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이란
내가 가진 것을 단순히
 나누는 것이 아니라
‘소통과 만남의 가교’라는 것

 

▲ 조언빈 학생
한광고등학교 3학년

방학(放學)이란 본래 ‘학문을 놓는다’는 뜻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방학은 누구에게나 기다려지는 선물인 것 같다. 나에게도 방학이 기다려지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내 가슴 속 깊이 꼭 하고 싶은 일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지난 겨울방학 동안 평택에 있는 한 호스피스 단체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물론 학기 중에도 그곳에서 봉사활동을 했지만 방학처럼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봉사활동을 하기는 힘들었다. 입시를 코앞에 두고 있는 고3 학생이 무슨 봉사활동이냐는 충고도 있었지만, 지금도 생각해보면 호스피스 봉사활동은 나에게 ‘보람과 위로’를 함께 가져다준 의미 있는 일이었다.

학기 중 호스피스 봉사활동은 짧은 시간 때문에 주로 보조업무였지만 방학 동안에 하는 봉사활동은 달랐다. 직접 환우들을 접하며 세면과 세신, 그리고 머리를 손질하는 일에도 참여할 수 있었고, 지친 환우 가족을 위한 1박 2일 동안의 환우 돌봄이 봉사활동도 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환우들의 가족을 위로하는 일들도 함께 했다.

특히, 얼마 남지 않은 삶을 마감하는 환우들을 생각하며 그 분들의 가족과 함께 종이로 꽃을 만들었던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뭉클하다. 암으로 죽음을 앞둔 엄마를 보내야 하는 또래친구의 눈물, 자식을 먼저 떠나보내야 하는 70대 할머니의 거친 손길, 사랑하는 아내를 결혼한 지 3년 만에 하늘나라로 보내야 하는 형과 같은 아저씨가 꼭 끼고 있던 반지, 50년 살았으니 괜찮다며 속내와 다른 말씀을 하시는 할아버지의 한숨….

이 분들과 함께 만든 꽃을 환우들에게 달아드릴 때 ‘힘내세요’라고 말하며 애써 밝은 모습을 보이려 했던 나도 어느 순간 가슴에 뜨거운 무엇인가를 느꼈다. 그리고 ‘삶과 죽음, 생명, 가족, 인생이란 무엇인가?’ 하는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로 혼란스러웠다.

지금까지 나는 봉사활동이란 그저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선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호스피스 활동을 통해 봉사활동이란 내가 가진 것을 단순히 나누는 것이 아니라 ‘소통과 만남의 가교’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소통과 만남은 인간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타인을 배려하고 존중할 수 있는 원천이 된다는 점도 깨닫게 되었다. 또한, 호스피스 봉사활동을 통해 환우와 환우 가족 분들에게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다. 환우들과 그 가족들의 모습 속에서 고3 생활을 해오면서 받았던 어떠한 위로와 격려의 말 보다 큰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여름방학이 또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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