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나 영국에서는
음주 또는 마약 복용 후
범죄를 저지르면
가중처벌을 받는다.
우리나라에는 이런
국제적 추세를
역행하고 있다

 

 

   
▲ 최성경/태광고2
seongkyeong00@gmail.com

지난 3월 발생한 인천 여아 살인사건을 다들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김양 측은 당시 범행이 정신병에 의한 충동적인 범죄라고 주장했는데, 이는 심신미약 상태라고 주장해 감형을 받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사건으로는 지난 해 11월에 처음 보는 여성의 눈과 귀를 볼펜으로 찌른 여성에게도 심신미약으로 벌금 150만원이 선고되었다. 그리고 당시 온 국민이 충격에 휩싸였던 2008년 나영이 사건에서도 조두순은 당시 만취상태인 심신미약 상태로 인정되어 고작 징역 12년 선고를 받아 국민들이 분노에 휩싸였었다.

심신 장애인에 대해 형법 10조 제1항에서는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제2항에서는 “심신장애로 인하여 전항의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한다”라고 밝히고 있다. 즉 제1항 심신상실에 대해서는 무죄, 제 2항 심신미약에 대해서는 감경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면죄부가 주어지는 이유는 근대형법상의 기본원칙인 책임능력이 있는 사람에게만 법적 책임을 묻는다는 ‘책임주의’ 때문이다. 사물의 변별능력과 의사결정 능력이 결여된 사람은 규범에 맞춰 행동하는 것을 기대할 수 없으므로 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심신 장애인에 대한 무죄와 감형은 국민들의 분노와 질타를 피해갈 수는 없다. 특히 살인사건이나 성범죄와 같은 강력범죄에 대해 일부 네티즌들은 ‘미친척하거나 만취하고 살인하면 무죄인 나라’라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에 국민 법 감정에 따라 형법 10조를 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범죄 예방에 있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2015년 대검찰청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살인 범죄자 중 42%가 주취상태였으며, 7.9%는 정신장애를 앓고 있었다. 이처럼 심신미약상태에서 범죄가 일어나는 비율이 상당히 높다. 따라서 심신장애를 이유로 감형한다면 경각심을 갖기 어렵고, 범죄 예방에 있어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형법이 국민들에게 가장 비판을 받는 부분은 주취상태에 의한 심신미약이다. 지난 조두순 사건과 같이 만취상태라는 이유로 감형을 받는 부분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술 문화가 만연해있어 술에 대해서는 매우 관대하고 너그럽다. 형법 10조 제3장에 따르면 “위험의 발생을 예견하고 자의로 심신장애를 야기한 자의 행우에는 전 2항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라고 예외를 두고 있다.

오히려 프랑스나 영국에서는 음주 또는 마약 복용 후 범죄를 저지르게 되면 가중처벌을 받는 것으로 볼 때 우리나라에는 이런 국제적 추세를 역행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정신질환에 따른 심신장애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묻지마 범죄’로 두려움을 떨고 있으며, 이런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들에 대해서도 격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모두 범죄를 일으킨다는 발상은 옳지 않다. 이런 국민들의 두려움은 정신질환환자에 대한 사회적인 관리감독의 부실에서 나타난다고 본다. 정신질환으로 인한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해당 환자에 대한 지속적인 상담과 치료가 필요하며 국가적으로 더 많은 관리 기관과 인력을 보충해야 한다. 그리고 사회적으로 정신과 치료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들이나 편견이 있기 때문에 국민과 국가가 함께 사회적 분위기를 형성하고 정신질환자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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