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주인은 누구인가?
규제의 주체도 건물이나 토지의
소유자도 아니다.
후대에게 물려주어야 할
우리 모두의 자산이다

 

▲ 조재열 소장
건축사연구소 샘

드라마나 영화를 보다보면 어렸을 적 추억이나 이전 세대를 기억할 수 있는 장소에서 주인공이 회상에 잠겨있는 장면을 종종 볼 수 있다. 이는 시간의 지속성을 담을 수 있는 장소여야만 가능한 얘기다. 도시는 이러한 장소성을 가져야만 문화적 자산으로써 지속가능할 것이다. 시대에 따라 표정은 다를 수 있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성숙함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우리의 도시는 어떠한가? 하루가 다르게 개발되는 우리의 도시는 추억과 사연들이 지속되어 문화적 가치를 가지기에 충분한가? 이를 위한 규제나 형식은 정책의 산물이 아니라 공정하고 보편타당하며, 성숙함을 가지기에 충분한가?

좀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자. 평택시 비전동 부근의 점포주택이 형성되어 있는 거리를 걸어보자. 보도는 높이가 오르락내리락 하여 유모차를 끌기조차 힘들고, 점포 앞은 주차를 한대라도 더 확보하고자 차량이 도로 경계석을 넘어올 수 있는 불법 주차시설물이 여러 가지 다른 형태로 설치되어 있어 이곳이 새로 조성된 도시인지 의문이 생길 정도이다. 또한 도로에는 한쪽에 차량이 즐비하게 주차돼 1차선 역할 밖에는 할 수 없어서 서로 양보를 기다리며 대치중인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으며, 이러한 차량들 사이로 보행자와 유모차는 아슬아슬 피해 다니고 있다.

점포 앞에 나란히 4~5대 주차되어 있는 경우는 그나마 도로에 주차를 하지 않아서 쾌적한 모습을 보이나 점포 옆에 앞뒤로 주차공간이 있는 경우는 자리가 있음에도 차량을 언제든 빼줘야 하는 불편함 때문인지 도로에 주차하는 경우가 많다. 상식적으로 점포 앞에 주차공간을 나란히 확보해 주면 보도도 오르락내리락 하지도 않고, 도로에 불법주차도 하기 힘들 텐데 왜 서로 다른 모습으로 주차장을 만들었을까? 관련 제도를 자세히 확인해보자.

비전동 점포주택이 조성되어 있는 일대는 평택시 소사벌지구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별도의 지구단위 지침을 따르며, 이는 시장의 권한으로 고시되어 있다. 지구단위지침을 보더라도 점포주택의 배치예시는 건물 앞에 나란히 주차하는 방식을 권장함에도 불구하고, 차량의 진출입 관련 규정에는 폭 6미터에 한해서 출입구를 설치하게 되어 있다.

이처럼 지침 자체에서 논리가 상충함에 따라 해석의 차이가 있을 수 있어, 행정지도 시 상당한 어려움을 가졌을 것으로 보인다. 다수의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2016년까지는 지침에서의 권장사항으로 행정지도를 하였으나, 2017년부터는 차량의 출입구 폭원 6미터를 준수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권장사항의 예시대로 나란히 주차하는 방식대로 지어진 건물의 경우 차량의 출입 폭원 6미터를 위반한 불법건축물이 되어버리며, 점포를 운영하는 사업주는 물론이고 건물주에게도 재산상의 피해를 줄 수밖에 없다. 평택시는 형평성에 맞지 않는 법규의 적용으로 현재 기준에 맞지 않는 건축물을 불법건축물로 만들거나, 지침을 개정해서 점포주택을 권장사항으로 배치할 수 있게 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도시의 주인은 누구인가? 규제의 주체도, 건물이나 토지의 소유자도 아니다. 후대에게 물려주어야 할 우리 모두의 자산이다. 그곳에서 꿈도 가지고 추억도 회상하며, 지속적인 성장을 해야 할 터전이다. 이를 위해 규제는 현상에 대한 합리적인 이해를 통해서 지속 가능한 도시를 만들기 위한 형식이어야 한다. 무엇이 시민을 위한 것인지, 무엇이 후대를 위한 것인지, 평택시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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