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형태에 맞는
상품을 준비하고
‘청년 숲’의 규모를 더 키워
규모의 경제성을 시도하면
시장 고객들의 접근도
쉬워질 것 같다

 

 
▲ 이수연 전 부이사장
한국사진작가협회

통복시장에 가본 기억이 없다. 딱히 그곳에 찾아갈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청년창업 공간인 ‘청년 숲’이 그곳에서 문을 열었다는 소식에 거푸 두 번을 찾았다.

통복시장 안 주단紬緞골목에 문을 연 ‘청년 숲’은 지난해 중소기업청의 ‘전통시장청년몰조성사업’ 공모에 선정되어 시비 6억 원을 포함, 모두 15억 원의 사업비를 투입한 공간이다. 젊은 취향을 반영한 먹을거리 13개 점포와 공예, 사진 등 문화 관련 6개 점포 등 모두 20개 점포로 조성했다. 쇠락하는 전통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예비창업자들의 창업 연습공간이다.

개장 3주째 어느 평일 낮은 그저 텅 비어있었다. 다시 두 주 지난 평일 저녁 무렵, 눈을 의심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로 골목이 그득했다. 하지만 그것은 한 두 점포에서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는 사람들, 즉 착시현상이었다. 시내에서도 만날 법한 업종이나 소위 ‘품격 있는 리빙Living’ 등의 문화관련 점포는 대부분 한산하지 않으면 개점휴업이었기 때문이다.

울컥, 2년 전에 만났던 ‘청년 1번지’ 창업자들 생각이 들었다. 청년1번지는 서울 풍물시장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사업이었다. 노령층 위주의 풍물시장에 젊은 피를 수혈해서 외국인들도 즐겨 찾는 관광명소로 만든다는 사업이었지만 공개모집해서 뽑은 창업자 열세 팀은 오래 버티지 못했고 시장 활성화를 위해 꾸린 서울시의 ‘사업단’도 몇 달 만에 해체했다는 후문이다.

많은 ‘청년창업’ 지원이 전통시장 활성화와 연계하고 있는 모양새다. 건물 리모델링과 인테리어 비용 일부 그리고 일정기간 임차료 무상지원과 동결 등이 골자다. 때문에 소자본 창업이 가능하고 많은 젊은이들이 덤벼들지만 그다지 성공했다는 소문은 들리지 않는다. 청년창업자들이 안착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경험이 필요한데 지원기간이 끝나면 버틸 여력이 없어서 많은 이들이 포기한다는 것이다.

착시현상처럼 붐비는 ‘청년 숲’을 보면서 20개 점포가 임차료를 내지 않는 1년은 ‘열정 페이Pay’처럼 버틴다고 해도 이후 5년간 월 40만원의 임차료와 기타 부대비용, 최소 인건비 정도의 자기 수입을 내려면 하루 얼마나 벌어야 하나? 방문 인원 중 몇 퍼센트나 지갑을 열까? 그러려면 하루에 몇 명이나 이곳을 찾아야 할까? 생각해본다. 한편으로는 규모나 형태와 느낌이 새롭게 다가오고 무언가 사람을 끌어당길 수 있다는 긍정적 생각은 든다. 하지만 아쉬움이 더 컸다. ‘청년 트랜드’ 만으로는 ‘가로수길’ ‘홍대앞’ ‘로데오거리’처럼 시너지를 키울 배경이 없기에 외지의 젊은 소비자를 유치하는 데 곧 한계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골목을 걸어만 보고, 쇼윈도 너머로 안을 들여다보기만 하고, 그도 저도 아니면 가보기 위해서 가보기만 해도 되는 공간이라는 인식을 주는 테마관광지의 공통 유인요소 같은 게 없다는 말이다. 평택시민들이라도 왕성하게 찾아가는 공간이 되어야 할 터인데 가서보니 내게는 막상 문 열고 들어가 어울릴 분위기나 아이템들이 아니다. ‘청년 숲’을 돌아 시장 내부로 들어가도 내 사는 곳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굳이 여기서 무언가를 사서 먼 길 갈만한 이유가 없다는 말이다. 시장 고객들이 ‘청년 숲’으로 갔을 때 무엇으로 그들의 발길을 붙잡을 수 있을 것인가와 같은 의미다. 두 공간 사이에 시스템적으로 유기적 관계가 있었으면 좋겠다.

전통시장의 퇴조가 대형마트의 등장만이 아니라고 한다. 소가족이나 ‘혼밥 혼술 족’같은 소비형태에 맞는 상품을 준비하면 ‘청년 숲’ 방문객들이 보다 더 전통시장에 접근하기 쉽고 ‘청년 숲’의 규모를 더 키워 규모의 경제성을 시도하면 시장 고객들의 접근도 쉬워질 것 같다. 이 두 요소를 누가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까. 여기까지 성공시킨 우리 시의 다음 목표 아닐까.

경험적으로 볼 때 공무원 세계의 특성상 청년 숲이 실패한다면 다시 이런 사업에 나서려고 하지 않을 것 같다. 아니 공무원들에게만 책임을 돌릴 게 아니다. 이들이 정착하지 못하면 ‘실패도 경험이다. 청년 숲은 어차피 창업 연습공간이다’라고 할 것인가. 그러기 전에 그들이 정착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나서서 새로운 신화를 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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