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짓는 사람이
소비자를 생각하며
농사지은 농산물로
조리하는 사람이
먹는 사람을 배려하면서
만든 음식이어야 한다

 

▲ 김종덕 회장
국제슬로푸드 한국협회

평택농업희망포럼의 일원으로 일본 에히메현 이마바리시를 방문해 ‘농촌진흥’과 직원들로부터 ‘지산지소’와 식생활 교육에 대해 들었다. 지산지소와 식교육 성과가 놀랍다.

마쯔야마시와 이마바리시 농업교류 3일차 일정으로 마쯔야마유기생협 그리고 유기생협 생산자 조합원들의 와다마루농장을 방문했다. 35년의 역사를 가진 유기생협은 일본에서도 보기 드문 철학과 가치를 지향하는 생협이다.

생협 이사장 하다 씨의 생협소개에서 조합원들을 괴짜라고 표현할 정도였다. 열악한 여건에서 다품종 소량생산을 하는 생산자 조합원들을 위해 소비자 조합원은 배달되는 꾸러미 상자에 어떤 채소가 들어있는지 모르는 Random Box 랜덤박스를 받는데 식단을 염두에 두고 재료를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재료를 받고 식단을 짜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1300여명의 소비자 조합원들이 이러한 방식의 생협운영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한다.

유기생협의 조합원 농장인 와다마루농장을 방문했다. 이 농장은 7명의 생산자조합원이 경영하고 있고 1인당 1500평에서 1800평의 농지에서 쌀과 10여종의 채소를 생산하고 있다. 1977년 저농약, 1979년 무농약을 거쳐 2000년에 JAS 인증을 받았고 생협 출하액은 1년에 최고 3억 원까지 올렸다가 요즈음은 1억 원 정도라고 한다.

이 농장의 조합원 중 한 분인 홍고 상으로부터 떡과 절임가공 시설에 대한 소개를 들었고 농가 식품가공의 허가여부에 대해 물었는데 팥이 들어가지 않는 떡과 일본식 절임음식인 쯔케모노의 경우 허가받지 않고도 식품을 가공해 유기생협에 납품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농가의 식품제조 허가에 대해 제조시설, 안정성, 위생 등을 이유로 담당부서가 허가하지 않고 있고 농가가공을 문제 삼아 법적 조치를 취하는 현실과 비교되는 대목이었다.

일본 유기농 농가도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와다마루농장의 조합원들은 일주일에 이틀 정도만 가족과 함께 농장 일에 전념하고 농업 이외의 다른 분야에서 아르바이트 등 경제활동을 통해 생계를 꾸리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안타까웠다. 안정적인 영농 없이 좋은 먹을거리, 지속가능한 먹을거리가 없는데 이와 관련해 일본에서도 현재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음식이 즐거움의 원천이 되려면 음식이 온전하고 제대로 된 음식이어야 한다. 농사짓는 사람이 소비자를 생각하며 농사지은 농산물로, 조리하는 사람이 먹는 사람을 배려하면서 만든 음식이어야 한다. 글로벌푸드가 지배적인 먹을거리 환경에서 이러한 음식 찾기가, 먹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인근지역 생산자와 직거래를 하고, 로컬푸드직매장 등을 찾아 로컬푸드 재료를 사서 조리해 먹으면 된다. 시간과 여건이 되면 상자 텃밭해서 키운 것을 먹는 것도 한 방법이다.

생산자와 생산과정이 알려져 있지 않고 숨겨진 정체불명의 식재료로 만든 음식이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식재료에 먹는 사람을 염두에 두면서 만든 음식의 경우 즐겁게 먹을 수 있고 그것을 먹으면서 행복할 수 있다. 점점 찾기가 힘들어지고 있지만 엄마표 음식처럼 이미 잘 아는 음식을 먹는 것도 즐겁고 행복하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이다. 자신이 먹는 음식에 대한 구체적이고 생생한 기억은 먹는 즐거움을 크게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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