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요 ‘노을’의 작곡자 최현규

 
‘지나가다’님의 글
노을 정말 좋아하는 동요인데 우연히 작사하신 선생님 블러그를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예쁜 노래 만들어서 듣게 해주심 정말 감사합니다.
근데 이런 질문 드려도 되나 모르겠지만, 각종 글에 작곡하신 분이 안호철 선생님으로 표기되어 있던데 선생님 글에는 최현규 선생님이라시니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겠습니다.
좋아하는 노래는 작사·작곡 하신 분도 눈여겨보는 터라 궁금해져서요.
만약 불편하신 질문이라면 이 글 지우셔도 됩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노을

이동진 작사/최현규 작곡/권진숙 노래

바람이 머물다 간 들판에
모락모락 피어나는 저녁연기
색동옷 갈아입은 가을언덕에
빨갛게 노을이 타고 있어요

하수아비 팔 벌려 웃음 짓고
초가지붕 둥근 박 꿈꿀 때
고개 숙인 논밭의 열매
노랗게 익어만 가는
가을바람 머물다 간 들판에
모락모락 피어나는 저녁연기
색동옷 갈아입은 가을 언덕에
붉게 물들어 타는 저녁놀

1984년 열린 MBC문화방송 주최 ‘제2회 창작동요제’
그 때까지만 해도 라디오에서는 곧잘 들을 수 있었던 어린이 동요. 하지만 동요 ‘노을’은 1년이 넘도록 라디오는 물론 TV에서도 끊임없이 방송되어서 전국적으로 동요 붐을 일으킨 최초의 동요가 되었으며 2004년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동요로 선정되었고 동요 ‘노을’ 노래 부르기는 지금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때만 해도 창작동요제에 참가하는 모든 동요는 초등학교 선생님이 작곡을 한 노래에만 출품자격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동요 ‘노을’은 클래식 기타 연주를 하며 작곡도 하는 음악도였던 최현규 君이 군 생활을 하면서 일부분 작곡을 해두었던 것을 군대에서 제대를 하고 난 뒤 바로 완성한 곡이었습니다. 하지만 군 제대 후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아무 직업도 갖지 못했던 최현규 君은 동요 ‘노을’로 MBC 창작동요제에 참가하기 위해 작곡자 이름을 당시 성동초등학교 안호철 선생에게 빌려주었습니다.

창작동요제 대상(大賞)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던 예상 밖의 결과였습니다. 그 동안 아이들만 부르는 노래인 줄 알았던 동요가 어른들도 부를 수 있는 노래가 되었다는 큰 변화를 일으킨 동요라는 평가도 받았습니다. 안호철 선생은 부상으로 받은 문교부장관상으로 근무지를 서울로 옮겼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습니다. 동요제가 끝나면 곧바로 작곡자 이름을 돌려주겠다고 했던 안호철 선생.
하지만 모든 것이 끝난 뒤에도 안호철 선생은 최현규 君에게 작곡자 이름을 돌려주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10년도 넘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불리는 동요 작곡자가 제 이름을 찾지 못하는 것에 대해 주변사람들이 더 안타깝게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중 평택 안중에서 안일여자고등학교 교장선생님을 지낸 ‘한국음악저작권협회’ 부회장 신귀복 선생님께서 이 내용을 전해 들으시고는 최현규 君에게 작곡자 이름을 찾아주기 위해 신귀복 선생님, 최현규 君, 안호철 선생과 함께 만나 3자 대면을 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안호철 선생은 자신은 동요 ‘노을’ 작곡자가 아님을 신귀복 선생님에게 분명히 밝히고 그 해 가을까지만 기다려 달라고 했습니다. 그러면 원래 작곡자인 최현규 君에게 이름을 돌려주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가을이 지나고 겨울도 지나고 또 해가 지나도 안호철 선생은 아무 연락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기다리다 못한 신귀복 선생님 도움으로 동요 ‘노을’ 작곡자는 ‘최현규’로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정식으로 등록을 마쳤습니다. 음악도였던 최현규 君은 그 뒤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을 졸업했습니다.

아직도
동요 ‘노을’을 아름다운 노래로 만든 작곡자가 최현규 임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 내용을 밝히기 위해 이 글을 다시 적습니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동요 ‘노을’ 작곡자는 최현규입니다.

‘지나가다’님의 글
아… 이런 안타까운 사연이 있었군요.
얼마 전 본 책에서 잘못된 사실이 진실인양 온 세상에 퍼지면(그리고 그렇게 시간이 지날수록) 사실을 바로 잡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는 글을 본 기억이 납니다. 제가 다 착잡해집니다. 진실은 언젠간 알려진다는 말을 믿는 편이 아니라서…
예도 모르고 지나가다 불쑥 드린 질문에 이렇게 글을 올려주시니 고맙습니다.
오늘 날씨가 꽤 쌀쌀해졌더군요.
감기 조심하시고 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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