 감정과 어려움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삶에 대한 모든 고통과 불안을 혼자서 감행해야 했던 지난날의 강박을 내려놓고 산빛, 야생화, 바위와 고행을 함께한 동행들을 마음에 담으며 그간 가슴속에 꽁꽁 닫아두었던 내면과도 조우했다고 한다.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누구도 삶을 대신 살아줄 수 없듯이, 누구도 나대신 산을 대신 타 줄 수 없다. 산행이란 인생과 같다. 스스로 헤쳐 나가지 않으면 지나갈 수 없는 것이다’라고…
 날씨가 늘상 맑은 날만 계속 되는 것이 아니라 비 오는 날, 바람 부는 날, 추운 날, 더운 날, 하루에도 몇 번씩 날씨가 변덕을 부리듯 우리의 인생도 몇 십번의 변덕과 요동을 치며 우리를 뒤흔들어 놓는다. 하지만 비 바람에, 추위에, 더위에 흔들리더라도 우리는 삶을 포기할 수 없다. 흔들리며 그렇게 그렇게 온몸으로 온몸을 밀어서 삶속으로 걸어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누군가 우리의 마음을 이렇게 알아주는 것 만으로도 참으로 치유가 되니, 읽는 내내 편하고 기분 좋을 수 밖에 없다.
 이 책은 산을 좋아하는 이에겐 더 깊은 공감을, 산을 좋아하지 않는 이에겐 산행에 도전하고 싶은 따뜻한 공감과 치유의 효과를 발휘한다. 산을 오르면서 생기는 작은 일까지 모두 산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준다. 굳이 완주나 종주처럼 거창한 것이 아니라 할지라도, 목표를 세워놓고 오르다보면 무언가 보이게 되지 않을까. 그렇게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마음에도 그리고 우리들의 마음에도 꽃이 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글 중간 중간 예쁜 그림과, 마음을 토닥여주는 아름다운 시, 힘을 주는 짧은 문구가 실려 있어 읽는 이에게 더욱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이지영 사서
평택시립안중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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