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산생활협동조합은
가치의 문제이고
삶을 영위하는 태도의 문제다.
 그 가치관을 공유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교육과 조합원 활동이 중요하다

 

▲ 이승희 이사
평택두레생협

평택농업희망포럼에서 7월 20일부터 24일 3박 4일 일정으로 일본 에이메현으로 현지견학을 다녀왔다. 평택두레생협 이사장으로 6년을 지냈지만 한국생협이 생기는데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일본생협을 방문할 기회가 없어 이번 방문이 더 기대가 됐다.

유기생협은 일본에서 두 번째로 작은 생협이고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만든 생협이며, 35년의 역사를 가진 생협이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만든 생협이다 보니 물품의 가격을 책정할 때 생산자의 생활비와 재생산비를 산출하여 협의를 통해 책정한다고 한다.

다품목 소량 생산이 가능한 유기농 생산지가 있어서 조합원들에게 여러 종류의 농산물을 공급 할 수 있는데 가장 인상 깊은 것은 ‘random box’라는 것이다. 매장 없이 배송만으로 운영되는 생협인데다가 random으로 받는 물품이라니 상상이 가지 않았는데 하다이 사장의 설명이 흥미로웠다. 유기생협의 조합원은 10여 가지 농산물이 들어있는 random box를 받고 나서 식단을 짠다는 것이다. 불편함을 감수하는 조합원들이 있다는 게 신기한데 다들 괴짜라서 가능하다는 하다이 사장의 말에 놀랄 따름이었다.

조합원 교육은 어떻게 진행하는지 질문하니 생명가치에 대한 원칙이 중요하고 안전과 안심은 마음의 문제이므로 끊임없는 정신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조합원들의 생활수준은 어느 정도냐는 질문에 와다 이사장은 가치의 문제라는 이야기를 했다. 어느 곳에 더 지출을 하느냐의 문제이지 소득 수준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즉 가치의 문제이고 삶을 영위하는 태도의 문제인데 그 가치관을 공유하고 유지시키기 위해서는 교육이 중요하고 생산지 방문 같은 조합원 활동이 중요한 셈이다. 어떻게 참여를 이끌어 내는가의 문제는 생협이 늘 고민하고 연구해야할 과제라는 생각이 든다.

집하장은 생협 집하장에서는 일주일에 4번씩 배송을 한다는데 하다이 사장이 자랑하고 싶다며  5리터 정도의 유리병에 든 간장을 보여준다. 소비자 조합원의 요구로 인해 전통방식으로 만드는 생산자를 직접 찾아서 공급하는 것으로 비싼 가격임에도 잘 팔리는 물품이라고 한다.

집하장 견학을 마치고 유기생협에 농산물을 공급하는 와다마루 생산지를 방문하였다. 40대부터 70대 7명의 생산자가 생산을 하고 있는데 농업만으로는 생활이 어려워서 이틀정도 농사를 짓고 나머지 시간에는 다른 곳에서 생활비를 충당하는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리고 있다.

지나는 곳곳에 ‘coop’이라는 간판을 많이 보여서 안내를 해 주는 다까이상에게 생협매장을 가보고 싶다고 이야기 하니 일반 마트랑 똑 같은데 생협은 아니라는 답이 돌아왔다. 일본의 생협에서는 다양한 제품들을 판매한다고 들어서 직접보고 싶었는데 그런 곳은 생협이 아니라는 말에 많은 생활재로 채워진 큰 매장이 여러 곳이 있어서야만 생협이 유지 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했던 평소의 내 자신에게 물음이 생겼다.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니지만 어떤 게 생협을 사랑하는 조합원으로서 가치 있는 판단일 것인가는 여전히 쉽게 풀리지 않는 문제로 남았다.

일본에서 두 번째로 작은 생협이면서도 1982년 생협을 시작할 때의 가치와 지향점을 유지시키고 있는 유기생협이 그 가치를 오래도록 가져가길 희망한다. 또한 무작위로 배송되는 random box를 받는 불편함을 감수하는 조합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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